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부산 699

누룩 | 현세의 복음적 삶, 내세의 영원한 삶

현세의 복음적 삶, 내세의 영원한 삶  몇 년 전부터 17세기 중국에 파견된 예수회 선교사 알폰소 바뇨니(1568-1640)가 저술한 한문서학서 『사말론四末論』을 번역하고 있다. 한문서학서는 명나 라 말부터 서양선교사들이 중국에서 전교활동을 전개 하면서 천주교 교리와 서양 문명에 관한 지식을 담아 한문으로 저술한 책이다. 이러한 한문서학서들이 조 선에 전래되었고, 우리 신앙 선조들은 이들 서적에 대 한 연구를 통해 천주교를 이해하고 신앙에까지 이르 게 되어 한국천주교회 설립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사말론은 천주교의 사말 교리를 적어 놓은 것이다. 요리문답으로 교리를 배운 옛 신자들은 ‘사말’이라는 용어가 익숙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도 생 소할 것이다. 사말은 사람이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네 ..

세대간 소통 2025.03.22

누룩 | ‘생태적 삶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순례자’

‘생태적 삶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순례자’올해는 교회의 희년 정신으로 모든 창조세계가 본래 의 자리, 생명의 자리로 돌아가는 은총의 해이자, 『찬 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을 맞이하는 특별한 해입니 다. 전 세계에서 전쟁이 멈추고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 아가는 기쁨의 희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삶의 존 엄성을 회복하는 자비의 희년, 공장 옥상에서 고공 농 성을 이어가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터로 당당하게 돌아가는 희망의 희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무 엇보다 자연 생태계가 인간의 과도한 개발과 억압으 로부터 해방되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았던 세상 을 다시금 노래하는 희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어릴 적, 저는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동네 반찬가게 에서 콩나물과 두부를 사오거나, 기름집에서 식용유..

세대간 소통 2025.03.15

열두광주리 | Alter Christus 복음적 사랑의 실천 부산 교구민과 함께 발전한 메리놀병원 75주년이 되다

Alter Christus 복음적 사랑의 실천 부산 교구민과 함께 발전한 메리놀병원 75주년이 되다  메리놀병원 탄생의 토대 ‘메리놀의원’메리놀수녀회는 1950년 4월 15일 부산시 중구 대 청동 현재 가톨릭센터 자리에 가톨릭이념을 이어받아 무료진료소를 개설하여 진료를 실시하였고, 5월 1일 정식으로 의원 개설 허가를 받아 ‘메리놀의원’으로 명 명하고 부산지역 최초의 가톨릭 의료기관으로서 역할 을 담당하였습니다. 커지는 병원 규모, 천주교부산교구로 병원 운영권 이양한국전쟁 직후 당시 급증하는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 및 인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시설 확충과 더불 어 전문 의료인들을 양성하여 외국의 원조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새 병원 건립 계획을 마련하고 실현한 것이..

세대간 소통 2025.03.08

누룩 | ‘나’ & ‘우리 함께 together’

‘나’ & ‘우리 함께 together’  어릴 적 저는 매주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성당 에 갔습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토요일이 기다려졌는 지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여름 신앙학교, 성탄 예술제, 성월마다 열리는 행사들, 그리고 예수님을 만 나러 가는 길이 설레었기 때문이었겠지요. 성당에 가 면 지금도 그렇지만 마음이 평온해지고 편안함을 느 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아이들은 그런 기쁨을 덜 느끼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교회 밖에 아이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요소들이 많아 지고,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신앙적 환 경이 변화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 다. 물론 교리교사들은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 램을 준비하고, 즐거운 신앙생활을..

세대간 소통 2025.03.01

누룩 | 예수님 깨우기

예수님 깨우기  언론사에서 일한 지 30년이 됐습니다. 많은 일이 있 었지만 요즘 같은 정치적 혼란은 처음입니다. 정쟁이 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만 찬반이 거칠어지는 광 장의 흥분을 틈타 냉소와 분노, 독선 같은 어둠의 힘들 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정치 이야 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름을 틀림으로 간주하고 진영의 논리로 상대를 비난하는 지금의 갈등을 보편 된 공동체를 사는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 민이 깊어졌습니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일행을 태운 배가 돌풍에 휩싸였 을 때 제자들은 주무시는 예수님을 깨웁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풍랑을 잠재우는 기적을 보여주십니다. 제 자들이 닻과 돛을 내려놓고 예수님을 깨우는 그 순간 이 기적의 시작입니다. 알량한 지식과 경험의 완고함..

세대간 소통 2025.02.22

누룩 |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2005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청소년분과장님의 주 일학교 교리교사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겁도 없 이 “한번 해볼게요.”라고 대답을 하고 중3 친구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 자 먼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부모님께 하지 못했 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서로 단합도 잘 되어 성당 안과 밖에서 재미있고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그 렇게 1년을 보내고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교리교 사를 그만두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이 계속 떠올라 어느 날은 괜히 교사 실 앞에서 얼쩡거려도 보고 토요일 미사에 참례하기 도 했다. 언제든 교리교사를 다시 시작할 마음을 늘 가지고 살다가 ..

세대간 소통 2025.02.15

누룩 |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부산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 환자들의 영적돌봄가 로서 오늘도 어김없이 기도로 하루를 연다. ‘주님 병자 들을 위해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해 야 하나요? 제가 어떻게 할까요?’ 떨리는 간절함으로 도와주시기를 청하며, 아픈 이들을 만난다. 병동에서 환자나 보호자들이 가끔 나지막이 나에게 묻곤 한다. 아주 조심스레... “저~기... 수녀님 이곳에 오면 한... 얼마 정도 있다 죽게 되나요?”, “사람의 마음 먹기에 달렸지요. 어떤 분은 한 2~3일 생각하고 오시 지만 대세를 받고, 과거 삶을 정리하면서 모든 것을 내 려놓고 새로운 결심으로 매일을 산다고 고백하시며, 입원한 지 두 달이 지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 가셔서 세 례성사까지 받고 재입원하여 지금도 잘 견디고 ..

세대간 소통 2025.02.08

누룩 | 이 겨울의 시간

이 겨울의 시간  조용히 강의실에 들어오는 그를 보았다. 전동휠체어 를 미끄러지듯 밀고 들어와 맨 앞줄에 착석했다. 팔십 이 넘은 연세에도 눈빛만은 빛났으나 고개를 들지 않 았다. 매번 원고를 제출했으나 원고 분량이 길고 도대 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섬광처럼 떠오르는 생각의 파편들이 백지에 툭툭 떨어져 도로 위에 나뒹 구는 낙엽처럼 부스러지고 있었다. 그 원고들을 첨삭 할 때면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니 다른 수강생들은 첨삭시간을 갉아먹는 노인에게 보내는 시선이 따가웠 고, 노인의 눈은 나를 아프게 했다. 노인은 태어나면서 다리를 못 썼다. 초등학교도 가 기 전에 그는 구두닦이가 되었다. 구두가 어설프게 닦 이면 어른들 중에는 화를 내거나 구두통을 걷어차기 도 했고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

세대간 소통 2025.02.01

누룩 | 우리가 사랑할 때

우리가 사랑할 때   “먹을 식량이 없어 아이들이 쓰러지고 있어요.” 절박 한 심정으로 도움을 청하는 아프리카 말라위 카피리 지역 여성들의 목소리다. 지난해 11월 우기임에도 계 속되는 가뭄에 심어 놓은 옥수수는 말라죽고,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모든 것을 쓸어가 버리는 등 가뭄과 홍 수 피해가 동시에 일어났다. 일찍이 없던 기상이변에 따른 재앙이라며 주민들은 울부짖었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가뭄과 홍수, 지진이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 폭력과 테러,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은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가난으로 내몰고 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 소서’라고 우리가 바치는 ‘주님의 기도’와는 전혀 딴 세 상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20여 년, 아프리카와 아시아 오지를 다니면서 상상..

세대간 소통 2025.01.25

누룩 | 2027 세계청년대회 WYD가 시작되었습니다!

2027 세계청년대회 WYD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11월 WYD 한국 대표단은 WYD 상징물인 십 자가와 성모님 성화를 포르투갈 청년들로부터 받아오 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7일간 로마 순례를 다녀왔 습니다. 우리가 전달받을 WYD 상징물 중 하나인 나 무 십자가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복음을 땅끝까지 전하라는 뜻에 따라 약 40년 동안 세계를 돌 며 젊은이들의 열정과 함께했습니다. 성모님의 성화 는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하셨던 성모님을 청년들에게 알려주고, 어려움 속에서도 혼자가 아니라는 용기와 위로를 건네는 의미로 선물해 주며 두 번째 상징물이 되었다고 합니다. 11월 24일 마침내 두 가지 상징물을 성 베드로 대성 당에서 전달받았을 때 이제 한국 청년들이 열정을 이 어받아 뛰어갈 차례라..

세대간 소통 2025.01.18

누룩 | 우리와 같으신 그분

우리와 같으신 그분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새삼 신기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세계 3대 종교 중 하나라는 그리스도교. 이천 년 넘도록 이어진 신앙의 전통. 그 오랜 세월 동안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라온 이들 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토록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이 들이 자신들이 한 번도 직접 만나본 적이 없는 그리스 도라 불리는 이분을 하느님의 아들로 신앙하며, 이분 으로 인하여 절망의 어둠에서 일어나 희망의 빛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들의 삶의 방향을 바꾸 어 세상의 계산기와는 맞지 않는 온전히 새로운 형태 의 삶에 투신하기도 하며, 그렇게 이 신앙의 전통을 키 워 왔다. 그분의 무엇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이토 록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주님 세례 축일을..

세대간 소통 2025.01.11

누룩 | 새 마음, 새 각오

새 마음, 새 각오  지하철 열차 출입문 바로 옆에는 임산부석이, 열차 와 열차 연결 부분 옆에는 노약자석이 주로 마련되어 있다.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았다고 해서 잡혀가지는 않지만 해당되는 사람이 편하게 앉도록 남겨두는 것이 우리 사회의 통념이다. 그런데 일반인 석에 빈자리가 있는데도 굳이 일반인이 임산부석에, 노약자석에 빈자리가 있는데도 굳이 노인들이 일반인 석에 앉아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빈자리가 났을 때 나보다 좀 더 절실하게 자리에 앉는 것이 필요한 사람이 있지는 않은지 한 번 정도는 주위 를 둘러볼 법도 한데 다짜고짜 앉아버리는 경우도 많 이 볼 수 있다. 나쁜 의도라기보다는 주위를 살피는 것 이 몸에 배어있지 않아서 무심코 이루어지는 행동인 경우가 대부분이..

세대간 소통 2025.01.04

누룩 | 우리 가정에 예수님 모시기

우리 가정에 예수님 모시기  우리 가정엔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인 두 아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새 벽미사와 가정기도를 함께 드렸습니다. 가정의 크고 작은 어려움과 바람들을 늘 함께 기도하며 살았습니 다. 그런데 큰아들이 중학교 2학년이 되자 미사와 가 정기도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후 부 모로서 신앙교육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 러던 중 교구 가정사목국에서 진행하는 ‘가정성화미 사 및 성가정상 순회기도’가 우리 본당에서 개최되었 고, 우리 부부는 희망을 품고 ‘성가정상 순회기도’에 신 청했습니다. 신앙에 대한 아이의 차가운 마음과 무분 별한 태도를 되돌릴 수 있는 기회로 여겼습니다. 드디어 본당에서 ‘가정성화미사’를 봉헌하는 날, 자 녀들과 함께 ..

세대간 소통 2024.12.28

누룩 | 들음의 성모님을 만나다

들음의 성모님을 만나다  아들 부부는 결혼한 지 6년 만에 쌍둥이를 안았다. 결혼 이후, 아들 부부는 아기를 낳기 위해 많은 노력 을 했지만 주님의 뜻이 아니었는지 계속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말하지 않아 도 느끼게 되었다. 다른 방법은 없었고 기도하는 수밖 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하는 기도가 전부였던 우리에게 언젠가 조각 작품으로 본 ‘들음의 성모님’이 생각났다. 나는 남편에게 9일 기도를 함께 하자고 제의 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새벽 5시 55분에 일어나 묵주의 9일 기도에 들어갔다. 새벽에 일어나 함 께 기도드린다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묵주를 든 손에 절실함을 담았다. 묵주 한 알 한 알에 정성을 다했다. 청 원기도와 감사..

세대간 소통 2024.12.21

누룩 | 나의 신앙 일지

나의 신앙 일지  2015년 3월. 갓 20살이 된 나는 부산에 내려오게 되었다. 19년간 서울에서만 살아왔던 나에게 부산 사 투리와 거친듯하지만 누구보다 따듯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의 모습은 정겹게 느껴졌다. 부산에 내려와 가 장 먼저 찾아본 곳은 성당이었다. 주일 저녁,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집에서 제일 가까운 남산성당으로 발 걸음이 향했고, 때마침 청년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다. 미사가 끝난 후 수녀님 한 분이 나에게 다가와 청년회 에 가입을 권유하셨는데, 첫날 바로 가입하는 것이 부 담스럽기도 했지만 기쁘게 수녀님의 제안을 받아들여 청년회에 가입하게 되었다. 청년회 사람들은 서울에 서 온 나를 신기해하며 반갑게 맞아주었고, 이렇게 부 산에서의 신앙생활이 시작되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대의 막바..

세대간 소통 2024.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