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깊은 신앙, 기쁜 신앙!_이성용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_군종 (공군 화성대 성당)

松竹/김철이 2023. 10. 4. 12:41

깊은 신앙, 기쁜 신앙!

 

                                             이성용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_군종 (공군 화성대 성당)

 

 

작년에 임관하고 부대로 발령받았을 때, 10년 전의 군대를 떠올리며, 몽쉘 2개로 행복했던 군인들의 모습을 상상 했습니다. 아울러 성당이 꽉 찰 정도로 병사들이 모여앉아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천 명의 장병이 근무하고 있는 부대에서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은 30명가량이었고, 그중에서도 10명 정도가 병사들이었습니다. 또한 큰맘 먹고 준비한 버거킹 햄버거를 줄 때, 몇몇 병사들은 “신 부님 드세요.”라며, 저에게 양보해주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바라보며, 다른 장병들은 늦잠을 자 고 휴대폰을 하거나 운동을 하며 한 주간 근무로 힘들었 던 몸과 마음을 정비하는 시간에 성당에 오기 위해 준비 하고, 미사에 참례하는 까닭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최 근 예비자 교리를 시작한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왜 예 비자 교리를 시작하게 되었니?” 이 물음에 그 친구는 말 했습니다. “최근에 외할머니께서 귀천하셨다. 가까운 사 람의 죽음을 지켜보니,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다. 그 답을 종교에서 찾을 수 있 을 것 같다.” 이 말을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예전처럼 성당에 군인들로 가득 찬 미사를 봉헌할 수는 없지만, 진정으로 신앙의 의미를,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군인들 로 오늘도 성당은 채워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성당에 오는 이들만이 종교와 삶의 의미를 아는 것은 아닙니다. 작년에 훈련하는 전투기가 추락하 는 사고가 나서, 조종사들을 위로하고 기도해주러 갔 던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인명사고가 나지는 않았지만, 전년도에 있었던 추락사고와 겹쳐서 부대원들의 트 라우마는 엄청났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놀랄만한 이 야기를 들었습니다. 조종사들이 크게 다치거나 사망하 게 되는 이유가 추락하면서도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 호하기 위해 모든 것이 안전하다 생각될 때까지 탈출 레버를 당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조종 사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요한복음 15장 12절의 말 씀뿐이었습니다.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 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이들은 이 말씀을 이미 몸소 실 천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조종사들을 이 말씀으로 위로하고, 기도해주었더니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인 조종사들도 고개를 숙이고 엄숙한 분위기로 함께 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기도가 끝나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신부님, 저희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이처럼 모든 임무에서 자신의 안전보다는 국민의 안 전과 평화를 우선시하기에 군인들은 죽음과 가까이 살 아갑니다. 군 장병들이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을 이겨내 도록, 또 자신의 사명이 가치 있음을 계속해서 일깨워 주는 것이 바로 군종신부의 역할입니다.

 

오늘은 군인 주일입니다. 많은 군 장병들이 자신의 생 명과 시간 노력과 땀을 흘리며, 이 나라를 지키고 있습 니다. 이 나라 국민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사명을 다하 는 군인들을 위해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군 종 사제들이 종교와 삶의 의미를 찾는 장병들에게 주님 의 길을 제시하고 함께 걸을 수 있도록 영적, 물적으로 많은 도움 주시기를 청합니다. 군인들과 군인들을 도와 주시는 모든 분께 이 말씀을 전합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