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걸림돌 | 김광호 요셉 신부님(여사울성지 전담)

松竹/김철이 2024. 3. 3. 09:42

걸림돌

 

                                         김광호 요셉 신부님(여사울성지 전담)

 

 

걸림돌은 어떤 일을 해 나가는 데 장애가 되 는 요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신앙에 있어서 하느 님께 나아가는 데 걸림 돌은 무엇일까?

 

제1독서는 10계명을 말씀해 주시고 있다. 이 계명들을 기초로 율법이라는 거대한 계율들이 생겨난 다. 시대가 지나고 많은 계율들이 생겨남으로써 해석 해 주는 사람이 생겨난다. 그 많은 율법을 기억하지 못하여, 상황에 따라서 해석해야 하기 때문에 권위 있는 사람이 필요해졌다.

 

이 해석은 인간이 해 나간다. 모든 경우는 아니지만 그 가운데에는 이권과 권력과 욕심이 함께하게 된다. 소수이거나 제한된 경우라면 그 사회에서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법이 권력이 되 는 상황이 되면 최초의 계명이 이야기하는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에 걸림돌이 된다. 권위는 필요하나 권력이 되면 방향을 지시하던 표지판이 목적지가 되어버리고 만다.

 

예수님은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유다 인들은 “이 성전을 마흔여섯 해나 걸려 지었는데, 당 신이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는 말이오?”라고 이야 기한다. 다윗이 성전을 세운 것은 하느님의 집으로 하느님이 머무르는 곳, 성별된 곳으로 그곳에서 하느 님의 존재를 느낄 수 있도록 해 준 장소라 할 수 있겠 다.

 

구약에서 말하듯 하느님에 대한 형상은 만들 수 없고, 현실적 존재감을 찾을 수 없기에 성전의 건재함은 하 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해 왔을 것이다.

 

그러한 성전을 허물라는 것은 하느님에 대한 우리 의 관념을 깨뜨리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성전이 우리에게 하느님의 현존을 일깨워주는 곳이 었지만 그 역할을 다하고 율법이 하느님께 나아가는 걸림돌이 되었듯이, 하느님을 상징해 주던 건축물이 하느님 그 자체가 되어 걸림돌이 되어 버린 성전을 허 물어 버리라고 한 말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순 시기 동안 유형의 참회는 물론이거니와 무형 의 죄에 대한 참회도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하느님께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무엇인지 인식할 수 있다면 거두어내는 노력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그분의 길을 걸 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