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에이씨, 감사합니다!” | 이치국 히지노 신부님(작전동 본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5. 3. 18. 17:14

“에이씨, 감사합니다!”

 

                                                  이치국 히지노 신부님(작전동 본당 주임)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달라 지고 의복은 하얗게 번쩍였다.” (루카 9,29) 주님께서는 ‘모습이 변하고 옷이 하얗게 변했다’ 라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왜 성당에 다니십니까?”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요.”

“천국 가기 위해서요.”

이는 50점입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도 변화되어 야 합니다. 그래야 100점입니다. 어제까지 자기만 아는 난봉꾼이었다면, 이제는 착한 아빠, 착한 남 편으로 변해야 합니다. 이제까지 기도가 뭔지도 모 르고 살았다면, 하루에 1시간씩은 주님께 봉헌하 는 이들이 되어야 합니다.

 

정말 우리도 기도하면 변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기도의 첫 번째 내용은 ‘감사기도’입니다. 우리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다 아시는 주님이신데 뭘 더 달라고 기도하십니까? 저는 하루에 수시로 “감사 합니다”를 100번씩 외치려고 합니다. 천주교 신자 라면, 신부라면 어떤 일이 있어도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신념이 있기에,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좋은 일이 있어도 감사, 슬픈 일이 있어도 감사, 건강해도 감사, 아파도 감사!

 

감사기도를 하게 되면 첫째, 회복이 빠릅니다. 제 가 군종신부였을 때 눈썰매를 타다가 아이들을 피 하려고 오른쪽으로 틀었다가 안전망을 차고 나오 려는데 그만 틈이 있어서 거기에 다리가 끼어 발목 이 부러진 적이 있었고, 또 안식년 때 자전거로 인 도로 뛰어오르려다 팔이 부러진 적이 있었습니다. 몸이 무거워진 것을 잊고 사고가 났을 때 제 입에 서 나온 첫마디가 “에이씨, 감사합니다!”였습니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에이씨”라는 말이 먼 저 나왔습니다. 이어서 “감사합니다!”가 저절로 나 왔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통증이 아예 없었습 니다. 팔이 마치 조각이 나서 팔꿈치가 튀어나오려 는 느낌인데도, 아마 감사라는 약으로 아프지 않았 던 것 같습니다.

 

둘째, 감사기도를 하면 배포가 커지고 무서울 게 없어집니다. ‘까짓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하 는 마음이 생깁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래도 저래도 감사합니다. 죽으나 사나 감사합 니다. 무조건 감사합니다.”

이 말을 하면 신기하게도 제 몸속에서 이상한 힘 이 생기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신자 여러분도 매 일 따라 해 보세요.

 

셋째, 감사기도를 하게 되면 자선을 베풀게 됩니 다. 아프리카 아이들은 만 원이면 한 달을 살 수 있 다고 합니다. 우린 이 시대에, 이곳에서 얼마나 풍 요롭게 삽니까? 후원단체에 꼭 가입하시기를 바랍 니다.

 

저는 물질뿐만 아니라 이 지구를 깨끗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공원에서 산책하다 보면 그 아름다운 곳에서 휴지와 비닐봉지, 빈 깡 통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엔 ‘몰상식하게 이런 곳에 누가 쓰레기를 버리지?’ 하였으나, 시간이 흐 른 뒤엔 선행을 쌓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떨어 진 쓰레기를 줍습니다. 그리고 휴대폰 메모장에 ‘자 선/선행일지’란을 만들어 자선과 착한 일을 했을 때마다 적어 놓습니다. 좀 유치하죠? 하지만 하나 하나 적을 때마다 뿌듯함이 몰려옵니다. 훗날 최후 심판 때 부족한 공로가 있다면 이 메모장을 보여드 리며, ‘그때 이런 일 했다’라고 우겨보려고 합니다.

“자선은 하늘나라에 가는 지름길입니다.”

 

기도와 감사와 자선으로 얼굴과 마음이 변화되 는 사순절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