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아스피린 한 병 | 석판홍 마리오 신부님(양산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4. 6. 13. 09:08

아스피린 한 병

 

                                                    석판홍 마리오 신부님(양산성당 주임)

 

 

사람은 누구나 넉넉하고 건강하고 행복할 때는 하느 님의 존재조차 의식하지 않고 살다가, 경제적으로 허 덕이고 병들고 실패로 불행하게 되면 자신의 한계를 느끼며 하느님을 찾습니다. 이렇게 사람은 작아질 때 다시 말해, 좌절 속에 고통 당할 때 아이러니하게도 하 느님을 찾게 되고 하느님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이런 작은 자들 안에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십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세상에 오시어 스스 로 작은 자가 되시고 죽기까지 아버지 하느님께 순명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영광스럽게 성부 오른편에 앉 게 되셨습니다.

 

하늘 나라는 작은 자 곧 실패한 자, 고통받는 자, 슬픔 에 잠긴 자, 병든 자, 가난한 자, 약한 자, 대수롭지 않고 보잘것없는 자들 안에서 빛나고 성장합니다. 이른바 작은 자가 되어 겸손되이 하느님께 의탁하고 그분의 뜻을 헤아릴 때 겨자씨처럼 지금 당장은 작고 보잘것 없지만, 장차 큰 나무가 되고 영원한 생명과 부활의 영 광을 얻게 됩니다.

 

우리 신앙인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믿으며 희망 합니다. 세상 사람들 눈에는 하늘 나라가 보이지 않아 도 우리 눈에는 하늘 나라가 보이고 느껴집니다. 비록 겨자씨처럼 미미하여도, 하늘 나라는 이미 우리 가운 데 시작되었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자라고 있 습니다.

 

이탈리아의 어느 작은 마을에 사는 한 소년은 우연 히 책을 보다가 아프리카 오지에서 헌신하는 슈바이 처 박사에 관한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타지에서 가난하고 병든 원주민들을 돕는 슈바이처 박사의 삶은 소년을 눈물짓게 하였습니다. 소년은 슈 바이처 박사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슈바이처 박사는 아프리카에 있었고 소년은 그와는 멀리 떨어진 이탈리아의 작은 시골 마을에 있어서 어 떻게 해야 할지 매우 난감했습니다.

 

생각 끝에 소년은 공군 사령관에게 편지를 보냈습니 다. 편지와 함께 보낸 아스피린 한 병을 혹시 아프리카 를 지나가는 비행기가 있으면 그편에 보내어 낙하산으 로 슈바이처 박사에게 전해달라는 편지였습니다. 사령 관은 소년의 착한 마음에 감동하여 그 소년의 편지를 방송에 내보냈습니다. 그 결과 방송국과 군부대에는 아프리카로 보내 달라는 각종 의료용품이 산더미같이 쌓였습니다.

 

그 의료 용품을 전해 받은 슈바이처 박사는 이렇게 말 했습니다. “한 소년이 이렇게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다 니, 이 소년은 예수님께 물고기와 보리빵을 내놓아 수 만 명을 먹여 살린 소년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