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섬기고 겸손하기 | 조성광 바오로 대전가톨릭평화방송 사장

松竹/김철이 2023. 11. 5. 08:48

섬기고 겸손하기

 

                                                           조성광 바오로 대전가톨릭평화방송 사장

 

 

“너희 중에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 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이는 높아진다.”

 

선거철이 되면 많이 듣는 얘기들이 있습니 다. ‘국민들의 심부름꾼 이 되겠습니다. 충실한 일꾼이 되겠습니다. 국 민들을 섬기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그런 약속들이 잘 지켜지는지는 당선된 후 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잘 지키는 사람들 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정치적인 약속들에 대한 불신은 계속되어 왔습니다.

 

예수님의 시대에도 말만 하고 자신은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겠지요. 더구나 소위 민중들의 지도 자라고 하는 사람들,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이 대표적 이었나 봅니다. 예수님은 이런 행태들을 꼬집으시며, 위에서 명령만 내리고 자신은 모범을 보이지 않는 사람 들을 비판하시고, ‘너희 중에’ 너희를 ‘섬기는’ 사람과 자 신을 ‘낮추는’ 사람들을 주목하라고 하십니다. 그들이 가장 높이 우러러봐야 하는 사람이고, 존경받아야 마땅 한 사람이라고 알려주십니다.

 

우리 중에 우리를 섬기는 사람은 누구지? 존경받고 상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항상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감추는 사람은 누구인가? 우리 중에 있기는 한가?

 

우리 공동체에 분명히 그런 분들이 존재하지요. 본당 공동체 안에, 우리가 속한 신심단체 안에, 또한 신자 들이 아니더라도 사적인 모임 안에 계신 분들을 떠올 려보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 분들을 생각하면 마 음이 따뜻하고 든든해지지요.

 

오늘 복음의 내용뿐만 아니라, 예수님은 “너희도 분 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 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 라.”(루카 17,10)고 하시며, 겸손하게 섬기는 자세를 강조하신 적이 있습니다. 하느님을 주인으로 섬기고 그 계명에 충직하고 성실한 사람들, 사람들 사이에 선한 일을 행하고 옳은 일을 하는 것이 특별히 존경받아야 하는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인정받고 존경받는 세상. 그래서 그것이 우선적인 판 단의 기준이 되고 우리 생각과 행위를 지배하는 세상. 예수님이 꿈꾸는 세상이었을 것입니다.

 

어쩌다 보면,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생각할 때 참 일을 열심히 하고, 남의 일도 자기 일처럼 열정적으로 도와주고, 본당 봉사에도 적극적인 분인데 자신이 한 것의 반의 반에도 못미치도록 인정받지 못하고 존경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십중팔구 ‘말’로 까 먹는 분입니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를 조절하지 못할 때 그러합니다.

 

하느님과 이웃을 겸손하게 섬기기로 오늘 다시 다짐 하며, 우리 중에 그런 분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갖고 삶의 귀감으로 여기는 공동체가 우리 공동체가 되기를 마음 모아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