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중심의삶 16

착한 목자 | 박헌일 필립보 신부님(교구 성소국장)

착한 목자 박헌일 필립보 신부님(교구 성소국장) 이스라엘 민족은 목축을 하는 민족 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이 고향 칼데 아 우르를 떠날 때 그는 가족과 함께 양들을 이끌고 떠났습니다. 이곳저 곳을 떠도는 유목민의 모습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향해 길일 나서는 교 회 공동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 다. 척박한 땅에서 목축을 한다는 것 은 여러 가지 위험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약탈하는 도 둑과 양들을 물어가는 이리들과도 싸워야 하고 무엇보 다 물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오로지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믿음 안에서 약속의 땅으로 걸어갑니다. 고령의 나이에도 하느님 께서는 사라와의 사이에서 이사악을 주셨고 야곱의 자 손들을 한 민족이 되게 하셨습니다. 구약성경에서 초 기 성조들의 삶은 ..

사제의 공간 2024.04.23

성주간 | 손병익 루카 신부님(괴산 본당)

성주간 손병익 루카 신부님(괴산 본당) 오늘 주님 수난 성지 주일부터 성토 요일까지 한 주간을 “성주간”이라고 합니다. 성주간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 음을 묵상하는 주간으로 가톨릭교회 의 전례주년 가운데 가장 거룩한 한 주 간입니다. 이 주간에 교회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통하여 이룩하신 하느 님의 구원 신비에 특별한 방식으로 참 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례주년 전 체의 정점을 이루는 성주간 전례는 예수님 생애의 마지 막에 일어난 사건을 기억하고 묵상하는 가운데서 예수 님의 부활을 맞이하도록 해 줍니다. 예수님이 어린 나귀에 올라앉으셔서 예루살렘으로 향하셨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겉옷을 길에 깔았 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잎이 많은 나뭇가지를 꺾어다가 길에 깔았습니다. 그리고 “호산나! 주님의 이름..

사제의 공간 2024.03.24

죽어야 산다 | 최상훈 디모테오 신부님(서운동 본당)

죽어야 산다 최상훈 디모테오 신부님(서운동 본당) 사순 제5주일입니다. 눈앞에 다가온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바라보면서, 오늘 독서와 복음은 교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파스카 신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 줍니다. 예수님을 통한 신앙 생활이란 막연한 결심, 아니면 단순히 ‘잘 살아야 하는데…’가 아니라 파스카 신비를 이해하고 그 삶으로 초대받는 신비의 여정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축제에 예배드리러 온 그리스 사람 몇 명이 “예수님을 뵙고 싶습니다.”라고 청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만나서 얘기하지 않으시고 마치 독백처럼 밀알 이야기를 하십니 다. “밀알 하나가 떨어져 죽어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인생의 본질, 예수의 정체, 파스카 신비는 인간의 ..

사제의 공간 2024.03.15

빛이신 예수 | 김남오 알로이시오 신부님(지현동 본당)

빛이신 예수 김남오 알로이시오 신부님(지현동 본당) †찬미 예수님! 주님의 축복을 빕니 다. 오늘은 사순 제4주일입니다. 오 늘 복음 묵상의 주제는 빛이신 예수님 을 찾아온 니고데모처럼 우리도 빛을 찾아 나서자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유대교 랍비인 니고데모와 예수님의 대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른 유대 교 지도자들과는 달리 니고데모는 예 수님의 말씀을 진심으로 믿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동료들이 두려워 공공연히 예수님을 지지할 수는 없었 습니다. 결국 그는 남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한밤중에 예 수님을 찾아와서 가르침을 듣고자 합니다. 예수님과 니 고데모의 대화 주제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는 새로 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로 나야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광야의 구리 뱀처럼 높이 들..

사제의 공간 2024.03.07

겁먹고 비겁하지 않기를 | 안광성 타대오 신부님(교현동 본당)

겁먹고 비겁하지 않기를 안광성 타대오 신부님(교현동 본당) 새로 바뀐 교구 규정에 따라 소위 현 직 원로 신부들도 교구 주보 강론 당 번을 하게 되어 은경축 이후 오랜만 에 주보 강론을 맡게 되었습니다. 오 늘 사순 제3주일 복음으로 들려진 내 용은 예수님의 성전 정화입니다. 당시 종교적 부조리의 끝판이라 할 수 있는 성전 봉헌 예물 관행은 상상을 초월하 는 타락의 정점이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어렵고 힘겨 운 삶을 살아가는 민중들이었는데 기득권층들은 하느 님의 규정을 따라 살아가려는 그들의 신실함을 역 이용 하여 규정보다도 훨씬 큰 비용이 들어가도록 봉헌 관행 을 만들고 묵인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부당함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환전상들의 상을 둘러엎고 희생 제물이 될 동물들을 파는 상인들을 성전..

사제의 공간 2024.03.02

주님께서 미리 마련해 주신다 | 이중섭 마태오 신부님(엄정 본당)

주님께서 미리 마련해 주신다 이중섭 마태오 신부님(엄정 본당) 1994년, 전 세계의 언론과 방송들은 니콜라스 그린이라는 7살 미국 소년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이 소년은 이탈리아에서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던 중, 강도들의 총을 맞고 죽었다. 무장한 강 도들이 차와 돈을 탈취하려고 풀숲에서 숨어 기다리고 있다가 니콜라스 가족이 탄 차가 지나가자 총탄 세례를 퍼부었다. 다른 가족은 도망하는 데 성공했으나, 자동차 뒷좌석에 누워 잠들어 있던 니콜라스는 총탄을 여러 발 맞았다. 소년은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지고 말았다. 이 소식 을 들은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고 분노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분노는 곧 놀라움과 찬양으로 바뀌 었다. 소년의 가족이 소년의 장기를 기증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탈리아 사람 여덟 명..

사제의 공간 2024.02.26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마르 1,41) | 박영봉 마태오 신부님(봉방동 본당)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마르 1,41) 박영봉 마태오 신부님(봉방동 본당)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오늘은 연중 제6주일입니다. 오늘 봉독된 제1독서, 레위기에서 주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누구든지 살갗에 악성 피부병 이 나타나면, 부정한 사람이므로,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풀고, ‘부정한 사람이오.’하고 외쳐야 한 다.”고 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떤 나병환자가 예수님께 와서 도움을 청하며, 무릎을 꿇고 “스승님께서는 하 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 어라.”고 하시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2월 11일은 영육간에 아픈 사람..

사제의 공간 2024.02.07

선택 | 장 건 알베르토 신부님(송절동 본당)

선택 장 건 알베르토 신부님(송절동 본당) † 찬미 예수님! 안녕하세요! 이번 한 주간 다들 잘 지내셨습니까? 이번 한 주간도 각자 삶의 자리에서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 주간에 있었던 많은 수고로움, 하느님께 봉헌하며 새로운 한 주간, 주님께 힘과 용기를 받으러 모이신 여러분 한 분, 한 분에게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이 함 께하기를 기도드립니다. 성경 전체의 주제를 하나로 요약하자면 그것은 ‘선택’입니다. 우리의 손은 두 개밖에 없어서, 우 리가 더 좋은 것을 선택하기 위해서 다른 것을 포기하는 것은 특별한 것도 없는 당연한 모습입니 다. 특별히 이스라엘의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섭리를 곱씹는 구약성경 전체를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억하면서 실천할 때 주어지는 하느님에게서 오는 생명과 자유, ..

사제의 공간 2024.01.22

예수님의 손과 발 | 조중희 가브리엘 신부님(사회사목국장)

예수님의 손과 발 조중희 가브리엘 신부님(사회사목국장)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도 중반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는 일은 우리에게 매 우 커다란 은총이며 기쁨입니다. 오늘 주일의 독서와 복음은 온통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우리 가 기다리는 예수님은 어떤 분이고,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 복음 속 바리사이의 제자들은 요 한의 증언대로 참된 예수님을 만났을까요? 참된 기쁨으로 다가오신 주님을 만났었던 옛 여정을 돌이켜 봅니다. 시골 본당신부로 있을 때 홀로 사시는 할머니 집을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할머니는 ‘예수님, 어서 오셔요!’하며 대문 앞에서 제게 인사하셨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인사말이었습니다. 할머니 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가 기도를 바치고 성수를 뿌리는 도중 하나의 물건이 유..

사제의 공간 2023.12.17

‘나의 탈렌트는 어디에 있나요? | 정구용 마르코 신부님(중앙경찰학교 담당)

‘나의 탈렌트는 어디에 있나요? 정구용 마르코 신부님(중앙경찰학교 담당) 주인은 종들에게 각각 다섯 탈렌드, 두 탈렌트, 한 탈렌트씩 맡기고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그들과 셈을 하는데 다섯 탈렌트와 두 탈렌트를 받은 종은 그걸 두 배로 불립니다. 반 면에 한 탈렌트를 받은 종은 땅속에 묻어두었다가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죠. 그러자 주인은 돈을 빼앗아 열 탈렌트를 가진 종에게 주라고 합니다. 얼핏 보면 가진 사람은 더 갖고 못 가진 사람은 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빈익빈 부익부‘의 세상 부조리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하느님 나라도 가진 사람에게 후한 걸까요? 오늘 복음 말씀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하느 님께서는 ‘얼마만큼 가졌냐? 얼마나 벌었냐?’를 보시지 않고, ‘얼마나 잘 활용하였나?’를..

사제의 공간 2023.11.16

깊은 신앙, 기쁜 신앙!_이성용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_군종 (공군 화성대 성당)

깊은 신앙, 기쁜 신앙! 이성용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_군종 (공군 화성대 성당) 작년에 임관하고 부대로 발령받았을 때, 10년 전의 군대를 떠올리며, 몽쉘 2개로 행복했던 군인들의 모습을 상상 했습니다. 아울러 성당이 꽉 찰 정도로 병사들이 모여앉아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천 명의 장병이 근무하고 있는 부대에서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은 30명가량이었고, 그중에서도 10명 정도가 병사들이었습니다. 또한 큰맘 먹고 준비한 버거킹 햄버거를 줄 때, 몇몇 병사들은 “신 부님 드세요.”라며, 저에게 양보해주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바라보며, 다른 장병들은 늦잠을 자 고 휴대폰을 하거나 운동을 하며 한 주간 근무로 힘들었 던 몸과 마음을 정비하는 시간에 성당..

사제의 공간 2023.10.04

자주 떼쓰고 투정 부려도 결국은 아빠의 손을 꼭 붙잡고 따라가는 아이처럼 | 최승환 요셉 신부님(청주성모병원 원무행정부장)

자주 떼쓰고 투정 부려도 결국은 아빠의 손을 꼭 붙잡고 따라가는 아이처럼 최승환 요셉 신부님(청주성모병원 원무행정부장) “하느님 안돼요! 싫어요! 못해요! 저한테 왜 이러세요!” 삶을 살아가면서 내 생각과 내 뜻, 내 의지, 내 바람과 반대되는 일들이 일어날 때 제 마음에서 터져 나오는 말들입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사제, 예수님 사랑의 신비, 성체의 신비를 매일 거행 하고 그 기적을 몸소 체험하는 사제이지만 하느님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불만과 투정 속에서 살아갈 때가 많음을 고백합니다. 그런 부족한 저에게 오늘 복음 말씀은 아빠가 아이에게 들려주 는 자비로운 위로의 말씀으로, 또 제가 가야할 길을 명확히 알려주시는 진리의 말씀으로 다가옵 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두 아들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사제의 공간 2023.09.30

우리의 첫째 자리 | 석현일 마르코 신부님(내수 본당)

우리의 첫째 자리 석현일 마르코 신부님(내수 본당) 주일학교 미사 때 학생들에게 한국 천주교 103위 순교 성인 중 가장 어린 나이였던 유대철 베드로의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마치며 “우리 친구들도 하느님을 위해 용감히 목숨을 바칠 수 있겠어요?”라고 물으 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있게 “네!”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 학생이 이렇게 얘기합니다. “신부님! 근데요. 다들 저렇게 말해도 실제로 그런 상 황이 오면 안 그래요.”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웃기기도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학생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 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혹시 어른들이 신 앙 안에서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을 보였나?’ 하는 생 각과 함께, ’실제로 칼을 들이대며, 신앙을 ..

사제의 공간 2023.09.13

성경은 교훈을 주는 책이 아닙니다. | 류재은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중흥 본당)

성경은 교훈을 주는 책이 아닙니다. 류재은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중흥 본당) 세상에는 참으로 좋은 말(명언)들이 많습니다. 말은 존재를 드러내기에 누가 하느냐에 따라 또 는 듣는 이가 어떤 처지 있느냐에 따라 그 무게가 결정됩니다. 말은 무게에 따라 금방 사라지기 도 긴 여운을 남기기도 때로는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성경 안에도 참으로 많은 말씀이 담겨있습니다. 성경의 내용 또한 읽는 사 람의 처지에 따라 그 무게가 달리 느껴집니다. 저도 그 무게를 느끼기 위해 내용에 집중하고 나 의 처지에 대입하면서 읽고 묵상해 왔습니다. 이런 저에게 오늘 예수님의 질문은 거기에만 머물 지 말라는 무거운 초대의 말씀으로 들립니다.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 “그러면 너희는..

사제의 공간 2023.08.23

주님 닮은 사랑의 변모 | 백수현 사도 요한 신부님(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관장)

주님 닮은 사랑의 변모 백수현 사도 요한 신부님(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관장) 지난 6월 사제 피정을 다녀왔습니 다. 함께 살고 있는 원로신부님께서 피 정을 다녀온 저에게 말씀을 건네주십 니다. “피정을 하고 왔는데, 날개 어디 있어요?” 피정 기간 동안 기도 가운데 주님과 머물다 왔으니, 거룩해졌느냐 는 물음이겠지요. 저는 대답했습니다.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관장 “옷 속에 꼭 숨겨 두었어요. 신부님!” 주님 닮은 거룩함이 지금 바로 드러나 지는 않지만, 제 안에 주님께서 주신 선함과 사랑이 드 러나길, 거룩한 모습으로 변해가길 부단히 노력해야겠 습니다. 오늘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 앞에서 거룩하게 빛나는 모습으로 당신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신 것을 기억하는 축일입니다. 또 우리도..

사제의 공간 2023.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