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구 #말씀의 향기 #너참불쌍타 #노승환요셉신부님_사회복지국장
너 참 불쌍타
노승환 요셉 신부님(사회복지국장)
‘레 미제라블’ - 예전 에 ‘장 발장’으로 알려진 프랑스 소설이다. ‘불쌍 한 사람들’, ‘비참한 사 람들’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데 1914년 우리나 라에서 이런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너 참 불쌍타’
빵 한 조각 훔쳐서 20년 감옥살이하는 장 발장, 딸 생활비 보내려 머리카락을 잘라 팔고 생이빨을 뽑아서 파는 엄마 팡티 느, 엄마가 보낸 생활비를 나쁜 놈들에게 갈취당하고 학대당하는 꼬마소녀 코제트… 읽다 보면 그들이 처한 현실에 분통이 터지고 불쌍한 마음이 솟구친다.
복지국에 부임해서 각 본당의 복지분과위원들이 쓴 보고서를 본다.
장애 아이를 키우며 생계가 힘들어 몇 번이나 삶을 포기하려 했던 부모의 한숨, 수해로 집을 잃고 교복도 없이 츄리닝 한 벌로 학교를 가는 아이의 초점 없는 눈 동자,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아무것도 없이 집을 나온 여인의 눈물, 자녀들의 방임으로 어떤 도움도 못 받고 골방에 누워 있는 노인의 신음 등등… 소설이 아닌 실제 레 미제라블이 내 책상 위에 펼쳐진다. 그들이 내 머릿속, 내 마음속에 들어온다. 보는 내가 가슴이 답답해지고 힘들고 괴롭다. 탄식이 절로 나온다. ‘당신들 참 불쌍타’
세례자 요한도 같은 심정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요한은 사람들에게 회개하며 구원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것을 나누라고 한다. 옷이 없어 헐벗은 이 에게,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이에게 자신의 것을 나누 라고 한다. 입을 것, 먹을 것 없는 이들이 받는 고통을 느끼는 것, 그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그들에 대한 안 타까운 마음이 요한으로 하여금 그런 메시지를 전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한의 진정한 안타까움은 다른 곳에 있었다 고 나는 생각한다. 바로 ‘가장 작은 이들’을 외면하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데 급급하여 구원에서 멀어지는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자신들이 받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여 정해진 것보 다 더 요구하는 세리, 강탈하거나 갈취하는 군인. 그 들은 이웃의 어려움을 보려 하기보다 자신의 빈 곳만을 본다. 자주 보는 것이 마음을 일으키고 행동하게 하는 법, 자신의 빈 곳만을 보는 이들은 부족함을 느끼고 채 우려 한다. 정당한 방법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결국 수 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채운다. 오늘 우리가 듣는 세 례자 요한의 추상같은 외침은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서 나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요한의 진짜 마음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너희들이 진짜 불쌍타’
우리의 구원을 위해 세례자 요한은 헐벗고 굶주린 이를 가리킨다. 우리는 그들을 보고 가엾은 마음, 불쌍히 여기는 마음,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것을 자 비라 한다. 요한은 또한 그들에게 나누라고 한다. 자비 의 마음으로 나누는 것, 그것을 자선이라 한다. 헐벗고 굶주린 이웃을 바라보며 ‘너 참 불쌍타’ 하는 자비의 마 음으로 자선을 할 때 나를 비우게 되고 그 비움 안에 아기 예수님이, 구원이 오는 것이리라 나는 믿는다.
'사제의 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하느님)!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 연규영 아우구스티노 신부님(오수성당) (1) | 2024.12.20 |
---|---|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짐을 믿는 여러분! | 곽용승 요셉 신부님(해운대성당 주임) (2) | 2024.12.19 |
여백의 미 | 김영철 요한 사도 신부님(수원교구 장애인사목위원회 위원장) (1) | 2024.12.14 |
나에게 꼭 필요한 것도 남에게 주어라. | 서철승 가롤로 신부님(교구 사회사목국장) (1) | 2024.12.13 |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이동화 타라쿠스 신부님(당감성당 주임) (2) | 2024.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