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허병도 스테파노 신부님(장항 주임)
오늘 복음에서는 카 나의 혼인 잔치의 기적 사건이 선포됩니다. 예 수님과 성모님, 제자들 이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았는데, 그만 도중에 포도주가 떨어집니다. 제 생각엔 아마 예수님과 제자들이 잔치에 신이 나서 부어라 마셔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잔치에 술이 떨어졌다는 것은 잔치 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때 성모님께서 예수님 께 “포도주가 없구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예수 님께서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라고 무심한 듯 말합니다. 그러나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의 반응에 아랑곳없이 일 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고 말 씀하십니다. 아들 예수님에 대한 성모님의 신뢰가 대단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모님의 신뢰에 응답하여 예수님께서는 물 독에 물을 가득 채우고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첫 번째 기적을 행하십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포도주 를 맛보고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 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라며 포도주의 맛에 감 탄을 금치 못합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 사건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은 티브이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마술쇼도 아니고, 또한 사람을 고치거나 사람을 되살리는 거창한 기적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물을 술로 변화시키는 기적을 베풀어 잔치를 흥겹게 하 신 것뿐이었습니다. 그것도 어떤 행위나 특별한 동작 도 없이 하인들을 시켜 물을 가득 채우고 잔치 맡은 이 에게 갖다 주었더니 어느새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을 베 푸신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예수님의 첫 기적치곤 초라해 보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은 우리들이 참으로 하느님께 바라야 할 기적이 무엇인지 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나 자신의 부귀영화나 명예를 바라는 기적이 아니라 나 자신의 변화를 요구하는 기 적입니다. 물이 포도주로 변화된 것처럼 나 자신이 철 저히 예수님의 사랑으로 변화되는 삶, 그것이 바로 우 리들이 바라야 할 기적입니다.
오늘 성모님께서는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는 아들 예수님에 대한 무한한 신뢰로 기적 사건의 동반자가 되셨습니다. 나에게 변화의 기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성모님과 같은 예수님에 대한 믿음 이 필요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 예수님이시기에 예수님에 대한 믿음은 또한 말씀에 대한 믿음입니다. 하느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고, 그 말씀을 실천한 다면 올 한 해 성모님에 대한 엘리사벳의 다음의 말씀 이 나에게도 울려퍼질 것입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 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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