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향기 25

착하고 성실한 종 | 배광하 치리아코 신부님(미원 본당 주임)

착하고 성실한 종 배광하 치리아코 신부님(미원 본당 주임) 신학생 때 제 동창이 사제 서품 상본의 성구를 “먹고 즐기자” (루카 15,23)로 정하겠다고 하여 크게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다시 술을 찾아 나서야지!” (잠언 23,35)를 서품 성구로 택해야겠다고 하여 더 크게 웃었던 행복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동창들이 이제는 사제 수품 30년을 넘기고 60의 나이, 이순을 넘긴 노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결같이 본인의 고귀한 자리를 충실히 지키며 성실히 살아가는 착한 동창들의 모습에 늘 새로움을 배우게 됩니다. 초등학교부터 수석을 지켰던 수제였고, 이 나라 최고 명문 대학을 나오고 뒤늦게 사제가 되어 유학 까지 다녀와 평생 노숙인들을 위해 무료 급식소의 그 힘든 일을 마다하지 ..

사제의 공간 2023.11.20

섬기고 겸손하기 | 조성광 바오로 대전가톨릭평화방송 사장

섬기고 겸손하기 조성광 바오로 대전가톨릭평화방송 사장 “너희 중에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 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이는 높아진다.” 선거철이 되면 많이 듣는 얘기들이 있습니 다. ‘국민들의 심부름꾼 이 되겠습니다. 충실한 일꾼이 되겠습니다. 국 민들을 섬기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그런 약속들이 잘 지켜지는지는 당선된 후 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잘 지키는 사람들 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정치적인 약속들에 대한 불신은 계속되어 왔습니다. 예수님의 시대에도 말만 하고 자신은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겠지요. 더구나 소위 민중들의 지도 자라고 하는 사람들,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이 대표적 이었나 봅니다..

사제의 공간 2023.11.05

가장 큰 계명 – 사랑의 실천 | 이명상 아우구스티노 신부님(문화동 주임)

가장 큰 계명 – 사랑의 실천 이명상 아우구스티노 신부님(문화동 주임) 매년 이맘때면 형형 색색 아름답게 변화하는 자연 앞에 우리들의 마음 조차 풍요로워지는 시 간을 맞이하기도 합니 다. 주님의 은총 안에서 너그럽고 충만한 은총의 삶이 되시길 기도드립 니다. 연중 제30주일인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가장 큰 계명의 말 씀을 들었습니다.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은 이것이 다. ‘네 마음과 목숨과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 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 말씀은 유대인들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언제나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아야 하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 이 대답을 듣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사제의 공간 2023.10.27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 나봉균 요셉 신부님(솔뫼성지 주임)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나봉균 요셉 신부님(솔뫼성지 주임) 내 마음 밭은 어떤 상태 입니까? 길? 돌밭? 가시 덤불? 좋은 땅? 그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성장 가능 성과 열매가 달라집니다. 마음 밭 상태가 그만큼 중 요합니다. 그런데 마음 밭 상태가 아무리 좋더라도 가라지는 얼마든지 함께 자랍니다. 교회 안에 의인 들뿐만 아니라 죄인들도 함께 공존한다는 말씀입니다. 교회는 하나인데 구성원들은 부류가 다양합니다. 교회는 거룩한데 구성원들은 상태가 제각각 다릅니다. 교회 공동 체는 그렇게 온갖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모든 사람이 전부 구원되기를 바라십 니다. 하지만 자유의지로 자기 멋대로 하는 사람은 하느 님께서도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사실 부르..

사제의 공간 2023.10.15

생각을 바꾸게 되면… | 박요순 베드로 신부님(대사동 주임)

생각을 바꾸게 되면… 박요순 베드로 신부님(대사동 주임)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일전에 새벽미사를 봉 헌한 후 몇몇 신자와 해 장국으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 어느 회사를 홍보하기 위한 간판에 쓰여 있는 문구가 또렷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결혼하게 됩니다.’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연중 제26주일, 오늘 복음의 말씀은 두 아들의 비유로 포도원에 가서 일을 하라는 아버지의 당부에 맏아들은 포도밭에 가기 싫다고 했지만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갔 다는 것이고, 다른 아들은 가겠다고 대답만 했지 포도밭 에 가지 않았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표현된 ‘생각을 바꾼다’는 의미로 번역된 그리스어 ‘메타노이아’는 회개를 뜻하는 말로 그 의미를 ‘방향을 바꾸다’, ..

사제의 공간 2023.09.28

부끄럽지 않은 신앙인으로… | 이화상 요한보스코 신부님(봉산동 주임)

부끄럽지 않은 신앙인으로… 이화상 요한보스코 신부님(봉산동 주임)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 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이기에, 103위의 순교 성인들만을 기억하 는 날로 여길 수도 있겠 지만, 이 땅에 세워진 교 회는 103위의 순교 성인 들만 계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무수히 많은 순교 성인들이 그리스도께 서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놓으셨던 것처럼, 주 님만을 따르고자 자신의 생명을 버리고 자신의 십자가 를 기꺼이 짊어진 그 위에 세워진 교회입니다. 더욱이 순교 성인들은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보다는, 자신의 목숨을 잃을 것을 각오하면서 모든 것을 내어놓았습니 다. 왜냐하면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 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

사제의 공간 2023.09.17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다 | 김홍식 시몬 신부님(광천 주임)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다 김홍식 시몬 신부님(광천 주임) 바오로 사도의 편지 에서 보듯 초세기 교회는 교우를 가족처럼 ‘형제’, ‘자매’라고 불렀습니다. 피가 섞이지 않았는데 이렇게 부른 것을 보면, 교우들끼리의 친밀함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 니다. 그런데 피를 나눈 정도의 형제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두 사람이 가서 설득해도 안 되면, 교우들이 모인 자리에 가서 이실직고해야 하는 것으로 보아 신앙적으로 심각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마태오 복음이 써졌던 곳은 여러 문화와 종교들이 섞여 있던 도시였기에, 사람들이 가치관에 혼란을 겪던 상황입니다. 교회에도 주변의 이방 종교에서 영향을 받아 도저히 함께할 수 없는 형제가 있 었을 것입니다. 요즘 식으로 ‘이단’에 물든 신자죠..

사제의 공간 2023.09.08

사는 대로 믿어도 될까? | 임상교 대건안드레아 신부님(천안성정동 주임)

사는 대로 믿어도 될까? 임상교 대건안드레아 신부님(천안성정동 주임) 복음을 듣습니다. “너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가?” 그런데 대답이 쉽지 않습니다. 복음에 소개 되는 베드로처럼 “당신께 서는 하느님의 아들, 그리 스도이십니다.”라는 응 답이 쉽지 않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예수, 내가 알고 있는 예수가 내가 고백하는 예수인지 확신하기가 어렵 습니다. 내가 고백하는 예수라면 나를 통해 그 예수가 세상에 드러나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고백한다는 것, 특히 신앙 고백은 나의 온 존재가 고백하는 대상을 향해 열려있 어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고 침 잠합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예수는 내가 고백 하는 예수인가?” 말하는 것과 사는 것이 다르면 철학과 신학 그리고 다른 공부를 통..

사제의 공간 2023.08.25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 강전용 마태오 신부님(대전성모병원장)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강전용 마태오 신부님(대전성모병원장) 만일 오늘 지금 하느님 께서 나에게 나타나셔서 한 가지 소원을 묻는다면 무엇을 그분께 청하시겠 습니까? 우리 삶에서 그 누구와도,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 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 엇입니까? 오늘 제1독서 열왕기의 말씀은 이 질문에 대한 솔로몬의 대답을 전하고 있습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1열왕 3,5) 하느님께서 물으시자 솔로몬은 ‘듣는 마음’과 ‘선과 악 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청합니다. 그러자 하느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그것을 청하였으니, 곧 자신을 위해 장수를 청하 지도 않고, 자신을 위해 부를 청하지도 않고, 네 원수 들의 목숨을 청하지도 않고, 그 대신 이처럼 옳은 것을 ..

사제의 공간 2023.07.31

니 안에 나(성령) 있다! | 김기범 시몬 신부님(성령쇄신봉사회 전담)

니 안에 나(성령) 있다! 김기범 시몬 신부님(성령쇄신봉사회 전담) 이제 1년하고 5개월 정도 성령쇄신봉사회 전담 신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정신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 다. 하지만 확실히 체험 하고 있습니다. 니 안에 나(성령) 있다! 내 안에 성령님이 계시다! 그리고 그 성령께서 모든 것을 이끌어 주신다. 모든 것이 캄캄했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모든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강의를 해야 하고, 신령한 언어로 기도를 해야 하고, 물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성령께 서는 말씀으로, 성체 앞으로, 묵주기도로 이끄시면서 하 나씩 길을 열어 주고 계십니다. 자주 체험합니다. 내가 이런 묵상을 한다고? 내가 이런 기도를 한다고? 그러면 서도 예수님한테 가서 기다리고,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

사제의 공간 2023.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