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박명제 베네딕토 신부님(부산가톨릭평화방송 사장)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을 맞아 오늘 을 세계 병자의 날로 지내는 교회는 특별히 여러 가지 이유로 상처받고 고통받는 병자들의 빠른 쾌유를 위 하여 기도합니다. 가족과 이웃의 병자와 환자들을 찾 아뵙고 기도하며 위로의 말씀도 나누었으면 합니다.
신학교 1학년 때 봉사활동을 위해 소록도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올랐던 여정에서 나병 환자를 처음 대면했던 순간은 두려움 그 자체였 습니다. 뒷걸음질 치며 주저하던 저희를 보시고 인솔 신부님께서는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병균을 옮기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지만, 쉽게 이해되거나 받아들이기 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 후 신 학교 3, 4학년 방학에는 전라북도 고창에 있는 한센인 마을 동혜원 봉사활동으로 이어졌고, 아이들 교리교 육과 공소예절, 가족들과 식사를 하며 자연스러운 만 남과 가족적인 정과 사랑을 체험했던 의미 있는 시간 이었습니다. 헤어짐의 아쉬움과 고마움으로 다음에 꼭 찾아오겠다는 약속도 하여, 찾아뵙기도 하고 초대 하는 자리도 가졌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따스한 기 억들만 생각나고, 그들의 상처와 아픔을 조금 이해하 면서 저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음을 고백하 면서 저 역시도 또 다른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부족한 인 간임을 알게 되었고 그때의 은혜로운 추억이 새록새 록 떠오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은 나병 환자를 고치신 치 유 기적사화를 들려줍니다. 복음에서 나병 환자가 무 릎을 꿇고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 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르 1,40)라며 철저한 의탁과 간 절함을 담아 청하자, 가엾은 마음이 드신 주님께서는 손을 대시고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마르 1,41) 하시며 치유해 주시고 정해진 규정에 따라 사제에 게 확인받아 정상적인 생활로 이끄시고 마음의 치유까 지 얻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예수님을 찾아온 나병 환자의 자세를 보며 우리의 기 도와 청원은 어떠한지 되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얼마나 간절하고 전적인 의탁의 기도였는지, 나 자신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바람은 아니었는지, 또한 인내를 가지고 끈기 있게 갈망했는지... 오늘 나병 환자의 태도에서 배 웁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주님의 뜻이 이 루어지길 청하고 간구해야 할 것입니다. 나 자신만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주님의 뜻을 이루고 주님의 뜻에 맞추는 전적인 신뢰의 의탁이어야 합니다. 그러면 자 비하신 주님께서 그 마음을 아시고 우리의 기도를 곧 바로 들어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사도 바오로의 독서 말씀처럼 그리스도를 본받고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살아간다면 모든 것을 주님께서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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