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참된 힘과 능력의 발상지인 자기비하(自己卑下) | 김현태 루카 신부님(청수 본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4. 2. 10. 09:12

참된 힘과 능력의 발상지인 자기비하(自己卑下)

 

                                                                 김현태 루카 신부님(청수 본당 주임)

 

 

우리 모두에게 힘과 능력이 차고 넘치면 얼마나 좋을까? 노인이 연신 노익장을 과시하고, 환자가 병석에서 벌떡 일어나며 가난뱅이가 대박을 맞아 일약 부호로 우뚝 자리한다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힘이 생겨나고 엄청난 지혜와 능 력이 주어진다면 이 모든 일은 가능하다.

 

“스승님께서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르 1,40)

 

나환자의 믿음 어린 간청에 예수님께서는 그에 게 손을 갖다 대시며 한마디 말씀으로 낫게 하신 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마르 1,42) 그러자 나병은 씻은 듯 사라지고 뽀얀 살결이 돋아나 그는 새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오늘 복음은 인간이 지닌 믿음에서 나오는 행실 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하느님 께서는 보잘것없는 인간의 간절한 소망을 힘 있는 말씀을 통해 완성으로 이끄시는, 참으로 믿음직한 능력을 지닌 분이심을 알려 주신다.

 

힘과 능력은 모든 이의 염원이요 목표다. 힘이 없으면 살 수가 없고, 무능력은 사람 구실도 못 하 게 만든다. 세상은 힘과 기운, 능력과 권력으로 꾸 며져 있어 사람들은 암암리에 그에 부합하는 삶을 살고자 힘쓴다. 특히 학문 중에 과학은 제5차 산업 혁명을 목전에 두고 첨단기술의 위력을 뽐내고 있 다. 과학기술의 만능주의는 이미 지식산업 세계를 표방한 현대인들로 하여금 초월 세계와는 담을 쌓 게 하고, 일방적 과학 제일주의의 권세가 사방천지 에 펼치고 있다. 과학을 통해 모든 힘과 능력은 세 계 안에 압축되고 있으니, 형이상학적이며 세계를 벗어난 실체들은 지금에 와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과학이 세계 안에서 사람을 편의주의 적 사고체계로 이끌면서 구제의 손길을 펼치기는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영속적이지 못하다는 것, 또 세계를 넘어서는 인간의 영신 사정을 다루는 데는 완전 무지하다는 사실이다.

 

과학을 벗어난 신앙은 “주님은 나의 힘, 나의 굳 셈”(탈출 15,2)이라고 고백한다. 그분은 온갖 권세와 권한, 왕권과 주권, 권능, 권력을 지니신 분으로 만 물은 그분을 통해 창조되었다.(콜로 2,6 참조)

 

세상을 포괄하는 진정한 힘은 하느님에게서만 나온다. 주님은 이 모든 권한의 주재자이시다. 그 분이 지닌 힘과 능력은 나환자의 치유에서 드러나 듯 말씀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히브 4,12)

 

세상의 힘을 넘어서는 위력을 지닌, 전적인 권 능을 지니신 주님은 이 모든 것을 감추시는 메시 아의 비밀적 행동으로 자신을 드러내시려 한다.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 라.”(마르 1,43)

 

알고 보면 그분의 진정한 힘은 당신이 지니신 온갖 권력과 권한, 권세가 아니라 십자가의 영광 을 향한 발걸음 속에서 이웃 사랑을 위한 나눔과 섬김, 자기비하(自己卑下) 속에 있다는 것, 이 점을 주님은 오늘 복음에서 가르치면서 우리도 그렇게 당신을 닮아 살아가기를 바라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