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간절한 기도의 힘

松竹/김철이 2024. 1. 9. 10:13
간절한 기도의 힘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 어느 날, 꼭 잡은 할머니의 손은 참 따뜻했습니다. 몇 살 때였는지,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 지, 그날 눈이 내렸는지는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추위를 녹인 그 온기만큼은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할머니 허리에 닿을락 말락 한 키의 아이 눈에 비친 동 네 성당은 무척이나 크고 높았습니다. 무언가 강렬한 기운 에 압도된 소년은 별생각 없이 어머니를 따라 눈을 감은 뒤 두 손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아주 자연스럽게 하느님과 만 났고, 주일마다 가는 성당은 일상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스트리밍 된 영화 공개를 앞두고서도 성당을 찾아 하느님께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비록 예 전처럼 그곳에서 자주 미사를 드리지는 못하지만, 기도 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은 언제나 마음을 평온하게 합니다. 삶이 팍팍했던 과거의 어느 때, 밤샘 촬영으로 몸 과 마음이 녹초가 되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을 때도 위로와 위안을 얻었습니다. 어떤 목적 없이, 어느 순간 느 닷없이 찾아가도 하느님은 제게 힘을 주셨습니다.

 

감히 신앙과 믿음을 누군가에게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만, 저는 개인적으로 기도의 힘을 믿습니다. 현재 제 삶을 차지하는 것들은 간절한 바람으로 이뤄진 것들이 많다고 믿고 있습니다. 배우로서만이 아니라, 인간 차승원으로서 도 말입니다. 물론 누구나 종교의 자유가 있고, 종교를 원 하지 않는 자유도 있습니다. 어떤 종교를 가졌든, 또는 종 교가 없는 분들이라도 기도와 믿음 자체의 힘을 의심하지 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기도는 용기와 희망, 자기 긍정이라는 특별한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간절히 원하고 기도하면 이루어진다.” 당연하고, 특별 히 멋있지도 않은 이 한 문장은 신앙인 차승원이 예나 지 금이나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마음가짐을 담고 있 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나 스스로를 믿는 것. 여기에 가 르침에 따라 행동하고, 또 그만큼 노력을 허투루 하지 않 고 최선을 다하여 받은 결과물은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물론 시쳇말로 말하는 인기와 흥행, 성공이라는 열매만이 제가 얻은 전부가 아닙니다.

 

하느님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는 길 잃은 양 에게 언제나 답을 해주십니다. 처음 성당을 찾은 소년은 어느새 키가 훌쩍 큰 중년이 되었으나, 세월만큼 그 믿음 과 신앙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간절한 기도로 마음의 평온을 얻었을 때, 또 생각했습니다.

 

“아, 하느님은 존재만으로 내게 힘이 되는구나. 선한 영향을 주시는구나!”

 

하느님은 제가 더 옳은 쪽으로 생각하게 하고, 노력하 게 하며, 행동하게 하십니다. 기도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 어서 큰 위로를 건네고, 또 살아 있는 걸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역할을 합니다. 그렇게 저는 오늘도 기쁜 마음으 로 성당을 찾습니다. 그곳은 제 믿음을 견고하게 만드는 성스럽고 포근한 장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