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걸림돌과 어리석음 | 겸손기도 마진우 요셉 신부님(초전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4. 3. 4. 10:00

걸림돌과 어리석음

 

                                                          겸손기도 마진우 요셉 신부님(초전성당 주임)

 

 

 

신앙인들은 세상을 몰라서 신앙생활을 하는 게 아닙니다. 신앙인들은 세상을 잘 알면서 신앙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세상의 좋음이 좋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습니까? 그것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자동으로 교육되는 것입니다. 맛있는 사탕이 좋고, 값비싼 장난감이 좋고, 1등하는 것이 좋은 법입니다. 다만 신앙인은 다른 가치관에 눈뜬 이들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새롭게 배운 가치관과 비교해서 이전의 좋음들을 비교할 줄 아는 이들입니다.

 

세상의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신앙은 걸림돌이며 어리석음입니다. 자신이 이미 무언가를 가졌다고 착각하는 이들에게 신앙은 우리가 생각만큼 가지지 않았음을 드러내기에 우리는 걸려 넘어집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똑똑하다는 사람들, 자신의 합리성에 비추어 신앙을 바라보려는 사람들에게 신앙인들이 하는 행동은 너무나 비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그 가운데 핵심은 십자가입니다. 십자가는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멍청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행동입니다. 의인을 위해서 희생하는 것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악인을 살리겠다고 나서다니요.

 

그러니 교만과 세속성에 물든 이들에게 신앙이라는 것은 걸림돌이며 어리석음이 됩니다.

 

그러나 신앙이라는 세계관을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서 그 안에 조금씩 젖어들어가는 이들에게 신앙은 정반대의 면모를 드러냅니다. 신앙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사로잡혀 살아가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우리의 영원한 아버지가 있음을 잘 드러내어 주고 그분에게 진정한 힘이 있음을 알려 주어 그분의 힘에 의지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래서 신앙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힘이신 그리스도를 드러내어 줍니다. 그래서 십자가는 가장 강력한 선택이 됩니다.

 

또한 신앙은 현세에 사로잡힌 시선에서 벗어나 영원을 바라보게 해 줍니다. 그리고 그 영원을 바탕으로 오히려 현세를 더욱 현명하게 살게 도와줍니다. 사실 멀리 내다보는 이가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영원 안에 시선을 두면서 현세를 살아가는 이가 가장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신앙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지혜이신 그리스도를 선물해 줍니다.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