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겸손되이 충실히! | 정재환 노엘 신부님(용현5동 본당 보좌)

끝까지 겸손되이 충실히! 

 

                                                  정재환 노엘 신부님(용현5동 본당 보좌)

 

 

신학생이 된 후부터 지금까지 정말 많은 분께 과 분한 사랑을 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 는 ‘내가 잘나서 사랑받고 있다.’라는 교만한 마음이 불쑥불쑥 찾아오곤 합니다. 그런 교만한 마음은 더 큰 사랑을 받고 싶고, 더 잘나 보이고 싶은 욕심과 함께 찾아옵니다.

 

그러한 교만함과 욕심을 뿌리치지 않고 살아가다 보면 어느 시점에 돌아봤을 때 주님의 길을 따라 걷 고 그분께서 이끌어 주시는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려 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할 수 있는 방식과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만을 추구하려는 모습, 주님이 아닌 나 를 중심에 두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성찰하 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결과의 몫도 고스란히 제가 가지고 가려는 더 큰 욕심을 품게 되지요.

 

그렇기에 이러한 나약한 마음을 경계하며 그저 주 님의 도구일 뿐임을 기억하고 도구로서 맡은 소명에 충실함으로써 기쁨을 얻을 수 있도록 깨어있기를 항 상 다짐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 중에서 비유되는 포도밭의 소작인 들은 소출을 받기 위해 주인이 보낸 종들과 그의 아 들까지도 모조리 죽이고 자신들이 상속 재산을 차지 하려고 합니다. 그들이 처음 포도밭에서 일할 때부 터 그렇게 악한 마음을 품고 있었을까요? 그렇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열심히 일했겠지만, 시 간이 지날수록 자신들이 그렇게 땀을 흘리며 일하는 그 포도밭을 자신의 것처럼 여기게 되었겠지요. 그 러니 그곳에서 나는 소출을 주인이 가장 먼저 받아 가는 것이 못마땅했겠지요. ‘내가 땀 흘려 일한 결과 인데, 당연히 내 것이고 당연히 내가 가져야지.’라는 마음이 그들을 그렇게 악하게 변화시켰을 것입니다. 결국 그런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상속 재산도 일꾼 으로서의 품삯도 아닌,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벌이 었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이 비유 말씀은 당시 하느님의 부르심에 충실히 따르지 못한 채 교만한 위선에 빠져 있던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을 향하고 있었지 만, 이제 그 말씀을 함께 들은 오늘의 우리 또한 우 리 각자의 자리에서 주님께서 맡겨주신 삶의 여정을 끝까지 충실히 그리고 겸손되이 걸어갈 수 있기를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교회 안이나 세상 속에서도 우리는 매 순간 주님 의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 삶의 시 작부터 이미 당신의 섬세한 계획에 따라 우리를 빚 어 만드셨기에,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모든 순 간이 바로 주님께서 당신 보시기에 가장 좋은 모습 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불러주시고 가꿔주고 계시는 자리임을 항상 기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사실을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면 마지막 순간에 우리에게는 불행한 공허함만이 남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부터 바로 주님께서 내 삶의 주인이심을 다시 마음 깊이 새기 며, 그런 그분의 뜻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든 순간 에 주님의 가장 성실하고 기쁜 도구로서 살아가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주님과 함께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며 지금 내가 받은 부르심의 자리를 다시 한번 바라보고, 주님께 서 나를 어떤 길로 이끌어 주고 계시는지 그분의 뜻 을 찾으며, 그 길을 끝까지 충실히 걸어감으로써 주 님과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다짐해 봅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