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이충무의숨은행복찾기 | 시끌벅적함이 그립다

松竹/김철이 2023. 9. 16. 09:35

시끌벅적함이 그립다

 

 

강의실을 향해 갈 때 복도 끝에서부터 제자들의 왁 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면 벌써 가슴이 설레 오곤 했습니다.

 

지쳐있다가도 그 시끌벅적한 소리를 듣게 되면 거 짓말같이 발걸음이 빨라지고 어깨가 펴지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곤 했습니다.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제자들은 강의가 시작되 는 줄도 모른 채, 서로 먼저 말하느라 분주했고, 그래 서 늘 강의는 이렇게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자, 자, 조용, 조용, 이제 그만 이야기하고 강의 시작 할까요?”

 

학생들이 조용히 해 주길 바랐지만 내심 그들의 그 소란스러움이 마냥 부러웠던 건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것이 바로 생동감 넘치는 청춘의 증표이고, 서로 그만큼 친밀하다는 뜻이었기에 그 소란스러움은 짜증이 아니라 유쾌함으로 다가왔었 습니다.

 

몇 년 전까지 강의실에선 늘 그러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럴까요? 평생 처음 겪는 코로나 19라는 당혹스러운 시간을 겪으면서 강의실 풍경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코로나 바이러스는 놀랍게도 청춘의 그 ‘시끌벅적 함’까지 휩쓸어 갔습니다. 강의실을 향해 가는 복도 에는 이제 놀랄 정도로 차가운 침묵만이 가득할 뿐입니다.

 

강의실에 들어서면 모두 고개를 숙이고 손바닥 안의 휴대폰을 바라보며 적막함 속에 홀로 고립되어 한 사람 한 사람 무인도가 되어 가고 있는 듯합니다.

 

시끌벅적했던 강의실이 그립습니다.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았는지 서로 재잘거리기에 분주했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이제 강의는 늘 이렇게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 이제 휴대폰 그만 보고 옆 사람하고 인사부터 나누면서 강의 시작해 볼까요?

 

개강한 지 일주일 지났습니다. 단순히 옛날이 좋았고, 지금이 나쁘다는 푸념이 아니라, 그때나 이때나 소중한 것은 기억되고 살아남길 바라는 소망을 담아 오늘도 강의실을 향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