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누룩 | 형제복지원 피해자

松竹/김철이 2023. 9. 23. 11:49

형제복지원 피해자

 

 

형제복지원 피해자 N의 정신과 진료를 담당하게 되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와 알코올의존으로 고 통받고 있는 N. 아동기를 악몽 같 은 그곳에서 보냈으니 수십 년이 지 난 지금도 그의 공포는 현재진행형 이며 술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부산 형제복지원은 부랑인 일시보 호 위탁시설로 지정받았으나 눈에 거슬리는 일반시민들까지 강제 수용 했던 곳으로, 1975년부터 십 년동안 아이, 노인, 장애인, 여성에 이르기 까지 삼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금 되어 구타, 성폭행, 강제노역 등 가 혹행위를 당한 총체적 인권침해 사 건으로 공식 인정된 바 있다.

 

N이 여섯 살 때 동네에서 놀고 있 는데 낯선 어른이 잠시만 차에 타라 고 하더니 형제복지원으로 데리고 갔단다. 그 길로 끊임없이 가혹행위 에 시달려야 했다. 영문도 모른 채 어린 나이에 지옥 같은 곳에 끌려와 지내다가 1987년 중학생 나이가 될 무렵에야 풀려났다.

 

정신과 병동에 입원한 첫날, 병실 창밖을 내다보던 N이 갑자기 눈물 을 왈칵 쏟았다. 병원 뒷산에는 송 전탑이 서 있는데, 산비탈에 세워진 형제복지원 막사에서 바라보던 송 전탑과 똑같이 생겨 순간적으로 무 장 경비원이 서 있는 그곳에 다시 잡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심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단 다. 또 N은 수시로 악몽에 시달리 곤 했다. 자신이 차를 몰고 인파가 많은 곳으로 돌진하는 장면이 나왔 고, 다급한 마음에 차의 핸들을 아 무리 꺾으려 해도 꺾이지 않고 인파 속으로 그대로 돌진하는 순간 공포 에 질려 잠을 깼다.

 

N을 통해서 사회상을 돌아본다. 형제복지원과 같은 사회적 악에 의 해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고통 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은 결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이 아닐 것 이다.

 

사회는 복잡한 구조만큼이나 이 기심이 넘치고, 사람들은 잘못된 것 임을 알고도 모른 척하고 넘어가기 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신앙인이 다. 이기심을 떨쳐버리고 이웃에 대 한 사랑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 무엇보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혼자만의 신앙은 참 신앙인 의 모습이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천 년 전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세 상에 오시어 소외되고 힘없는 이들 을 먼저 돌보셨기 때문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지나간 과거사 이지만 혹시 모를 이와 유사한 사회 적 악이 더는 싹을 틔우지 못하도록 우리 각자는 형제애를 가지고 서로 간의 사랑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