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사명

松竹/김철이 2023. 9. 19. 11:24

저는 세례명이 ‘클라우디아’인 가톨릭 신앙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저를 부르는 호칭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서 ‘클클샘’이라는 별명으로 가장 많이 불러주십니다. 예전 에 교구 문화홍보국과 가톨릭평화방송에서 제작한 유튜브 방송 ‘클라우디아의 클래식 뮤직’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프로그램 제목을 줄여서 ‘클클뮤직’이라 불렀고 저는 ‘클클샘’이 되었답니다. 요즘은 교회 밖에서도 ‘클클샘’으로 종종 불립니다. 저도 이렇게 불리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주님의 자녀가 되었을까요? 교회 안 에서 나름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서인지 “모태신앙입니 까?” 아니면 “어린 시절 세례를 받았습니까?”라는 질문을 자 주 받습니다. 그런데 모두 아닙니다. 저는 불교 신자였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은 대학교 1 학년 때의 일입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친하게 지냈던 친구 가 가톨릭 신자였습니다. 친구는 매주 명동성당에서 주일 미사에 음악 봉헌을 하며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고 있었습 니다. 어느 주일, 그 친구와 점심 식사 약속을 했고, 명동성 당 앞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저는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 착했기에 미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친구를 기다리기 위해 성당 앞을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성당 안에서 울려 퍼지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듣 게 되었고 그 소리에 이끌려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성당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습니다. 그러고는 성당 출입 구 가까이 자리를 찾아 조심스럽게 앉았습니다. 그때는 몰랐 지만 제가 들어갔을 때는 미사 중 봉헌 직후였습니다. 태어 나서 처음으로 성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자리에 앉아있는 데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는 벅찬 감정이 마음속에서 솟아올 랐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격한 감정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그 후 몇 달 동안 명동성당에 주일미사를 드리러 나갔고, 곧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가까운 성당에서 예비신자 교리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저의 신앙은 아무 생각도 하 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저는 현재 무대에 오르는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다양한 강연장에서 강의하는 인문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교회에서 저를 필요로 하시면 달려가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저에게 선물로 주신 귀중한 탈렌트가 신앙 안에 서 쓰일 수 있다는 것은 몇 배의 기쁨이고 행복이니까요.

성당에서 미사 중 영성체 후 묵상 연주나 음악 피정 등 으로 연주를 하고 나면 “자매님! 묵상 중에 자매님 바이올 린 연주 듣고 눈물이 났어요.”라고 말씀을 많이 해주십니 다. 저에게는 그 어떤 칭찬보다 귀하고 고마운 말씀입니다. 제 바이올린 연주가 더욱 간절히 기도할 수 있도록 도와드 리는 것 같으니까요.

그것이 바로 저에게 주어진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누구 에게나 주님께서 선물하신 각자의 소명이 있습니다. 그 길 을 따라 어떤 주저함 없이 최선을 다해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