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나에게 꼭 필요한 것도 남에게 주어라. | 서철승 가롤로 신부님(교구 사회사목국장)

松竹/김철이 2024. 12. 13. 10:15
나에게 꼭 필요한 것도 남에게 주어라. 

 

                                                                                     서철승 가롤로 신부님(교구 사회사목국장)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세 친구 이야기를 해봅니다.

 

어느 나라에 성질이 고약하 고 포악한 왕이 있었습니다. 그 왕은 사람들이 조금만 잘 못해도 감옥에 가두어 버리거 나,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사 람들을 죽이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그 왕의 행차를 만났습니다. 길 가던 모든 사람이 머리를 수그리고 깊 은 절을 올렸는데, 그 사람은 잠시 딴생각을 하다가 왕 앞에서 인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왕은 노발대 발 분노하며 그 사람을 체포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내 일 아침에 궁궐로 재판을 받으러 오라고 명령했습니 다. 그런데 그 이튿날 왕 앞에 가는 게 너무 겁이 난 그 는 따라가 줄 친구를 찾았습니다.

 

평소 본인이 첫 번째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에 게 같이 가자고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왕이 포악하다 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는 단칼에 거절하 였습니다. 잘못했다가는 자신도 죽을 수 있겠다고 생 각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두 번째로 소중하 게 생각했던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두 번째 친구도 왕이 무섭다고 말하면서, 왕 앞에까지는 갈 수 없고 왕이 보이지 않는 궁궐 대문까 지만 따라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친구에게 가서 같이 가자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전혀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며, 그 포악 한 왕 앞에 가서 너를 변호하고 지지해 주겠다고 약속 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첫 번째 친구는 평소에 우리 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돈이랍니다. 돈은 관까지만 따 라갑니다. 두 번째 친구는 가족이랍니다. 가족은 무덤 까지만 따라가서 울어준답니다.

 

세 번째 친구는 누구일까요? 자선, 선행이랍니다. 끝 까지 따라가서 우리를 변호해 주고, 지지해 준답니다. 우리가 세상을 마치고 난 후에 우리에게 남는 것은 우 리가 바락바락 긁어모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준 것이 랍니다.

 

너희는 가진 것을 팔아 자선을 베풀 어라. 너희 자신을 위하여 해지지 않는 돈주머니와 축나지 않는 보 물을 하늘에 마련하여라.(루카 12,33)

 

자선은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주고, 모든 죄를 깨끗이 없애 준다.(토빗 12,9)

 

자선은 튼튼한 방패와 단단한 창 이상으로, 너를 위해 원수와 맞서 싸워 주리라.(집회 29,13)

 

오늘은 자선 주일입니다.

복음에서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어라.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 (루카 3,11).”라고 나와 있습니다. 옷 두 벌은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량입니다. 한 벌은 입고, 동시에 다른 한 벌은 세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중 에 한 벌을 남에게 주라는 의미는, 나에게 꼭 필요한 거라 해도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과감하게 주라는 의 미입니다. 먹을 것도 그렇게 하라는 의미입니다.

 

나눔은 내가 배불리 먹고, 내가 다 쓰고 남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나에게 꼭 필요하다고 해도 남에 게 나누어주는 것이 진정한 자선의 정신입니다. 십자가 상 죽음에서 백성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송두리 째 내주신 예수님께 나눔 실천에 필요한 신앙적 용기 를 달라고 청해봅시다. 아멘.

 

가난한 이에게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주님께 꾸어 드리는 이, 그분께서 그의 선행을 갚아 주신다.(잠언 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