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약자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시기 | 조민철 스테파노 신부님(농촌사목)

松竹/김철이 2023. 7. 12. 09:48

약자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시기

 

                                                                          조민철 스테파노 신부님(농촌사목)

 

 

신앙의 최종 목적지는 하느 님 나라, 하느님에 의해 다스려 지는 나라입니다.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성경은 시종일 관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이 미 와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 았기에 우리 인간의 참여가 반 드시 필요한 나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해야 그 나라가 도래할 것인지 예수님은 말씀뿐 아니라 온 삶으로 보여 주셨습니다.

 

‘동물의 왕국’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대자 연의 신비와 질서, 뭇 생명의 아름다움을 다양하게 보여 줍니다. 그럼에도 프로그램 제목이 말해 주듯 초점은 또 있습니다. 동물들 사이에 먹고 먹히는 약 육강식의 먹이사슬, 일련의 쫓고 쫓기는 생생한 긴장 감이 그것입니다. 당연히 포악하고 잔인하다 싶은 모 습들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다만 인간 사회가 아닌 동물 세계의 일들이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 들여집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도 그런 동물적 본능이 더 심하게 표출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재 물과 지위, 정보나 법 등의 권한을 가진 이들이 민주 주의 제도와 장치라는 보편적 테두리를 무너뜨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면 서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권력자들 때문입니다. 공권력이란 것을 사회 전체 공동선을 위해 쓰여야 할 공공의 자산이라고는 전혀 바라보지 않기 때문입니 다. 이는 민주주의 시대에 있을 수 없는, 독재 시대나 가능할 법한 ‘공권력의 사유화’입니다. 이제 자신들 의 명백한 거짓과 범죄에 대해서 수사는커녕 사과조 차 하지 않을 만큼 용감(?)해졌습니다. 한편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시민단체, 언론사, 노동자들에게는 응 징하듯 힘으로 내리누릅니다. 부자들의 세금은 줄여 주고, 그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농민과 장애인 등 사 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예산은 대폭 삭감합니다. 급기 야 바다 생태계 전체를 오염시키고, 어민들의 삶 자 체를 파괴할 수 있는 일본의 핵폐수 해양투기까지 앞장서서 지지해 주는 어처구니없는 행태의 연속입 니다. 국민들 대다수가 아무리 반대해도 눈치 볼 것 없이 으레 당당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생각은 단호하십니다.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라는 자들과 고관들처럼 백 성 위에 군림하거나 세도를 부려서는 안 된다(마르 10,42-43 참조)는 것입니다. 진정 높은 사람이 되려거든 섬기는 사람이 돼라(마르 10,43 참조)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을 믿는다면서도 세상 질서에 심취해 있는 지 도자들을 향해서도 ‘불행한 위선자’라고 질책하십니 다(마태 23장 참조). 따라서 하느님 나라에 정면으로 배 치되는 힘의 논리들, 가난한 이들에게 드리워진 소외 와 억압을 걷어내는 데 다시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인 것입니다.

 

오늘은 우리 사회의 약자들 중에 하나인 농민을 위하여 기도하는 스물여덟 번째 농민주일입니다. 지난 1996년 제1회 농민주일에 힘입어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서울대교구 우리농을 시작으로 교구마 다 우리농이 뿌리내리게 되었습니다(전주교구 우리농 은 1998년 설립). 다시 말해 가톨릭농민회가 중심이 된 소농들의 생명농업을 교회가 관심을 갖고 함께 발맞 춰 온 것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탄소중립과 생태환경 이 시대적 화두가 되었습니다. 끊임없이 약자를 향한 교회의 관심과 공동의 집을 위한 생명농업이 더 커 져나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