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고요한 밤 거룩한 밤(?) |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님(사회사목국 부국장)

松竹/김철이 2023. 12. 24. 09:21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님(사회사목국 부국장)

 

 

신앙이 없는 사람들에게 24일은 연휴의 한가운데입니 다. 신앙이 있는 사람들에게 오늘은 내일도 성당에 가야 하 는 날 중의 하나입니다. 본당에 있으면서 신자분들에게 이 런 질문을 종종 들었습니다. “신부님! 성탄 전야 미사 나왔 으면 성탄절 미사 안 나와도 됩니까?” 저는 그럴 때마다 한 결같이 대답해 드립니다. “어제 식사하셨으면 오늘 식사 안 하십니까?”

 

매일의 미사를 한 번만 빠져도 크게 괴로워하며 계속 고 해성사를 보는 신자분들이 있습니다. 반면에 미사 중에서 도 매우 중요한 미사 중 하나이고, 예수님의 구세사 시작인 성탄 미사를 앞두고 왜 이틀 연속 미사를 나와야 하는지를 반문하는 신자들을 보면서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적어도 이 글을 보는 분 중에는 그런 분이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탄대축일은 예수님의 생일입니다. 생파(생 일 축하 파티)는 당사자가 있는 곳에서 하는 것이지, 당사자도 없는데 당사자 이름을 팔아서 자기들끼리 하는 법은 없습 니다. 자신을 포함하여 다른 사람들의 생일은 시끌벅적하 게 축하해 주면서 왜 예수님의 생일을 이틀 연속 축하해 드 리는 것을 귀찮아하십니까?

 

예수님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분입니까? 사람들은 오 늘 밤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라고 합니다. 정말로 오늘 밤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되기 위해서는 오늘 밤을 잘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 드릴 선물은 원래 올 초부터 꾸준히 준비하고 있었어야 했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오늘 하루 안에 라도 서둘러 준비해야 합니다. 단지 구유 경배 예물에 봉헌 할 봉헌금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올 한 해도 우리를 위해 이 세상에 오실 예수님 을 위해 준비된 사람으로 살았어야 했습니다. 늘 깨어 있으 면서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사람으로 살았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오늘 밤이 정말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될 수 있 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의 사자 가브리엘 천사는 성모님 께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라고 인사합니다. 오늘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생애 가운데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같은 인사를 해오 고 계셨습니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귀찮아하지 말고, 미루지 마십시 오. 예수님께서 오셨을 때 그 자리에 없던 사람, 깨어 있지 않은 사람,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은 없습니다. 한 번 매일미사 책을 잘 살펴보십시오. 그러 면 성탄 전야 미사와 성탄절 미사가 뭐가 다른지 아실 수 있을 것이고, 왜 교회가 미사를 두 번 하는지 아실 것이고, 나는 나를 위해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을 위해 기쁜 마음으 로 두 번의 미사에 꼭 참석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될 수 있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