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눈물로 봉헌된 한국천주교회 | 고봉연 요셉 신부님(화현이벽/포천홍인 성지전담)

松竹/김철이 2024. 9. 23. 15:20

눈물로 봉헌된 한국천주교회

 

                                                                  고봉연 요셉 신부님(화현이벽/포천홍인 성지전담)

 

 

이벽 성지에는 이벽께서 감금되어 순교하신 집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출입문은 큰 자물쇠로 잠겨 있는데, 자물쇠를 여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배교입니다. 신앙을 버리면 즉시 문이 열리고 살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죽음입니다. 신앙을 고수하면 그 안에서 죽고, 그제야 문이 열립 니다. ‘나’ 라면 집 안에서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조선 조정에서는 100년 동안 4번의 박해를 일으켜 천주교회를 말살하려 하였고, 1만 명이 넘는 이 들이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순교자들은 육신의 살고 죽는 문제보다 하느님을 사는 것을 중 요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살아도 하느님을 위해 살고, 죽어도 하느님을 위해 죽고자 하였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 그대로 살았습니다. “죽음도 삶도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황사영 알렉시오 순교자는 그의 백서(1801)에서 致命之血, 爲斯敎之種(치명지혈, 위사교지종)이라고 말 합니다. ‘순교의 피는 이 교회의 씨앗이다.’ 라는 뜻입니다. 신앙 선조들의 유혈 무혈의 순교로 한국 교회는 탄생하였고, 성장하였습니다. “교회라는 나무는 수고의 땀, 기도의 눈물 그리고 순교의 피라 는 세 가지 수액을 먹고 자란다.” 고 하신 교부 떼르툴리아누스의 말씀처럼, 한국천주교회는 순교자 들이 흘린 피, 땀, 눈물로 성장하였습니다. 이제 오늘의 교회는 삶으로 증거하는 피와 땀과 눈물을 필요로 합니다. 변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갈고닦는 험난한 여정을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루카 9,23). 순교자들은 하느님을 따르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렸습니다. 순교자들이 귀하게 여긴 것은 신앙과 하느님이었습니다. 순교자들이 바친 피, 땀, 눈물이 오늘의 한국교회를 만 들어냈습니다. 그럼, 오늘을 사는 나는 주님을 따르기 위해 무엇을 버렸습니까? 나는 하느님께 무엇 을 바칠 수 있습니까? 순교자들의 삶을 조명하는 가운데 나의 피와 땀과 눈물로 내가 변화하고, 교회 가 성장하기를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