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거울 속의 한 사람 | 조태현 스테파노 신부님(문경 성 요셉 치유 마을 원장)

松竹/김철이 2023. 11. 6. 10:00

거울 속의 한 사람

 

                                               조태현 스테파노 신부님(문경 성 요셉 치유 마을 원장)

 

 

잔칫집에서 윗자리를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좋아하고장터에서 인사받기를사람들에게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마태 23,6-7).

 

예수님께서 경고하신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모습입니다그런데 저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그 사람을 매일 만납니다어디에서 만날까요바로 거울 속에서 입니다거울 앞에 설 때면 많은 교우들의 스승으로아버지로선생으로 살면서 하루하루 거만해지고 교만해지는 저를 여과 없이 비춰주는 것 같아 정말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사실 저도 예수님을 따라 섬기는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갓 사제서품을 받고 보좌 신부로 살던 시절이었습니다그때에는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신랄하게 비판할 줄도 아는패기 넘치던 때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스승과 아버지선생으로 불리지 않도록 하라고 말씀하셨으니 그 책임과 의무도 거부하면 그만이겠지만그렇지만은 않습니다사제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스승의 역할과 아버지의 역할 그리고 선생의 역할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지요그렇다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그 답은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23,11)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있습니다스승과 아버지선생의 자리와 권위만을 원하며 섬김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라주님의 제자들을 섬기고아버지 하느님의 자녀들을 높여주며무겁고 힘겨운 짐을 진 교우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는 참 스승참 아버지참 선생으로 살고자 한다면 예수님께서 분명 낮은 곳에 있는 우리를 찾아내시기 때문이지요.

 

우리의 존재는 이름에만 있지 않고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 속에도 있습니다이것들이 하나가 될 때세상 사람들은 우리의 목소리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1테살 2,13)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거울 속의 한 사람도 다시 한번 섬기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하며 바오로 사도의 말씀과 함께 이만 줄이겠습니다.

 

우리는 여러분 가운데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일하면서하느님의 복음을 여러분에게 선포하였습니다(1테살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