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누룩 | 시련이 왜 하느님의 은총인가?

松竹/김철이 2023. 9. 9. 11:28

시련이 왜 하느님의 은총인가?

 

 

“선생님, 배추에 소금을 왜 뿌려 요?” “뻣뻣한 배추는 푸릇푸릇 싱싱 하게 자랐지만 뻣뻣한 그대로는 김 치가 될 수 없지. 소금을 켜켜이 뿌 려 진한 눈물 흘리고 나면 살강살강 아삭아삭 부서지지 않고 포기포기 돌돌 감은 맛있는 김치가 되지.”

 

인생을 살다 보면 시련이 간간이 온다. 인생의 파도! 넘기 힘든 큰 것 도 있고 비교적 수월한 것도 있다. 인간에게 시련 없는 인생은 없다.

 

가만히 살펴보면 인간이나 배추 나 사는 모습은 같다. 잘 자란 배추 에게 소금을 치면 살짝 숨이 죽는 다. 배추로서는 죽을 맛이다. 싱싱 한 배추는 끝없는 눈물을 흘린다. 절인 배추는 맑은 물에 두세 번 헹 구어져 소쿠리에 담긴다. 배추는 ‘아! 이제 시련이 끝났구나.’ 생각하 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심심하고 순 진한 배추에 톡톡 쏘는 마늘과 생 강, 구수하지만 짭짤한 젓갈, 매운 고춧가루, 눈물 나게 하는 양파를 함께 버무린 김장 소를 골고루 묻힌 다. 그것으로 끝나면 얼마나 좋을 까? 돌돌 감긴 배추는 김장독에 들 어가 한 달 정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견디어야 한다. 이런 과정 없는 배 추는 배춧국이나 배추전, 배추쌈 정 도밖에 되지 못한다. 이 이야기에 화 잘 내는 우리 반 아이는 말한다. “선생님, 제가 좀 참아야겠네요.”

 

43년 교직에서 몸담고 퇴직한 입 장에서 요즈음 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무너진다. 아 직 사회생활이 서툰 아이들이 서로 부딪쳐서 빚어내는 학교폭력, 학부 모들의 과잉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내 아이만 생각하는 학부모의 의식! 그런 아이가 사회에 나가서 조그마 한 시련이라도 이겨낼 수 있을까?

 

인생을 살아보니 시련은 인간의 품을 넓게 만들고 긍정적인 생각과 인내를 키워준다.

 

‘하느님께서는 선물을 주실 때 늘 고통이라는 보자기에 싸서 주신다.’ 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보자기를 풀다가 그만둔다. 왜냐하 면 고통받기 싫기 때문이다. 조금만 참고 견디면 보자기 속의 선물을 만 날 수 있는데 말이다. 시련은 하느 님의 은총이다. 하느님은 이겨내지 못할 시련은 주시지 않는다. 그 시 련을 잘 이겨낸 자만이 선물을 받을 수 있다.

 

하느님이 우리 사회에 주시는 시 련을 어떻게 해야 잘 이겨낼 수 있 을까? 나만을 위한 이기심을 버리 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베풂으로 함 께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두 손 모아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