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겁먹고 비겁하지 않기를 | 안광성 타대오 신부님(교현동 본당)

松竹/김철이 2024. 3. 2. 10:10
겁먹고 비겁하지 않기를

 

                                                               안광성  타대오 신부님(교현동 본당)

 

 

 

새로 바뀐 교구 규정에 따라 소위 현 직 원로 신부들도 교구 주보 강론 당 번을 하게 되어 은경축 이후 오랜만 에 주보 강론을 맡게 되었습니다. 오 늘 사순 제3주일 복음으로 들려진 내 용은 예수님의 성전 정화입니다. 당시 종교적 부조리의 끝판이라 할 수 있는 성전 봉헌 예물 관행은 상상을 초월하 는 타락의 정점이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어렵고 힘겨 운 삶을 살아가는 민중들이었는데 기득권층들은 하느 님의 규정을 따라 살아가려는 그들의 신실함을 역 이용 하여 규정보다도 훨씬 큰 비용이 들어가도록 봉헌 관행 을 만들고 묵인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부당함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환전상들의 상을 둘러엎고 희생 제물이 될 동물들을 파는 상인들을 성전에서 쫓아냅니 다. 부당한 규정에 대하여 불만은 가득하지만 두려워 서 울며 겨자 먹듯이 따를 수밖에 없었던 이들을 대신 하여 예수님께서 손수 나서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런 행동에 제자들은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이 저를 집어삼 킬 것입니다.”라고 성경에 기록된 말씀이 생각났다. 라 고 한 것을 보면 이 사건이 미칠 위험과 파급력이 얼마 나 크게 될 것인지를 예고합니다. 민중의 신심을 이용 하여 기득권을 챙기고 뒷돈을 챙기던 이들에게는 예수 님을 반드시 죽여 없애야 하는 인물로 벼르게 된 사건 이 되었습니다. 한편으로 예수님의 행동에 많은 이들이 마음속 지지를 하고 더위에 소나기를 맞은 시원한 감정 을 느꼈을 테지만 예수님과 함께 행동하지 못하고 겁먹 은 채 숨을 죽이고 지켜볼 뿐입니다. 마침내 예수님의 반대자들은 예수님께 죽음의 올가미를 씌울 음모를 꾸 밉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도 자기들이 지은 죄를 감추고 오히려 정적들에게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뒤집 어씌워 모함하고 괴롭히며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까지 하는 악행이 일상으로 일어납니다. 정보가 한정 되어있 는 데다가 겁먹고 비겁하기까지 한 보통 사람들의 심리 를 이용하여 선한 이를 악인으로 호도하고 악을 선으로 위장한 채 음모를 꾸며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또다시 착취당하고 노예적 삶을 살아 갑니다.

 

사순절 중반에 들어섭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성전을 정화하시듯 우리들의 마음도 예수님께 내어놓아 정화 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스스로를 속이고 다른 이들까 지도 진리에 다가서지 못하도록 하거나 뻔한 거짓이 무 도하게 주장하는 일들은 없는지 올바로 판단해 내야 합 니다. 그리고 바른 실천으로 거짓과 부정이 당연시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하며 평화를 살아야 합니다. 부당 한 권력에 겁내지 말고 비겁하지도 않으며 하느님의 정 의가 꽃피는 올바른 사회가 되도록 힘쓰며 옳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