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가진 것을 다 팔아 하늘에 보화를 쌓은 사람

松竹/김철이 2024. 1. 2. 12:36

가진 것을 다 팔아 하늘에 보화를 쌓은 사람

 

 

아버지가 선종하시고 나서 깨닫게 된 것이 부친 토마스 아 퀴나스 님은 가진 것을 다 팔아 하느님 나라를 사려했던 분이 라는 사실입니다. 저희 집안은 전통적인 구교 집안도 아닌데 큰 아이는 수녀, 둘째 아이는 수사신부가 됐습니다. 막내는 약 10년을 사제 혹은 수도자 성소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아 이였습니다. 하지만 자기 계획과는 달리 결혼 성소를 이뤄 예 쁜 딸을 둘이나 키우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아무리 하느님께 서 무상으로 주시는 분이라고 하지만 저는 사람의 노력이 아 주 조금이라도 들어가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 은 몰라도 제가 수도자가 된 것은 좀 맥락이 안 잡히는 일이 었습니다. 제가 노력한 건 조금도 없으니 아버지가 벌인 일 에 하느님께서 응답하셨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봅니다. 아버지 명의로 있던 저희 집이 팔리고 저희 가족은 동네의 이집 저집으로 이사 를 다녔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런 불안한 시절이 중학교 3학 년이 되어서야 멈췄고, 그때 저희가 전세로 얻었던 집은 성 당의 전 사목회장님 집이었습니다. 그분이 다른 지역에 집 을 얻고 그 집을 당시 사목회장이셨던 아버지께 전세로 내 주셨던 겁니다. 저희 가족은 잔디 깔린 마당이 있던 넓은 집 에서 제가 병역을 마칠 때까지 살았습니다. 우리 성당은 신 자들끼리 가진 것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지내는 훈훈한 분위 기가 살아있었고, 아버지도 주일학교 교장과 사목회장직을 수행하셨습니다.

 

그런데 당시 우리 집이 팔렸던 사연을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알게 됐습니다. 아버지가 그 집을 팔아 성당 신축 봉헌금으로 일부를 대셨던 겁니다. 요즘 세상에서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이들이 벌일만한 일이었습니다. 이혼 사유가 될 수도 있었을 사건을 우리 집에서는 그냥 넘어갔 습니다. “영원히 가지고 가지도 못할 것들, 있을 때 하느님 께 봉헌하자.”는 아버지의 말씀에 “맞아요, 그래요.” 하고 어머니가 동의하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집 저집 전전해 야 했던 아픔이 아버지가 누군가의 보증을 잘못 섰기 때문 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런 반전이라니!

 

그런데 그런 사연은 모른 채 큰 아이는 알아서 수도원으 로 떠났고, 둘째 아이도 그리했으며, 막내도 부모 곁을 떠 나 호주로 이민을 갔습니다. 이것은 제 부모님이 쓴 시나리 오가 아니었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나서 어머니를 도와 막 내가 아버지의 재산을 정리했습니다. 아버지는 빚도 상속 해 줄 재산도 남기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도 당신께서 바 라시던 대로 임대주택을 정리하고 딸이 소속된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아담한 양로원으로 떠나실 계획입니다.

 

가진 것을 다 팔아 보물이 묻힌 밭을 산 사람이 멀리 있 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아버지는 가족도 담보로 걸었던 모 양입니다. 이 황당한 계획에 맞장구를 친 어머니, 이런 분 들을 부모로 가진 아이들, 이들이 어울려 살았던 그 가정이 성가정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버지의 무모한 투자는 분 명 통한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