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한 사람
조태현 스테파노 신부님(문경 성 요셉 치유 마을 원장)
“잔칫집에서 윗자리를,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사람들에게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마태 23,6-7).
예수님께서 경고하신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저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그 사람을 매일 만납니다. 어디에서 만날까요? 바로 거울 속에서 입니다. 거울 앞에 설 때면 ‘많은 교우들의 스승으로, 아버지로, 선생’으로 살면서 하루하루 거만해지고 교만해지는 저를 여과 없이 비춰주는 것 같아 정말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사실 저도 예수님을 따라 “섬기는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갓 사제서품을 받고 보좌 신부로 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에는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신랄하게 비판할 줄도 아는, 패기 넘치던 때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스승과 아버지, 선생으로 불리지 않도록 하라고 말씀하셨으니 그 책임과 의무도 거부하면 그만이겠지만,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사제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스승의 역할과 아버지의 역할 그리고 선생의 역할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그 답은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23,11)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있습니다. 스승과 아버지, 선생의 자리와 권위만을 원하며 섬김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님의 제자들을 섬기고, 아버지 하느님의 자녀들을 높여주며, 무겁고 힘겨운 짐을 진 교우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는 참 스승, 참 아버지, 참 선생으로 살고자 한다면 예수님께서 분명 낮은 곳에 있는 우리를 찾아내시기 때문이지요.
우리의 존재는 이름에만 있지 않고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 속에도 있습니다. 이것들이 하나가 될 때, 세상 사람들은 우리의 목소리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1테살 2,13)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거울 속의 한 사람’도 다시 한번 “섬기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하며 바오로 사도의 말씀과 함께 이만 줄이겠습니다.
“우리는 여러분 가운데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일하면서, 하느님의 복음을 여러분에게 선포하였습니다”(1테살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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