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중심의삶 23

예수님의 손과 발 | 조중희 가브리엘 신부님(사회사목국장)

예수님의 손과 발 조중희 가브리엘 신부님(사회사목국장)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도 중반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는 일은 우리에게 매 우 커다란 은총이며 기쁨입니다. 오늘 주일의 독서와 복음은 온통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우리 가 기다리는 예수님은 어떤 분이고,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 복음 속 바리사이의 제자들은 요 한의 증언대로 참된 예수님을 만났을까요? 참된 기쁨으로 다가오신 주님을 만났었던 옛 여정을 돌이켜 봅니다. 시골 본당신부로 있을 때 홀로 사시는 할머니 집을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할머니는 ‘예수님, 어서 오셔요!’하며 대문 앞에서 제게 인사하셨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인사말이었습니다. 할머니 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가 기도를 바치고 성수를 뿌리는 도중 하나의 물건이 유..

사제의 공간 2023.12.17

‘나의 탈렌트는 어디에 있나요? | 정구용 마르코 신부님(중앙경찰학교 담당)

‘나의 탈렌트는 어디에 있나요? 정구용 마르코 신부님(중앙경찰학교 담당) 주인은 종들에게 각각 다섯 탈렌드, 두 탈렌트, 한 탈렌트씩 맡기고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그들과 셈을 하는데 다섯 탈렌트와 두 탈렌트를 받은 종은 그걸 두 배로 불립니다. 반 면에 한 탈렌트를 받은 종은 땅속에 묻어두었다가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죠. 그러자 주인은 돈을 빼앗아 열 탈렌트를 가진 종에게 주라고 합니다. 얼핏 보면 가진 사람은 더 갖고 못 가진 사람은 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빈익빈 부익부‘의 세상 부조리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하느님 나라도 가진 사람에게 후한 걸까요? 오늘 복음 말씀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하느 님께서는 ‘얼마만큼 가졌냐? 얼마나 벌었냐?’를 보시지 않고, ‘얼마나 잘 활용하였나?’를..

사제의 공간 2023.11.16

깊은 신앙, 기쁜 신앙!_이성용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_군종 (공군 화성대 성당)

깊은 신앙, 기쁜 신앙! 이성용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_군종 (공군 화성대 성당) 작년에 임관하고 부대로 발령받았을 때, 10년 전의 군대를 떠올리며, 몽쉘 2개로 행복했던 군인들의 모습을 상상 했습니다. 아울러 성당이 꽉 찰 정도로 병사들이 모여앉아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천 명의 장병이 근무하고 있는 부대에서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은 30명가량이었고, 그중에서도 10명 정도가 병사들이었습니다. 또한 큰맘 먹고 준비한 버거킹 햄버거를 줄 때, 몇몇 병사들은 “신 부님 드세요.”라며, 저에게 양보해주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바라보며, 다른 장병들은 늦잠을 자 고 휴대폰을 하거나 운동을 하며 한 주간 근무로 힘들었 던 몸과 마음을 정비하는 시간에 성당..

사제의 공간 2023.10.04

자주 떼쓰고 투정 부려도 결국은 아빠의 손을 꼭 붙잡고 따라가는 아이처럼 | 최승환 요셉 신부님(청주성모병원 원무행정부장)

자주 떼쓰고 투정 부려도 결국은 아빠의 손을 꼭 붙잡고 따라가는 아이처럼 최승환 요셉 신부님(청주성모병원 원무행정부장) “하느님 안돼요! 싫어요! 못해요! 저한테 왜 이러세요!” 삶을 살아가면서 내 생각과 내 뜻, 내 의지, 내 바람과 반대되는 일들이 일어날 때 제 마음에서 터져 나오는 말들입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사제, 예수님 사랑의 신비, 성체의 신비를 매일 거행 하고 그 기적을 몸소 체험하는 사제이지만 하느님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불만과 투정 속에서 살아갈 때가 많음을 고백합니다. 그런 부족한 저에게 오늘 복음 말씀은 아빠가 아이에게 들려주 는 자비로운 위로의 말씀으로, 또 제가 가야할 길을 명확히 알려주시는 진리의 말씀으로 다가옵 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두 아들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사제의 공간 2023.09.30

우리의 첫째 자리 | 석현일 마르코 신부님(내수 본당)

우리의 첫째 자리 석현일 마르코 신부님(내수 본당) 주일학교 미사 때 학생들에게 한국 천주교 103위 순교 성인 중 가장 어린 나이였던 유대철 베드로의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마치며 “우리 친구들도 하느님을 위해 용감히 목숨을 바칠 수 있겠어요?”라고 물으 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있게 “네!”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 학생이 이렇게 얘기합니다. “신부님! 근데요. 다들 저렇게 말해도 실제로 그런 상 황이 오면 안 그래요.”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웃기기도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학생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 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혹시 어른들이 신 앙 안에서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을 보였나?’ 하는 생 각과 함께, ’실제로 칼을 들이대며, 신앙을 ..

사제의 공간 2023.09.13

성경은 교훈을 주는 책이 아닙니다. | 류재은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중흥 본당)

성경은 교훈을 주는 책이 아닙니다. 류재은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중흥 본당) 세상에는 참으로 좋은 말(명언)들이 많습니다. 말은 존재를 드러내기에 누가 하느냐에 따라 또 는 듣는 이가 어떤 처지 있느냐에 따라 그 무게가 결정됩니다. 말은 무게에 따라 금방 사라지기 도 긴 여운을 남기기도 때로는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성경 안에도 참으로 많은 말씀이 담겨있습니다. 성경의 내용 또한 읽는 사 람의 처지에 따라 그 무게가 달리 느껴집니다. 저도 그 무게를 느끼기 위해 내용에 집중하고 나 의 처지에 대입하면서 읽고 묵상해 왔습니다. 이런 저에게 오늘 예수님의 질문은 거기에만 머물 지 말라는 무거운 초대의 말씀으로 들립니다.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 “그러면 너희는..

사제의 공간 2023.08.23

주님 닮은 사랑의 변모 | 백수현 사도 요한 신부님(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관장)

주님 닮은 사랑의 변모 백수현 사도 요한 신부님(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관장) 지난 6월 사제 피정을 다녀왔습니 다. 함께 살고 있는 원로신부님께서 피 정을 다녀온 저에게 말씀을 건네주십 니다. “피정을 하고 왔는데, 날개 어디 있어요?” 피정 기간 동안 기도 가운데 주님과 머물다 왔으니, 거룩해졌느냐 는 물음이겠지요. 저는 대답했습니다.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관장 “옷 속에 꼭 숨겨 두었어요. 신부님!” 주님 닮은 거룩함이 지금 바로 드러나 지는 않지만, 제 안에 주님께서 주신 선함과 사랑이 드 러나길, 거룩한 모습으로 변해가길 부단히 노력해야겠 습니다. 오늘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 앞에서 거룩하게 빛나는 모습으로 당신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신 것을 기억하는 축일입니다. 또 우리도..

사제의 공간 2023.08.03

“마음 밭에 뿌려지는 말씀” | 박동규 베드로 신부님(청주성모병원 원목)

“마음 밭에 뿌려지는 말씀” 박동규 베드로 신부님(청주성모병원 원목) 오늘 복음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말씀입니다. 이 말씀의 초점은 씨앗이 아니라 말씀의 씨앗 이 뿌려지는 토양인 마음 밭입니다. 먼저 왜 씨앗이 뿌려지는 땅이 마음을 뜻하는지도 알아볼 필 요가 있을 것입니다. 땅에 관한 말씀이 성경에 등장하는 것은 창세기입니다. 창세기 2장 7절에 보면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흙으로 빚어 만드셨다고 전합니다. 여기서 ‘사람’, 곧 히브 리말로 ‘아담’은 ‘흙’이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사람은 하나의 땅일 따름이지만, 하느님의 숨결이 닿아서 몸과 마음으로 이루어진 땅입니다. 세상의 땅에서는 인간이 씨를 뿌리고 곡식을 추수하 지만, 하느님이 빚어 만드신 사람이라는 땅에서는 하느님께서 씨를 뿌리고 추수..

사제의 공간 2023.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