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움의 의미
겸손기도 마진우 요셉 신부님(초전성당 주임)
부가 누적되면 행복할까요? 그러면 세상의 모든 부자들은 아무 걱정도 없고 마냥 행복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부를 소유한 이들과 가까이서 대화를 나누어 본 사람이라면 상황이 마냥 녹록치 않다는 것을 잘 알게 됩니다. 아니, 때로는 가진 것이 없는 이들과 진정으로 생활을 나누어 본 사람이라면 그들 안에서 소박함과 기쁨을 더 자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을 압니다.
다행히 저는 두 환경 모두 머물러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치부되는 곳에서 가난한 이들과 머물러 보았고 동시에 미국이나 캐나다를 다니면서 나름 지니고 산다는 이들과도 마주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값비싼 음식과 화려한 삶의 배경 뒤에 존재하는 어두움을 바라볼 수 있었고 소박한 삶 속에 피어나는 정겨움도 체험해 보았습니다.
사실 가진 사람들이 나눔에 더 인색합니다. 성경 말씀은 하나도 틀린 게 없습니다. 가난한 과부는 가진 것의 전부를 내어놓는가 하면 부자들은 저마다 있는 가운데 일부를, 자신의 삶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일부를 주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실천하는 그들의 내면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이들이 왜 나눌까요? 간단합니다. 자신도 가난해 보았고 아쉬워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이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자선입니다. 반면 부자들은 어떻게 나눌까요? 그들은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만큼의 선택을 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동정을 하긴 하지만 동냥에 가까운 행동을 합니다. 그것은 상대가 정말 필요로 하는 도움이기보다는 내가 주어서 마음 편한 정도의 도움인 셈입니다.
겉은 부유하지만 내면의 풍요로움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더욱 인색해지고 움켜쥐는 데에 혈안이 됩니다. 주머니에 십원도 없는 사람이라면 누군가 초대하는 식사 한끼라도 감사한 법이지만 한달에 이자만 몇백만원이 나오는 사람이라면 맛있는 식사, 색다른 식사가 아니면 가치없는 것이라고 느낄 것입니다. 아니 실제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부유한 이들을 초대하는 것보다 가난한 이들을 초대하는 것이 더 기쁜 일입니다. 가난한 이들은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풍요로움의 시간입니다. 수확하는 작물의 풍요로움, 모여드는 사람의 풍요로움, 넘쳐나는 음식들의 풍요로움이 가득한 시간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영혼도 풍요로웠으면 좋겠습니다. 탐욕과 이기심에 물들어 서로 다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하느님께 감사 기도라도 드리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참된 감사는 세상의 풍요로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풍요로움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한껏 배불리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리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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