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쳐다보며 죽는 것이 낫다.”
김유강 시몬 신부님(풍양 농촌 선교 본당 주임)
오늘은 한국 순교 성인의 대축일입니다. 103위 순교 성인은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말씀대로 믿음으로 사셨고, 삶으로 실천하신 분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루카 9,24)
우리나라에 많은 순교 성인들이 있겠지만, 오늘은 특별히 정약종 아우구스티노 성인을 바탕으로 그들이 어떻게 순교의 피를 흘렸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124위 순교성인 정약종 아우구스티노(1760-1801) 는 “사는 것을 좋아하고 죽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인 지상정인데 어찌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마는, 의를 배반하고 사는 것은 죽는 것만 못합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순교자들은 한번 주님을 선택했고, 끝까지 주님께 대한 의리를 죽기까지 지킨 것입니다. 순교성인들은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께 대한 충성서약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어 보입니다.
우리의 순교성인들은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기꺼이 바쳤습니다. 살을 저미고 뼈를 부러뜨리는 모진 고문을 받으면서도 하느님을 끝까지 배반하지 않았고 평화스럽게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정약종은 “땅을 내려다보면서 죽는 것보다 하늘을 쳐다보며 죽는 것이 낫다.”라며 누운 채로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고 참수의 칼날을 받아 순교하셨습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겠다.’는 단 한마디만 해도 그들은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순교 성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또 그렇게 할 수도 없었습니다.
정약종은 “천주를 높이 받들고 섬기는 일은 옳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 천주는 천지의 큰 임금이요, 큰아버지입니다. 천주를 섬기는 도리를 알지 못한다면, 이는 천지의 죄인이며 살아 있어도 죽은 것과 같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되도록 편한 방법과 가급적이면 쉬운 길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함을 느낍니다. 어려움과 고통에 대해 인내하기보다 이를 피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고통은 나쁜 거야.’라며 나에게 짊어진 십자가는 피하고 싶어 합니다.
순교자들 역시 죽는 순간에 두려움이 없었을까요? 그들이 잡혔을 때 불안함이 전혀 없었을까요? 그들의 마음에 근심이 전혀 없었을까요? 아닐 겁니다. 그들 역시 인간적인 나약함에 사로잡힐 때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끝까지 주님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순교성인들은 자신이 느끼는 불안을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으로 승화시키신 분들입니다. 주님께서 나를 끝까지 지켜주실 것을 굳게 믿었고, 그분께 전적으로 의지하였고, 그래서 주님을 저버리지 않고, 주님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습니다.
주님의 제자로 살아감에 있어서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는 스스로가 짊어지며 살아가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십자가를 맡길 수는 없는 것이죠. 십자가 없는 부활은 있을 수가 없듯이 말입니다.
촛불은 어두움을 물리치고 세상에 밝은 빛을 전 해줍니다. 하지만 그 빛을 내뿜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희생은 필수적입니다. 십자가를 짊어지는 것은 무겁고 힘이 들지만, 그 고통을 이겨내면 비로소 부활의 삶이 다가올 것입니다.
오늘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순교 성인들처럼 그리스도를 본받는 신앙의 증거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신앙인은 어두움을 물리치고 세상에 밝은 빛을 비추는 이들이 되어 ‘우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우리의 착한 행실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찬양’(마태 5,16 참조)드리는 삶으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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