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주님 닮은 사랑의 변모 | 백수현 사도 요한 신부님(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관장)

松竹/김철이 2023. 8. 3. 09:52

주님 닮은 사랑의 변모

 

                                          백수현 사도 요한 신부님(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관장)           

 

 

지난 6월 사제 피정을 다녀왔습니 다. 함께 살고 있는 원로신부님께서 피 정을 다녀온 저에게 말씀을 건네주십 니다. “피정을 하고 왔는데, 날개 어디 있어요?” 피정 기간 동안 기도 가운데 주님과 머물다 왔으니, 거룩해졌느냐 는 물음이겠지요. 저는 대답했습니다.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관장 “옷 속에 꼭 숨겨 두었어요. 신부님!” 주님 닮은 거룩함이 지금 바로 드러나 지는 않지만, 제 안에 주님께서 주신 선함과 사랑이 드 러나길, 거룩한 모습으로 변해가길 부단히 노력해야겠 습니다.

 

오늘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 앞에서 거룩하게 빛나는 모습으로 당신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신 것을 기억하는 축일입니다. 또 우리도 그렇게 거룩하고 빛나는 모습의 하느님의 자녀다운 모 습, 예수님 닮은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 닫는 날이기도 합니다.

 

지상을 살아가면서도 하느님과 늘 일치하며, 예수님 닮은 삶을 살았던 분들을 성인(聖人)이라고 합니다. 성 인들은 날 때부터 성인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부족 하고 나약한 사람들이었지만, 부단히 변화되어서 예수 님처럼 거룩하게 변화된 사람입니다. 거울을 보듯이 하 느님을 자주 바라보면서 하느님과 늘 일치하려고 했고,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살았던 사람들이기에, 하느님의 거룩함을 닮은 사람이라서 성인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우리도 이러한 성인으로 불리움 받은 사람들입니다. 특 별하게 선택받은 사람들만 성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이 하느님께 특별한 사람들입니다.

 

노인복지관에서 사목을 하며, 많은 어르신을 만납니 다. 복지관 프로그램 중에 그분들의 젊은 시절 빛바랜 사진을 볼 때가 있었습니다. 젊고 잘생긴 총각 시절의 모습… 한껏 꾸민 어여쁜 처녀시절의 모습… 지금 모습 과는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모습도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다름을 새삼 생 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쩌면 세월 속에서 변하신 지 금 어르신들의 모습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묵상해봅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변모는 역설적이게도 곱고 참하던 아가씨가 자식들을 키우느라 세월 속에서 억척스러운 할머니로 변해가고, 자신만만하고 자존심 강했던 청년 이 가족을 위해 모든 걸 쏟고, 이제는 힘이 빠져 주름 많은 남자가 되는 변모가 아닐까 합니다. 사랑 때문에 자신을 희생하는 변모인 것이죠.

 

하느님이신 분이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연약한 인 간의 모습을 취하신 변모, 우리의 죄를 씻어주시기 위 해 십자가에 달리시어 고통 속에서 일그러지신 그분의 변모, 작은 빵의 모습으로 먹히고 씹히길 마다하지 않 으시는 주님의 거룩한 변모가 아름답습니다. 오늘 주님 의 거룩한 변모는 사랑 때문에 한없이 작아지고 약해지 신 분의 본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신 겁니다.

 

우리도 그런 아름다운 변모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 니다. 누군가를 위해 나를 내려놓고, 희생할 수 있는 사 랑의 변모, 주님 닮은 모습으로 변해갔으면 좋겠습니 다. 우리의 숨겨진 날개가 그렇게 조금씩 드러나 거룩 하신 주님을 닮아가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