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누룩 | 일상 가운데 함께 계시는 하느님

松竹/김철이 2024. 1. 6. 16:18

일상 가운데 함께 계시는 하느님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바라봅니다. 여명이 밝아옵니 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이 온 세상을 포근히 감싸 안습 니다. 세상을 만드신 하느님의 손길이 이처럼 따스했 을까요. 출근길 가파른 언덕을 오릅니다. 골고타 언덕 을 오르신 예수님을 떠올려 봅니다. 십자가를 지고 골 고타 언덕을 오르신 그 숨결이 이처럼 가빴을까요? 한 참 일을 하다 문득 창 밖을 바라봅니다. 부서지는 햇살 가운데 조금 쌀쌀해진 겨울바람이 바스락 노래 부르 는 것이 마치 천사들의 웃음소리 같습니다. 점심을 먹 으러 나서는 길, 건조해서 거칠어지고 앙상해진 나무 를 바라봅니다. 예수님을 짓눌렀던 가시관이 이처럼 거칠고 뾰족하였을까요?

 

퇴근길 어느새 어두운 밤하늘 사이로 가로등의 불빛 이 세상을 밝힙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시던 예수 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오늘의 나는 착한 행실로 세 상 사람들이 하느님을 찬양하게 하였을까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붕어빵이 생각납니다. 추위를 데 워줄 간식을 기다리며, 두 마리의 물고기로 군중을 배 불리 먹이신 예수님이 떠올려봅니다.

 

집으로 돌아와 전기장판을 켭니다. 밖이 너무 추웠 던 걸까요? 장판 온도를 제일 뜨겁게 올립니다. 곧 따 뜻해집니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 득 너무 뜨거워 깨버렸습니다. 무엇하나 갖춰지지 않 았고 풍족하지 않았던 초라한 마구간으로 오셨던 아 기 예수님이 생각납니다.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지 않 고 나의 안온함만을 위했던 하루를 반성합니다.

 

저는 하느님 아버지께 성실하거나 착한 자녀는 아 닙니다. 그럼에도 ‘저를 받아주세요. 저는 아버지 곁에 있고 싶습니다.’ 하고 늘 응석을 부립니다. 품팔이꾼으 로라도 아버지 곁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었던 둘째 아 들의 고백을 생각해 봅니다. 한 번 더 용서해주실, 다 시 받아주실 하느님의 자비에 기대어 봅니다.

 

주님, 오늘 제 생각과 말과 행위로 지은 죄와 의무를 소홀히 한 죄를 살피고 그 가운데 버릇이 된 죄를 깨 닫게 하소서. 시편의 말씀을 묵상해 봅니다. 정녕 저는 죄 중에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제게 깨끗한 마 음을 만들어 주시어 굳건한 영으로 저를 오늘도 새롭 게 하소서. 신앙에 꼭 특별한 체험이 필요할까요? 하 느님께서는 어쩌면 우리의 일상 가운데 이미 함께하 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내 하루의 곳곳에 함께 계시는, 언제나 우리를 초대하시는 그분께로 조심스레 한 걸 음씩 향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