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손과 발
조중희 가브리엘 신부님(사회사목국장)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도 중반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는 일은 우리에게 매 우 커다란 은총이며 기쁨입니다. 오늘 주일의 독서와 복음은 온통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우리 가 기다리는 예수님은 어떤 분이고,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 복음 속 바리사이의 제자들은 요 한의 증언대로 참된 예수님을 만났을까요? 참된 기쁨으로 다가오신 주님을 만났었던 옛 여정을 돌이켜 봅니다.
시골 본당신부로 있을 때 홀로 사시는 할머니 집을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할머니는 ‘예수님, 어서 오셔요!’하며 대문 앞에서 제게 인사하셨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인사말이었습니다. 할머니 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가 기도를 바치고 성수를 뿌리는 도중 하나의 물건이 유독 눈에 들어 와 박혔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몸통만 있는 매우 낡은 나무 십자가였습니다. 사연을 여쭤보니 오랫동안 간직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 팔과 다리가 떨어져 나갔다고 하셨습니다. 새것으로 들여놓으면 어떠시겠냐는 제안에 할머니 께서는 ‘예수님께서 가난하고 병들고 힘들어하는 우리를 위해 언제나 한걸음에 달려와 어루만져 주시곤 하셨잖아 요. 이제부터는 제가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되어 이웃을 어루만져 주고 함께 걸어가고 싶은 마음에…!’ 할머니가 건 넨 말을 듣고 한동안 멍하니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오늘 자선 주일을 지내며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되어 주고자 하신 촌로(村老)가 떠올랐습니다. 빛처럼 언제나 환 하고 밝은 얼굴로 기쁨과 평화가 충만한 삶 속에서 참된 예수님을 만나기 위한 길을 묵묵히 걷고 계신, 어쩌면 이 미 예수님을 온전히 닮아버린 할머니셨기에 그분을 통해 제가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손과 발은 언제나 상대방을 위한 베풂을 향해 열려 있었음을 기억하는 가운데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 하신 주님 말씀을 따라 우리 또한 그저 ‘남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주는 자선 행위 안에 서 이웃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만나는 행복을 맛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되어 드리는 애덕의 실천으로 다가올 성탄을 기쁘게 준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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