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신부님은 이웃사촌

松竹/김철이 2023. 11. 14. 09:45

신부님은 이웃사촌

 

 

저는 참 운이 좋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도움 을 주는 이들이 나타났고, 실수와 잘못조차도 더 좋은 날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으니까요. 훗날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 라 살아온 모든 시간에 주님이 함께하시며, 어리석고 악한 일까지 선으로 바꿔주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 이라 생각했던 모든 일이 저를 위한 하느님의 계획이었던 거죠.

 

신부님과 이웃사촌이 된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웃집 에 붙은 ‘천주교회’라는 현판을 보며 궁금증을 키워갈 때, ‘이냐시오 영신수련’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새롭게 걸 렸습니다. 고민 끝에 전화를 걸었고 어머니와 함께 영신수 련을 시작했습니다. 학생은 어머니와 저, 둘뿐이었습니다. 신부님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으니, 어색하고 불편했습 니다. 신부님께서는 저희의 눈높이에 맞춰 묵주기도를 해 야 하는 이유부터 악마와 지옥의 존재, 성경 전체에 걸쳐 나오신 예수님에 대해 가르쳐주셨습니다.

 

요한 신부님은 영적 아버지이자 스승이셨고 때론 엉뚱하 고 재미있는 이웃 할아버지였습니다. 신부님의 사목에 봉사 자로 참여하면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 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냐시오 영신수련’은 신부님 께서 새로운 소임지로 떠나실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그 뒤 로 저는 유튜브를 통해 신부님들의 강론을 구독하기 시작했 습니다. 동시에 가족들과 성지순례를 다녔습니다. 제주도 ‘면형의 집’으로 떠난 피정에서는 처음으로 성경통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탈출기 36장 1절 “주님께서 재능과 총명을 주신 이들은, 모든 것을 주님께서 명령하신 그대로 만들어야 한다.”라는 구절에 오랫동안 머물게 되었습니다.

 

기업 및 기관의 역사(社史)를 써왔던 경험을 토대로 수도 회의 역사를 쓸 수 있다면, 회고록을 써왔던 경험을 토대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분들의 체험을 기록할 수 있다 면…. 하느님께서 원하신다면 이루어질 것이라 믿으며, 지 도 신부님께 제 기도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도가 이루어졌습니다. 레오나르도 신부님께 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지금, 저는 틈틈이 하 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신 분들을 찾아뵈며 하느님 체험을 듣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집니 다.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으니까요. 원고를 직접 집필해 주신 분들의 글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부족한 저를 끊임없이 불러주시고, 써 주시는 하느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랜 친구이자 화가인 안젤라도 이 기 쁨에 동참하며 소중한 체험담을 그리고 있습니다. 글을 쓰 고, 그림을 그리는 자매들이 즐겁게 작업한다는 것 외에는 정해진 것이 없지만 하느님께서 함께해 주시니 풍성한 열 매를 맺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필리피서 4장 13절의 말씀처럼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