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이니 결초보은
운전을 하다 보면 종종 앞차의 뒷유리에 다양한 스 티커들이 부착되어 있는 걸 보게 됩니다. 주로 초보 운전자임을 알리거나 위급 시 탑승한 아이들 안전을 환기시키는 스티커들입니다
아이를 먼저 구해 달라거나 아이 혈액형을 적어 놓은 스티커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부모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이보다 더 짧고 선명하게 보여 줄 경우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반면에 재치 있는 스티커들도 있습니다. 얼마 전 ‘아이 없어요. 저부터 구해주세요.’라는 스티커를 보 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공감과 함께 그 기발한 아이디어에 웃음이 났습니다.
초보운전을 알리는 스티커는 더 다양합니다. ‘초보 운전’이라는 간결한 표현부터 ‘왕초보’ ‘거북이가 타고 있어요.’ ‘배려 감사합니다.’ 등 여러 가지 흥미로운 표 현이 눈길을 끌게 됩니다.
그중에 가장 인상적인 초보운전 스티커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결초보은’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스티커를 꼽을 것 같습니다.
처음엔 ‘결초보은’ 스티커를 보면서 의아했었습니다. 뜬금없이 웬 ‘결초보은’이라는 사자성어가 앞차 뒷유리창에 떡하니 부착되어 있을까 금방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글자 색깔과 크기가 ‘결초보은’으로 되어 있는 걸 보면서 그때서야 초보운전자임을 알려주는 스티커 임을 알았고, 사자성어 아래 적혀 있는 설명문을 보면서 감동까지 받았습니다.
“이 은혜 잊지 않고 다른 초보님께 갚겠습니다.”
초보운전자로 길을 나설 때 초보임을 배려해 준 사람 들에게 직접 고마움을 갚을 수 없기에 대신 그 배려를 기억하고 훗날 그대로 다른 초보님께 베풀 거라는 다짐이 참 멋집니다.
자동차 도로를 달리면 달릴수록 초보에서 벗어나 노련한 운전자로 변화됩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도로 에서는 그게 참 힘듭니다. 인생길에서 우리는 늘 ‘초보 운전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인생길에 나서면 여전히 긴장되고 불안하며 겁도 납니다. 하지만 길에서 허둥대고 있을 때 우리를 배려해 준 분들이 그 길에 함께 있었기에 인생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받은 대로 베푸는 것’... 노련한 운전자는 못 되더 라도 행복한 운전자가 되는 비결은 그 마음을 잊지 않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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