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내적 생명력을 가로막지 않는 믿음 | 구윤회 안토니오 신부님(모충동 본당)

松竹/김철이 2024. 6. 14. 13:30

내적 생명력을 가로막지 않는 믿음

 

                                                                구윤회  안토니오 신부님(모충동 본당)

 

 

오늘 전례는 전체적으로 하느님의 절대주권을 강조합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당신 계획을 인 간의 역사 속에 완전히 자유롭게 실현하십니다. 인간들이 자주 당신 뜻에 어긋나는 응답을 할 지라도 그에 구애받지 않으십니다. 아니 오히려 당신 계획을 자주 바꾸십니다. 그리하여 주님 이 인간의 모든 생활과 행동에 결정적 요소가 되심을 인식시키려 하십니다. 이러한 점은 오늘 마르코 복음에 나오는 두 개의 씨 뿌리는 비유에서 더욱 명백히 드러납니다. 또한 하느님의 도 우심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 인간의 나약성을 고백하는 본 기도를 통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우리는 우리를 창조하신 분이 바로 하느님이심을 믿고 고백합니다. 바로 그분, 하느님께서 오늘 복음을 통해 서 우리에게 주님께 대한 전적인 신뢰심을 요구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땅에 뿌릴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작다. 그러나 땅에 뿌려지면 자라나서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들을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마르 4,31-32).

 

작은 씨앗이 자라서 공중의 새들에게 그늘을 제공할 수 있는 놀라운 생명력, 그 생명력을 주시는 분은 분명히 하느님이십니다. 따라서 하느님께 의지하는 신앙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성장력과 신장력을 지니게 됩니다. 바로 여기에 하느님 나라의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신앙인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체 내에 엄청난 내적 생명력을 지니게 됩니다.

 

물론 아주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그 생명력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이기심 이나 욕망이 우리의 내적 생명력을, 아니 하느님 나라의 비밀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부분 이 렇게 기도합니다. “제 뜻대로 마시고 주님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분명한 모순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서 주시는 놀라운 생명력을 가로막고 있는데, 어찌 주님 뜻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신 앙인으로서 하느님의 생명력을 믿고 의지할 것인지, 아니면 내 것만을 고집할 것인지. 내가 내 것 하나를 포기하 면 그것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기뻐할 것이고, 나아가 그것이 곧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