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구 22

참된 힘과 능력의 발상지인 자기비하(自己卑下) | 김현태 루카 신부님(청수 본당 주임)

참된 힘과 능력의 발상지인 자기비하(自己卑下) 김현태 루카 신부님(청수 본당 주임) 우리 모두에게 힘과 능력이 차고 넘치면 얼마나 좋을까? 노인이 연신 노익장을 과시하고, 환자가 병석에서 벌떡 일어나며 가난뱅이가 대박을 맞아 일약 부호로 우뚝 자리한다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힘이 생겨나고 엄청난 지혜와 능 력이 주어진다면 이 모든 일은 가능하다. “스승님께서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르 1,40) 나환자의 믿음 어린 간청에 예수님께서는 그에 게 손을 갖다 대시며 한마디 말씀으로 낫게 하신 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마르 1,42) 그러자 나병은 씻은 듯 사라지고 뽀얀 살결이 돋아나 그는 새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오늘 복음은 인간이 지닌 믿음..

사제의 공간 2024.02.10

그 무렵 | 김동영 라파엘 신부님(청라 본당 보좌)

그 무렵 김동영 라파엘 신부님(청라 본당 보좌) 그 무렵. 확신하기에 참 모호한 시간입니다. 알 것 같지만 아직 풀리지 않고 감추어진 물음들로 인 하여 주저함과 망설임이 남아있는 시간, 여지를 둔 시간입니다. 주님께서 모든 민족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낸 사건을 기념하고 기억하는 주님 공현 대축 일도 한 편으로는 그런 것만 같습니다. 성탄의 감동이 채 가시지 않아 무엇이 꿈이고 무 엇이 현실인지 그 경계가 흐릿한 그 무렵입니다. 성탄 시기를 마무리하고 곧이어 연중시기를 맞이 해야 하는 그 무렵입니다. 이미 깨어 기다려온 아 기 예수님을 마침내 만나 뵌 기쁨과 다시 새롭게 한 해를 살아내야 할 마음의 준비가 아직 되지 않 은 막막함이 공존하는 그 무렵입니다. 그 무렵에 우리는 떠오른 주님의 별의 인도를 받 아..

사제의 공간 2024.01.05

신앙 이야기 | 신앙이라는 선물

신앙이라는 선물 친구들 대부분이 취업해서 회사에 자리를 잡았 던 이십 대 후반에, 저는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대했습니다. 체력이 좋지 않았던 저는 부 대의 일과를 따라가기 힘들었습니다. 거기에서 비 롯된 정신적 스트레스 그리고 군대 특유의 강압 적인 분위기는 제 삶을 지옥으로 바꾸어 놓았습니 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밤이 오기를, 밤이 되면 아 침이 오지 않기를, 아니면 이대로 눈이 떠지지 않 기를 바랐습니다. 그런 제게도 희망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종교 활동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부대 밖에서의 종교 활동은 모두 금지되었는데, 확진자 수가 조금 줄어들면 부대 밖에서 이뤄지는 종교 활동을 허락해 주곤 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저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미사에 참석할 수 있 었..

세대간 소통 2023.12.12

누가 혼인 무효 소송을 요청합니까? | 박희중 안드레아 신부님(가톨릭대학교 교회법대학원 교수)

누가 혼인 무효 소송을 요청합니까? 박희중 안드레아 신부님(가톨릭대학교 교회법대학원 교수) 누구도 당사자를 대신하여 그러한 요청을 할 수 없습니다. 교회법에서 혼인의 무효 소송은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한쪽 배우자 또는 상호 합의에 따라 양편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교회법이 오늘날보다 더 엄격했습니 다. 혼인 무효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은 배우자는 이 무효 선언을 받기 위한 절차를 개시할 수 없었 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젊은 여성이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도로 결혼했다면, 그녀는 교회 법원에 혼인 무효 선고를 요청하기 위해 이러한 사 유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청구인’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그녀는 혼인 무효 소송 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 한 사람의..

교회법 추녀 2023.11.02

청소년사목국 | 25년 근속 교리교사 수기

25년 근속 교리교사 수기 꼬마 자동차 붕붕이가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듯 교리교사인 제게도 힘을 주는 에너지 충전소가 있습 니다. 교리교사로 몇 번의 권유를 받았으나, ‘내가 감히 어떻게 교리교사를...’ 하고 정중히 사양하던 중 98년 하느님께서 제게 둘째 아이를 주실지도 모른다는 한 마디에 나도 모르게 “네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습 니다. 그렇게 교사를 시작하였고 애타게 원하던 아이 를 얻는 기쁨과 더불어 10년 근속으로 이스라엘 성지 순례까지 다녀오는 은총도 받았습니다.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했던 제게 선배 교사님들은 교리교사로서, 그리고 교사이기 전에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바른 가르침을 주었 고 그 가르침은 더욱 큰 힘이 되어 지금까지 제가 제 몫을 잘 해낼 수 있는 에너지..

세대간 소통 2023.10.21

재혼한 신자는 영성체를 할 수 없나요 | 박희중 안드레아 신부님(가톨릭대학교 교회법대학원 교수)

재혼한 신자는 영성체를 할 수 없나요 박희중 안드레아 신부님(가톨릭대학교 교회법대학원 교수) 이혼하고 나서 재혼하지 않은 신자는 가톨릭교 회에서 자유롭게 성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혼하고 재혼한 사람은 성체성사와 고해성사를 모두 받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교회 내에서 격렬한 논쟁의 주제가 되는 매우 고통스러운 문제입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 제1650항을 보면, “만일 이혼한 사람들이 민법에 따라 재혼한다면 그들은 객관적으로 하느님의 법에 어긋나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 상태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성체를 모실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실제로 이혼 하고 재혼한 신자들은 혼인의 불가해소성이라는 본질적 특성과는 모순되는 상황에 당면해 있습니 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48항에서 는 다음..

교회법 추녀 2023.10.13

끝까지 겸손되이 충실히! | 정재환 노엘 신부님(용현5동 본당 보좌)

끝까지 겸손되이 충실히! 정재환 노엘 신부님(용현5동 본당 보좌) 신학생이 된 후부터 지금까지 정말 많은 분께 과 분한 사랑을 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 는 ‘내가 잘나서 사랑받고 있다.’라는 교만한 마음이 불쑥불쑥 찾아오곤 합니다. 그런 교만한 마음은 더 큰 사랑을 받고 싶고, 더 잘나 보이고 싶은 욕심과 함께 찾아옵니다. 그러한 교만함과 욕심을 뿌리치지 않고 살아가다 보면 어느 시점에 돌아봤을 때 주님의 길을 따라 걷 고 그분께서 이끌어 주시는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려 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할 수 있는 방식과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만을 추구하려는 모습, 주님이 아닌 나 를 중심에 두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성찰하 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결과의 몫도 고스란히 제가 가지고 가려..

사제의 공간 2023.10.10

혼인성사만 무효로 선언됩니까? | 박희중 안드레아 신부님(가톨릭대학교 교회법대학원 교수)

혼인성사만 무효로 선언됩니까? 박희중 안드레아 신부님(가톨릭대학교 교회법대학원 교수) 아닙니다. 교구 법원의 무효 선언은 혼인뿐만 아 니라 다른 성사들에도 적용됩니다. 더욱이 혼인과 관 련하여 취소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않은 것처럼, 마찬 가지로 다른 성사들과도 관련하여 부적절합니다. 혼인과 함께 더 명확하게 비유하기 위해 또 다른 성사인 성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혼인과 달리 성찬 례의 집전자는 “유효하게 수품된 사제”(제900조)입 니다. 어느 주일, 사람들이 성당에 갔지만 사제가 없 었습니다. 지나가던 사제가 공동체를 위한 미사 봉 헌을 위해 제대로 올라갑니다. 공동체는 함께 기도 하고, 훌륭한 성가를 부르고, 특별한 강론을 들으며, 모두가 성체를 모셨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신자들 은 미사의 은총을 ..

교회법 추녀 2023.09.22

하느님이 보여야 이웃도 보입니다 | 이완빈 요셉 신부님(역곡2동 본당 보좌)

하느님이 보여야 이웃도 보입니다 이완빈 요셉 신부님(역곡2동 본당 보좌) 잘 지내기가 참 어려운 때입니다. 사람끼리도, 나라끼리도 그렇습니다. 아비 어미란 자가 인두겁 을 쓰고 제 새끼를 내다 버리지 않나. 힘센 나라가 수치심도 없이 힘 약한 나라를 깔아뭉개지 않나. 아무튼 안팎으로 위태로운 시절입니다. 사람끼리 든 나라끼리든 너와 내가 마주 선다는 점에서 결 국 본질은 이웃 사이입니다. 너와 내가 어디 보통 인연입니까. 네가 나인 듯 공들여 섬기라고 하느 님께서 맺어주신 너와 나인데 어쩌다 이리 각박해 졌느냐 하면, 그저 너랑 내가 맘이 상해서가 아니 라 너도나도 그만 하느님을 잊어버린 탓입니다. 하 느님이 보이지 않는 판국이니 사람이 보일 겨를이 있겠습니까. 하기야 하느님 등 뒤에서 몰래 열매나 훔쳐..

사제의 공간 2023.08.28

성체 신심의 두 가지 면 | 김현석 야곱 신부님(성체순례성지 전담)

성체 신심의 두 가지 면 김현석 야곱 신부님(성체순례성지 전담) 성체 신심은 크게 공적인 면과 개별적인 면으로 행 해진다. 성체 신심의 공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쉽게 성찬례를 떠올릴 수 있다. 왜냐하면 미사 안에서 성 찬례가 거행될 때 우리는 믿음으로 성찬례에 동참하 고 성체께 공경을 드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찬례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성체성사이다. 성체 신심 행 위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사가 거행된다. 공적 으로 사제가 신자들 앞에서 제병을 들어 올려 축성 하고, 교우들에게 성변화를 이룬 그리스도의 몸을 나 누어준다. 성찬례를 통해,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을 통해 이루신 성사를 다시금 거행하며 그분의 몸을 함 께 나누는 것이다. 그러기에 미사 전례 안에서 주로 성찬례가 거행되고 공적인 성체 신..

사제의 공간 2023.08.19

혼인성사와 교회법1 | 이혼한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 박희중 안드레아 신부님(가톨릭대학교 교회법대학원 교수)

혼인성사와 교회법1 | 이혼한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박희중 안드레아 신부님(가톨릭대학교 교회법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조이혼율(粗離婚率)1)의 변화 추세는 2003년 1천 명당 3.4건이었다가, 2021년 2.0건으 로 감소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추세로 이혼율이 감소하였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혼인율의 감소 에 따른 착시 효과로 판단됩니다. 이러한 이혼율의 상황은 가톨릭 신자들도 별반 차이가 없을 것입니 다. 민법상으로 이혼한 가톨릭 신자들은 교구 법원에 서 혼인 무효를 받아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습 니다. 그 이유는 교구 법원에 혼인 무효를 요청해야 하는 사실을 모르거나, 그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 다. 또는 그 과정이 복잡하다고 두려워할 수도 있습 니다. 일부 신자들은 재혼에서 평화를 찾았기..

교회법 추녀 2023.08.17

숨 쉬고 계시나요? | 채수민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님( 작전동 본당 보좌)

숨 쉬고 계시나요? 채수민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님( 작전동 본당 보좌) 식당에서 식사하던 한 남성이 몸을 가누지 못합니 다. 이내 뒤로 쓰러졌고 식당 안의 손님들은 큰 소리 에 놀라 돌아봤죠. 그러나 모두 당황해 어쩔 줄 몰랐 습니다. 그 순간 식사하던 어느 20대 남녀가 망설임 없이 뛰어옵니다. 여성이 호흡을 확인했고, 남성은 119에 신고했죠. 호흡이 없자 곧바로 심폐 소생술이 이어졌습니다. 가슴을 압박하고 숨을 불어넣었죠. 잠 시 뒤 쓰러진 남성이 몸을 움찔거리더니 숨을 되찾 습니다. ‘슈퍼맨 슈퍼걸 오는 줄’이란 제목의 뉴스로 접한 이야기입니다. 언론은 목격자의 이야기를 인용해 제 목을 붙였는데요. 목격자는 모두가 어쩔 줄 몰라 하 는데, 남녀가 망설임 없이 뛰어와 슈퍼맨과 슈퍼걸 로 알았다고 ..

사제의 공간 2023.05.28

나눔으로 생겨나는 마음|신현규 그레고리오 마카르 신부님(해외선교 일본)

나눔으로 생겨나는 마음 신현규 그레고리오 마카르 신부님(해외선교 일본) 찬미 예수님. 요즘 살아가면서 어렵지 않은 분은 없을 겁니다. 몇 년 전에 비해 물가가 더욱 상승하여 같은 양의 생 필품을 사더라도 돈이 더 많이 들고, 식당에서 식사 할 때 지갑이 과거보다 더 빠르게 얇아지는 것을 느 끼셨던 분도 계실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사회 현상 을 두고 개인마다 느껴지는 그 차이는 있겠지만, 아 무리 절약해도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 조금 여유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일은 오늘날 쉬운 것은 아닐 것입 니다. 그래도 여유로운 삶을 바라는 분들은 삶이 넉 넉하지 않더라도 먹고 살아가는 데 크게 문제는 없 을 것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는 분들은 과거에 비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마 도 이..

사제의 공간 2023.01.30

하느님의 참된 사랑|김동휘 시몬 신부님(사회복지법인 인천가톨릭사회복지회 부회장)

하느님의 참된 사랑 김동휘 시몬 신부님(사회복지법인 인천가톨릭사회복지회 부회장) 오늘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1년간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월드컵 16강,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 그 외 국내외에 발생한 수많은 안타까운 사건과 재해들도 있었습니다. 많은 일을 뒤로하고, 새해를 시작하며 복을 많이 받으라는 말은 새해에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는 뜻이 담긴 인사말입니다.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는 한 해를 시작하는 1월 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정하고 평화를 위해 기도하도록 권고하며, ‘평화란 생명과 진리와 정의와 사랑이 지닌 가장 높고 절대적인 가치를 선포하는 것’이라 말씀..

사제의 공간 2023.01.01

2022 cpbc 부활특강 제2강ㅣ남김없이, 선명하게, 쉽게 부활, 성사로서의 삶 | 장동훈 빈첸시오 신부님ㅣ인천교회사연구소 소장ㅣ인천교구

2022 cpbc 부활특강 제2강ㅣ남김없이, 선명하게, 쉽게 부활, 성사로서의 삶 | 장동훈 빈첸시오 신부님ㅣ인천교회사연구소 소장ㅣ인천교구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3tgYoP93Kz0 2022 cpbc 부활특강 제2강 "남김없이, 선명하게, 쉽게 부활, 성사로서의 삶" 2022년 cpbc 부활특강 두 번째 시간입니다 "남김없이, 선명하게, 쉽게 부활, 성사로서의 삶"라는 주제로 코로나19시대 이후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우리에게 진정한 부활의 의미가 무엇인지 인천교구 장동훈 빈첸시오 신부님의 강의와 함께 합니다. 장동훈 빈첸시오 신부 약력 2002 교황청립 우르바노 대학교 교의신학 석사 2002.8 사제 수품 2002.8 - 2003.8 인천교구 간석2..

영성 디딤돌 2022.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