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신앙 이야기 | 신앙이라는 선물

松竹/김철이 2023. 12. 12. 10:07
 

신앙이라는 선물

 

 

친구들 대부분이 취업해서 회사에 자리를 잡았 던 이십 대 후반에, 저는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대했습니다. 체력이 좋지 않았던 저는 부 대의 일과를 따라가기 힘들었습니다. 거기에서 비 롯된 정신적 스트레스 그리고 군대 특유의 강압 적인 분위기는 제 삶을 지옥으로 바꾸어 놓았습니 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밤이 오기를, 밤이 되면 아 침이 오지 않기를, 아니면 이대로 눈이 떠지지 않 기를 바랐습니다.

 

그런 제게도 희망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종교 활동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부대 밖에서의 종교 활동은 모두 금지되었는데, 확진자 수가 조금 줄어들면 부대 밖에서 이뤄지는 종교 활동을 허락해 주곤 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저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미사에 참석할 수 있 었고, 미사를 통해 마음의 안식을 얻곤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시기의 저는 가톨릭 신자가 아 니었습니다. 신의 존재를 믿었지만 그 신이 하느 님은 아니었고, 미사 예절과 규칙 같은 것은 하나 도 몰랐습니다. 그럼에도 미사를 기다리고, 하느 님과의 만남을 기다렸던 이유는 군종신부님의 말 씀이 너무나 인상 깊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사람은 아닙 니다. 여러분이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고, 생활 속 에서 하느님을 찾고, 그 가르침을 늘 생각하고 실 천하며 선한 영향력을 끼칠 때, 여러분은 비로소 진정으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 이 될 때, 여러분의 군 생활도 그리고 인생에도 모 두 평화가 깃들 수 있을 것입니다.”

 

생활 속에서 하느님을 찾고, 그리스도의 삶을 전하며 살라는 것. 그 평범한 말씀이 제게는 군 생 활이라는 지옥 같은 삶, 더 나아가 ‘앞으로 어떻 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깊은 고민에 대한 탈출구 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어두컴컴한 복 도에서 불침번을 서는 새벽마다 하느님을 찾았습 니다. 하루 동안 저질렀던 죄와 잘못을 낱낱이 고 백하고, 내일의 삶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구체 적으로 밝히면서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제 삶으로 만들기 위해 군대라는 제한된 환경 내에서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다음 날이 오는 게 두렵지 않아지기 시작했고, 오히려 조금씩 나아지는 저를 체험하기 위해 다음 날 아 침이 오기를 바라기까지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하느님은 그때 제가 기도했던 것들을 다 이루어주셨습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 안 노력한 꿈을 이루게 해주셨고, 수술 후 망가졌 던 건강을 회복하게 해주셨으며, 너무나 좋은 신 앙공동체 속에 소속되게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지 금까지 신앙을 잃지 않고 살게 해주셨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선물이라고 생 각합니다. 선물을 받은 자로서 응당 그에 맞는 답 례를 드리는 것이 마땅하나, 아직까지는 어떠한 답례가 좋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을 소중히 간직하고, 보다 많은 사람이 하느님의 선물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멋진 신앙인 이 되겠다는 말씀만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말씀을 꼭 실천해서, 하느님께 멋진 답례를 드 리는 그날까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