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향기 43

당신들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입니다 | 길기문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당진수청 협력사목)

당신들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입니다                                                                               길기문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당진수청 협력사목)      오늘은 사순절 세 번째 주일입니다. 우리는 지난 한 주일 새로운 삶의 길을 걷기로 하고 그러한 길을 걸어가 면서 만나게 되는 고뇌와 고난에 대하여 묵상하였 습니다. 오늘의 복음은 모든 사 람이 철저히 회개해야 한다고 가르쳐 줍니다. 주님은 두 번씩이나 거듭해서 “당신들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입니 다.” 하고 되풀이하십니다. 이 말씀을 하시게 된 동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로마의 속국이 되어 있는 것 을 항상 불만스럽게..

사제의 공간 2025.03.23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으십시오 | 송인찬 아우구스티노 신부님(시노드사목연구소장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으십시오                                                                       송인찬 아우구스티노 신부님(시노드사목연구소장)  열흘 전 우리는 머리에 재를 받으며 회개와 보속 의 사순 시기를 시작하였 습니다. 그런데 오늘 높은 산에서 눈이 부시도록 변 모하신 예수님의 모습은 사순 시기와는 잘 어울리 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오히려 부활 시기와 잘 어울리는 듯싶지요. 그렇다면 오늘 복음은 왜, ‘고통과 수난의 주님’이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의 모습’을 미리 보여 주고 있을 까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잠시 예수님의 발 자취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주였던 사순 제 1주일에 예수님께서는 ‘광야’로 상징되는 사순 시..

사제의 공간 2025.03.14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 하청호 요셉 신부님(대전성모병원 행정부원장)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하청호 요셉 신부님(대전성모병원 행정부원장)   20년 전 저의 서품 성 구는 ‘보시오, 이 사람이 오.’(요한 19.5) 버림받은 예수님, 고통받는 구원 자의 모습입니다. 복음 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모 습은 문자 그대로 원수를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지요. ‘아버지 저들을 용 서해 주십시오.’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박혀 처형되 실 때에 조롱하고 욕하고 침뱉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뺨을 맞으시 고, 겉옷을 빼앗기셨으며,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하 셨고,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시며 당신의 피로 율법을 복음의 축복으로! 하느님 사랑에서 흘러나오..

사제의 공간 2025.02.23

복불복(福不福) | 이재홍 프란치스코 신부님(말씀사목 전담)

복불복(福不福)                                              이재홍 프란치스코 신부님(말씀사목 전담)  꽤 오래전에 한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복불복 게임이 어마어마한 유 행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색깔이 비슷한 까나리액젓과 커피를 투명한 컵에 여러 잔 담 아서 그중에 하나를 골 라, 끝까지 마시면 게임 을 이기는 것이고, 그것 을 마시지 못하고 뿜어내면 큰 벌칙이 뒤따르는 방식의 게임이었다. 이러한 복불복 게임은 당시 여러 본당의 여름신앙학교에서도 그대로 사용될 정도로 대히트 였다. 이번 연중 제6주일을 맞아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복 불복 게임을 해 보자고 하시는 듯하다. 한쪽에는 가난, 굶주림, 눈물이 담겨 있다. 반대편에는 부유함과 배 부름, 그리고 웃음이 담겨 있..

사제의 공간 2025.02.15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 허병도 스테파노 신부님(장항 주임)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허병도 스테파노 신부님(장항 주임)  오늘 복음에서는 카 나의 혼인 잔치의 기적 사건이 선포됩니다. 예 수님과 성모님, 제자들 이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았는데, 그만 도중에 포도주가 떨어집니다. 제 생각엔 아마 예수님과 제자들이 잔치에 신이 나서 부어라 마셔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잔치에 술이 떨어졌다는 것은 잔치 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때 성모님께서 예수님 께 “포도주가 없구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예수 님께서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라고 무심한 듯 말합니다. 그러나 성모님께서는 ..

사제의 공간 2025.01.17

희망의 순례자가 되자! | 김대건 베드로 신부님(대전가톨릭대학교 사무처장)

희망의 순례자가 되자!                                                        김대건 베드로 신부님(대전가톨릭대학교 사무처장)  2025년 첫 주일인 오늘, 주님 공현 대축 일을 맞아 성년의 희년 을 보내는 이 땅의 모 든 하느님 백성은 희망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향한 순례자가 되자. 그리하여 “성사 은총 안에서 형제 공동체인 교회”와 “복음을 전하 며 피조물을 돌보는 교 회”의 모습을 온 세상 에 전파하자. 이를 위 해 성탄 시기를 마무리하는 이번 한 주간, 우리는 아 기 예수님께 경배하러 그분의 별을 보고 동방에서 예 루살렘에 찾아온 박사들의 모범을 본받아야겠다. 이 로써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받은 아기 예수님 은 온 인류의 구세주가 되었으니, 이는 ..

사제의 공간 2025.01.05

행복을 들고 먼저 나를 찾아오신 당신 | 이진욱 미카엘 신부님(원신흥동 주임)

행복을 들고 먼저 나를 찾아오신 당신                                                                                이진욱 미카엘 신부님(원신흥동 주임)  마리아가 사촌 엘리 사벳을 찾아간다. 중 요한 것은 마리아가 먼 저 엘리사벳을 찾아갔 다는 사실이다. 그리 고 더 중요한 것은 마 리아를 향한 엘리사벳 의 칭송 속에 마리아가 가졌던 믿음에 대한 확 증이 들어있다는 사실 이다. 루카는 표현한다. 엘 리사벳이 성령으로 가 득 차 이렇게 외쳤다고.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 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지 않은가? 마리아는 이 표현을 메시아 탄생 예고의 순간에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이미 들었다. “하느님께는 불..

사제의 공간 2024.12.24

너 참 불쌍타 | 노승환 요셉 신부님(사회복지국장)

#대전교구 #말씀의 향기 #너참불쌍타 #노승환요셉신부님_사회복지국장  너 참 불쌍타                                                            노승환 요셉 신부님(사회복지국장)  ‘레 미제라블’ - 예전 에 ‘장 발장’으로 알려진 프랑스 소설이다. ‘불쌍 한 사람들’, ‘비참한 사 람들’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데 1914년 우리나 라에서 이런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너 참 불쌍타’빵 한 조각 훔쳐서 20년 감옥살이하는 장 발장, 딸 생활비 보내려 머리카락을 잘라 팔고 생이빨을 뽑아서 파는 엄마 팡티 느, 엄마가 보낸 생활비를 나쁜 놈들에게 갈취당하고 학대당하는 꼬마소녀 코제트… 읽다 보면 그들이 처한 현실에 분통이 터지고 불쌍한 마음이 솟구친다. 복지국에 부..

사제의 공간 2024.12.15

우선순위 | 김용태 마태오 신부님(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우선순위                                               김용태 마태오 신부님(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네 사람이 물에 빠졌 다. 대통령, 의사, 본 당신부, 대학생이다. 과연 누구를 먼저 구해 야 할까? 정답은… 넷 중에서 가장 ‘수영 못 하는 사람’이다. 우리 삶에는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다. 한정된 시간, 한정된 능력 안에서 모든 것을 다 챙길 수는 없으니 가장 소중하고 가장 절박한 것부터 먼저 챙기는 것이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인간은 남녀노소, 빈부귀 천을 막론하고 동등한 존엄성을 지닌다. 따라서 모든 인간의 생명은 다 같이 소중하다. 대통령의 생명이 말단 공무원의 생명보다 더 귀하다고 말할 수 없고, 부자의 생명이 가난한 이의 생명보다 더 값지다..

사제의 공간 2024.12.06

우리도 진정으로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자! | 김종민 사도요한 신부님(만년동 주임)

우리도 진정으로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자!                                                                                             김종민 사도요한 신부님(만년동 주임)  오소서 성령님! 지금 여러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뭐예요? 예수님이 오늘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신다면 어떤 것을 청하시겠습 니까? 오늘 복음에 눈먼 거지 바르티매오가 나옵니다. 눈먼 바르티매오는 예수님을 향해서 “다윗의 자손 예 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치고 또 외쳤습니다. 이런 바르티매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진정으로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있기를 청해 봅니다. 바르티매오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람들로부터 주워들 었던 나자렛 사람 ..

사제의 공간 2024.10.27

전교, 사랑과 자비의 사명 | 김인호 루카 신부님(도룡동 주임)

전교, 사랑과 자비의 사명                                                                     김인호 루카 신부님(도룡동 주임)  오늘 복음은 복음선 포와 관련된 두 가지 중 요한 사실이 소개됩니다. 첫째, 복음을 전하는 일 은 주님의 명령으로부터 시작된다. 둘째, 이 명령 을 받은 최초의 사람들은 사도들이다. 그런데 사도들은 자신 들이 복음을 전하는 이 유를 주님의 명령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로서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사도 4,20).” 그들이 ‘보고 들은 것’이라고 말한 내용에 주목해 봅시다. 사도들은 병자를 치유하시고, 죄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굶주린 이들을 먹이시고, 참 행복을 알 려주신 ..

사제의 공간 2024.10.16

눈물로 봉헌된 한국천주교회 | 고봉연 요셉 신부님(화현이벽/포천홍인 성지전담)

눈물로 봉헌된 한국천주교회                                                                   고봉연 요셉 신부님(화현이벽/포천홍인 성지전담)  이벽 성지에는 이벽께서 감금되어 순교하신 집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출입문은 큰 자물쇠로 잠겨 있는데, 자물쇠를 여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배교입니다. 신앙을 버리면 즉시 문이 열리고 살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죽음입니다. 신앙을 고수하면 그 안에서 죽고, 그제야 문이 열립 니다. ‘나’ 라면 집 안에서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조선 조정에서는 100년 동안 4번의 박해를 일으켜 천주교회를 말살하려 하였고, 1만 명이 넘는 이 들이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순교자들은 육신의 살..

사제의 공간 2024.09.23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 김영삼 베드로 신부님(버드내 주임)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김영삼 베드로 신부님(버드내 주임)  요즘 지방 군소도시 들이 앞으로 소멸할 위 기가 있다는 전망이 나 오고 있습니다. 인구는 감소하고 출산율은 저 조한 가운데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으니 그런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말이 있지만 이 시 대의 떠남은 싫어서가 아니라 생계를 위해 생존을 위 해 떠나는 것이 아닐까요? 누구나 더 좋은 것을 찾아 떠나기 마련입니다. 그 러나 이 떠남이라는 선택은 항상 올바르지만은 않습 니다. 아브라함의 떠남은 하느님 말씀을 믿고 따르 는 가운데 일어난 떠남이고 복음 말씀의 비유 중에 아..

사제의 공간 2024.08.23

열두 광주리를 마주한 시간! | 최현규 이냐시오 신부님(죽림동 주교좌 본당 보좌)

열두 광주리를 마주한 시간!                                                                 최현규 이냐시오 신부님(죽림동 주교좌 본당 보좌)  첫 본당으로 부임한 주교좌 죽림동 성당은 본당 전례와 함께 교구 전례가 이루어지는 공간 중 하나 입니다. 본당 전례를 진행할 때는 정성스럽게 경문을 읽고, 강론 준비를 열심히 하며 전례를 봉 헌하면 크게 문제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교구 전례를 진행할 때는 준비할 것도 신경 써야 할 부분 도 많았습니다. 가장 큰 변수는 바로 ‘미사 참례 수’ 였습니다. ‘성유 축성 미사’ 는 오히려 준비하기 편했습니다. 하지만 신부님들의 ‘추모 미사’ 혹은 ‘사제 장례 미사’ 는 준비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얼마나 많은 신부..

사제의 공간 2024.07.30

“회복” | 허숭현 안셀모 신부님(대전 가톨릭 농민회 전담)

“회복”                                                     허숭현 안셀모 신부님(대전 가톨릭 농민회 전담)  찬미 예수님!저는 올해 대전 가톨릭 농민회 전담신부로 발령 을 받은 허숭현 안셀모입 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지난 6개월 동안 대전 가톨릭 농민회 전 담신부로 지내면서 계속 묵상이 되었던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회복”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하느님 구원계획의 완성은, 창조 때의 모습으로 다시금 되돌아가는 회복의 모습일 것 입니다. 그리고 그 회복을 향한 첫걸음은, 바로 우리 들의 삶의 근간이며, 뿌리인 땅에서부터 시작되지 않 나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의 회복을 위해 이 땅에서 우 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태어나셨..

사제의 공간 202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