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예수님의 외모 | 이재근 레오 신부님(교구 문화홍보국 차장)

松竹/김철이 2023. 8. 2. 08:42

예수님의 외모

 

                                                 이재근 레오 신부님(교구 문화홍보국 차장)

 

 

토요일 오후 미사 전 초등부 아이들이 나에게 놀러 왔다. 해야 할 일이 있었던 나는 간식을 주며 알아 서 놀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잘 놀았다. 주제는 연예인이었다. 들어본 적도 없는 연예인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각자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더 대 단하다고 다투었다. 그러면서 한 번씩 나에게 의견 을 물어보았다. 아는 사람이 없었던 나는 가만히 있 었다. 그러면 아이들은 나를 공격했다. 그러던 중, 한 아이가 신부님 별명을 지어주자고 외쳤다. 아이 들은 동의했고 갑자기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참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연예인을 내 별명으로 지어줄지 관심이 갔다. 몸만 일을 하고 있었을 뿐 이미 마음은 아이들의 결 정을 향해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아이가 “맹구!”라 고 외쳤다. ‘맹구? 내가 아는 맹구는 연예인이 아닌 데 혹 내가 모르는 가수 중에 맹구가 있나?’하고 생 각했다. 아이들은 완전 닮았다며 환호했고 사진을 찾아 나에게 보여주었다. 만화 캐릭터였다. ‘짱구는 못말려’라는 유명한 애니메이션에 짱구 친구로 나 오는 아이였다. 생김새를 묘사하자면 얼굴이 대포 알처럼 길고 포인트로 늘 콧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리고 늘 억울해 보이는 모습을 가진, 한마디로 대충 생긴 아이였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이들이 연예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던 만큼 기대가 컸기 에 더 화가 났다. 그래서 연예인 중에 다시 찾아보 라고 숙제를 내주었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아직까지 그 누구도 숙제를 해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날 이후로 아이들은 나를 볼 때마다 맹구 신부님 이라고 불렀다. 맹구 뒤에 신부님을 붙여주는 아이 들은 그래도 착하다. 그냥 맹구라고 부르는 아이들 도 많았다. 심지어 학부모들도 “신부님, 평소에 콧물 자주 흘리세요?”라고 인사했다.

 

어느 단체나 본당에 특강을 나가면 항상 나는 잘생 긴 신부가 최고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이미 얼굴 에서 힐링을 주기 때문에 존재 자체만으로 사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요즘은 못생 긴 신부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편해서 누구 나 쉽게 다가올 수 있다. 오히려 이 부분은 잘생긴 신부도 가지지 못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문득 예 수님은 어떤 모습이셨을지 궁금해졌다. 혹시 예수님 도 맹구 같은 모습은 아니셨을까? 그래서 당시에 힘 들고 아픈 사람들이 언제든 편하게 그분께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내 별명이 맹구라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예수님이 잘생기 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모 든 이들을 위해 가장 낮 은 자세로 세상에 오셨 으니 외모도 가장 겸손 한 모습이셨길 바라본다. 그러면 나도 맹구를 닮은 내 모습에 좀 더 자부심을 가 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