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불복(福不福)
이재홍 프란치스코 신부님(말씀사목 전담)
꽤 오래전에 한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복불복 게임이 어마어마한 유 행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색깔이 비슷한 까나리액젓과 커피를 투명한 컵에 여러 잔 담 아서 그중에 하나를 골 라, 끝까지 마시면 게임 을 이기는 것이고, 그것 을 마시지 못하고 뿜어내면 큰 벌칙이 뒤따르는 방식의 게임이었다. 이러한 복불복 게임은 당시 여러 본당의 여름신앙학교에서도 그대로 사용될 정도로 대히트 였다.
이번 연중 제6주일을 맞아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복 불복 게임을 해 보자고 하시는 듯하다. 한쪽에는 가난, 굶주림, 눈물이 담겨 있다. 반대편에는 부유함과 배 부름, 그리고 웃음이 담겨 있다. 이 모든 선택지는 투명한 잔에 담겨 있어, 우리는 얼핏만 봐도 내용물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자, 이제 복불복의 진행자는 우리에게 원하는 것을 고르라고 한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고를 것인가.
아마 우리 중의 대다수는 우리에게 행복을 줄 것이 라고 믿는 부유함과 배부름, 웃음을 선택할 것이다. 너무나 쉬운 선택이고, 이게 소위 현대인의 상식이라 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저없이 맛있어 보이는 행 복의 잔을 들어 부유함과 배부름, 웃음이라는 그 내용 물을 삼켜버린다. 이러한 우리에게 복불복 진행자는 이렇게 말한다. “불행하여라, 너희 부유한 사람들! 불 행하여라, 너희 지금 배부른 사람들! 불행하여라, 지 금 웃는 사람들!(루카 6,24-25)”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참된 행복과 불행에 대해서 다 시금 생각해 보도록 권고하신다. 주위 사람들에 대한 나눔 없이, 그저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한 부유함과 배 부름,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서 얻는 성공과 권위 에서 흘러나오는 비열한 웃음. 이것이 과연 우리에게 참된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이냐고 우리에게 물으신다. 진정한 행복은 오히려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지는 매 일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주님을 따르는(루카 9,23) 고통과 번민, 눈물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주님께서는 말씀하신다. 자, 또다시 우리 눈 앞에는 맛있어 보이 는 부유함과 배부름이 담겨 있는 잔과 한없이 쓰디쓸 것만 같은 가난, 굶주림, 눈물이 담겨 있는 잔이 놓여 있다.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