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46시간? | 오정형 세례자 요한 신부님(점촌동 본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4. 2. 5. 10:00

46시간? 

 

                                             오정형 세례자 요한 신부님(점촌동 본당 주임)

 

 

스위스의 80살 먹은 노인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 생을 회고하면서 재미 삼아 자신이 써 온 시간 들을 계산해 보았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시간들을 꼽아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잠자는 데 쓴 시간 26년,

일한 시간이 21년,

식사 시간이 6년,

약속 기다리는데 5년

불안과 조바심으로 낭비한 시간이 5년,

세면 시간 228일,

넥타인 매는 데 18일,

담배 불붙이는 데 12일 아이들과 노는데 26일,

기쁘고 행복했던 시간은 총 46시간 뿐..

 

46시간? 80년을 사신 분이 기억하는 ‘기쁘고 행복했던 시간’이 고작 46시간이라는 말이 우리를 씁쓸하게 만듭니다. 조금 과장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바쁘게 산 시간에 비해 기쁘고 행복했던 기억이 많지 않은 건 우리에게도 사실인 거 같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삶의 진 짜 기쁨과 행복을 먼저 선택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시간을 배분해 보는 건 어떨까요? 10년이 지난 뒤에 이 렇게 시간을 쓰길 잘했구나, 할 수 있는 그런 계획들 말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하루 일과를 소개합니다. 예 수님께서는 회당에서 가르침 즉 복음을 선포하신 후 일행(시몬)의 집에 들러 식사를 하십니다. 그리고 아픈 여인(시몬의 장모)를 보시고는 고쳐주십니다. "해가 지고 날이 저물었을 때"는 "온갖 병자들을 고쳐주시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셨습니다."라고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밤 시간을 전합니다.“온 고을 사람들이..”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하니 밀려드는 인파에 아마도 밤늦게까지 일 하신 듯합니다. 그러나 "다음 날 새벽 먼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 외딴곳으로 가시어...” 기도하십니다. 예수님의 새벽기도나 밤중기도는 복음에 자주 등장하는 장 면이지요. 그리고는 또다시 길을 떠나십니다.

 

오늘 예수님의 갈릴래아 하루 일과를 보면서 맨 먼저 드는 생각은 ‘참 바쁘셨겠구나’입니다. 낮에는 회당에서 밤에는 숙소에서 늦게까지 일하시고 새벽 깜깜할 때 외딴곳을 찾아 기도까지 하셨으니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 강행군입니다. 두 번째 드는 생각은 우리도 예수님처럼 바쁜 일상 속에서 항상 ‘기도로 중심을 잡아야겠구나’ 입니다. 그 전날 흥행에 들뜬 제자들이 황급히 예수님을 찾아오지만, 주님께서는 이미 기도를 통해 당신의 중심을 잡으셨기에 흔들림 없이 그 전날의 성공이 아니라 다음 사명을 향해 길을 떠나십니다.

 

80살 노인의 지난 시간 이야기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다시 한번 중심을 잡을 것을 권고합니다. 예수님처럼 기도로 삶의 중심을 잡아야 바쁨 속에서도 기쁨과 행 복의 시간을 더 많이 내 것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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