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밭에 뿌려지는 말씀”
박동규 베드로 신부님(청주성모병원 원목)
오늘 복음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말씀입니다. 이 말씀의 초점은 씨앗이 아니라 말씀의 씨앗 이 뿌려지는 토양인 마음 밭입니다. 먼저 왜 씨앗이 뿌려지는 땅이 마음을 뜻하는지도 알아볼 필 요가 있을 것입니다. 땅에 관한 말씀이 성경에 등장하는 것은 창세기입니다. 창세기 2장 7절에 보면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흙으로 빚어 만드셨다고 전합니다. 여기서 ‘사람’, 곧 히브 리말로 ‘아담’은 ‘흙’이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사람은 하나의 땅일 따름이지만, 하느님의 숨결이 닿아서 몸과 마음으로 이루어진 땅입니다. 세상의 땅에서는 인간이 씨를 뿌리고 곡식을 추수하 지만, 하느님이 빚어 만드신 사람이라는 땅에서는 하느님께서 씨를 뿌리고 추수하십니다.
복음 말씀대로 씨 뿌리는 이는 흙이 깊지 않은 길에도, 돌밭에도, 가시덤불에도 씨를 뿌립니다. 물론 이러한 곳은 씨앗이 싹을 틔운다 해도 풍성한 결실을 맺기 어렵다는 것은 씨 뿌리는 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빠짐없이 씨를 뿌리는 이유가 있다면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믿음은 씨앗이 지닌 생명력에 대한 믿음이고, 그 씨앗을 받아들여 싹을 틔울 땅에 대한 믿음입니다. 그분은 우리가 백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열 매를 맺을 땅이라 부르십니다. 그렇게 부르시는 이유는 우리가 열매 맺는 좋은 땅이 될 수 있다고 믿으시기 때문 입니다.
그런데 묵상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현실과 비교해 보면 일반적으로 작물을 키울 때 대부분의 농사꾼은 처음 부터 큰 소득을 얻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작은 소출을 얻다가 기술과 연륜이 쌓이면 삼십 배도 얻고, 정 말 하늘이 도와야만 백배의 열매를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오늘 복음은 알아들을 눈과 귀에 대해 서 말씀하십니다.
“너희에게는 하늘나라의 신비를 아는 것이 허락되었지만, 저 사람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마태 13,11). 저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며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마태13,13).
예수님께서 선포하시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에 관한 가르침을 알아들을 수 있는 눈과 귀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 하십니다. 사실 타고난 좋은 땅, 마음 밭은 없습니다. 말씀은 우리 각자에게 주어졌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매일 우 리 곁을 지나가시고, 우리 삶의 땅에 씨를 뿌리십니다. 아무도 예외가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오늘 그 말씀이 나의 마음 밭에 메마른 흙으로 만나게 될지, 가시덤불을 만날지, 혹은 싹이 나고 자라게 하는 좋은 땅을 만날지 알 수 없습니다. 말씀의 씨앗은 이미 우리 마음속에 있지만, 결실을 맺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만일 우리 는 원하기만 한다면, 하느님의 은총으로 좋은 땅이 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부족함을 통해서도 꽃을 피우시는 분이십니다. 일상에서 내 마음 밭이 척박해질수록 살아있는 말씀을 믿고, 인내와 희망으로 마음 밭을 가 꾸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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