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신 예수님, 저도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오종진 베드로 신부님(천안오룡동 주임)
모든 것을 버리고 예 수님을 따라나섰던 제 자들에게 예수님은 삶 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아들 이라 믿었던 그분은 너 무나도 무기력하게 사 람들 손에 죽고 말았습 니다. 예수님의 죽음 앞 에서 제자들이 느낀 좌 절과 절망, 그리고 두려 움의 깊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을 것입니다. 이 두려움 때문에 제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숨어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찾아오셔서 “평화가 너 희와 함께”라는 인사를 건네십니다. 참 의미심장한 인 사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이 얼마나 큰 절망과 두려움에 짓눌리며 힘겨워하고 있는지, 그들에게 지금 절박하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주 정확하게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이 짧은 인사말 하나만으로도 예수 님이 제자들을 얼마나 깊이 염려하고 사랑하고 계신 지를 충분히 알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예수님의 모습은 우리에게 참으로 큰 위로가 됩니다.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무게에 지쳐 주저앉아 버린 제자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살피고 그들을 찾아와 평화를 건네주셨던 예수 님은 삶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우리에게도 똑같은 모 습으로 찾아오셔서 평화를 건네실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부활 체험이겠지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나를 찾아오신다고 하 는데 우리는 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는 것일 까요? 제자들이 “우리는 주님을 뵈었소.”라는 증언을 했을 때, 토마스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보고 또 그분 옆구 리에 내 손을 넣어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라고 합니다. 언뜻 보면 토마스가 의심이 많고 완고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토마스의 마음을 따라가 보면 이 말은 단순한 의심에서 비롯된 말이 아니었습니 다. 기쁨에 가득 찬 제자들을 보며 토마스는 엄청난 부 러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자기도 다른 제자들처럼 희망 을 노래하고 싶지만, 자신의 마음속에는 아직 절망과 어두움만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나도 부활하신 예수 님을 만나 이 깊은 절망을 떨쳐버리고 기쁨과 희망을 담아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그분의 손에 있 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라는 말을 했던 것은 아닐까요? 토마 스는 이렇게 간절하게 예수님을 뵙고자 했고 예수님은 토마스의 이 간절한 마음을 모른 척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토마스 앞에 다시 나타나시고 토마스는 부활 하신 예수님을 뵙고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는 뜨 거운 고백을 합니다.
우리도 토마스처럼 “저도 예수님을 만나고 이 답답한 마음에 새로운 희망을 담고 싶습니다. 예수님 저를 좀 찾아주십시오.”라고 진심을 담아 예수님께 내 마음을 열어 보인다면 우리도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그분께서 주시는 위로와 희망을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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