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부산 687

누룩 | 우리 가정에 예수님 모시기

우리 가정에 예수님 모시기  우리 가정엔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인 두 아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새 벽미사와 가정기도를 함께 드렸습니다. 가정의 크고 작은 어려움과 바람들을 늘 함께 기도하며 살았습니 다. 그런데 큰아들이 중학교 2학년이 되자 미사와 가 정기도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후 부 모로서 신앙교육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 러던 중 교구 가정사목국에서 진행하는 ‘가정성화미 사 및 성가정상 순회기도’가 우리 본당에서 개최되었 고, 우리 부부는 희망을 품고 ‘성가정상 순회기도’에 신 청했습니다. 신앙에 대한 아이의 차가운 마음과 무분 별한 태도를 되돌릴 수 있는 기회로 여겼습니다. 드디어 본당에서 ‘가정성화미사’를 봉헌하는 날, 자 녀들과 함께 ..

세대간 소통 2024.12.28

누룩 | 들음의 성모님을 만나다

들음의 성모님을 만나다  아들 부부는 결혼한 지 6년 만에 쌍둥이를 안았다. 결혼 이후, 아들 부부는 아기를 낳기 위해 많은 노력 을 했지만 주님의 뜻이 아니었는지 계속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말하지 않아 도 느끼게 되었다. 다른 방법은 없었고 기도하는 수밖 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하는 기도가 전부였던 우리에게 언젠가 조각 작품으로 본 ‘들음의 성모님’이 생각났다. 나는 남편에게 9일 기도를 함께 하자고 제의 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새벽 5시 55분에 일어나 묵주의 9일 기도에 들어갔다. 새벽에 일어나 함 께 기도드린다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묵주를 든 손에 절실함을 담았다. 묵주 한 알 한 알에 정성을 다했다. 청 원기도와 감사..

세대간 소통 2024.12.21

누룩 | 나의 신앙 일지

나의 신앙 일지  2015년 3월. 갓 20살이 된 나는 부산에 내려오게 되었다. 19년간 서울에서만 살아왔던 나에게 부산 사 투리와 거친듯하지만 누구보다 따듯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의 모습은 정겹게 느껴졌다. 부산에 내려와 가 장 먼저 찾아본 곳은 성당이었다. 주일 저녁,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집에서 제일 가까운 남산성당으로 발 걸음이 향했고, 때마침 청년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다. 미사가 끝난 후 수녀님 한 분이 나에게 다가와 청년회 에 가입을 권유하셨는데, 첫날 바로 가입하는 것이 부 담스럽기도 했지만 기쁘게 수녀님의 제안을 받아들여 청년회에 가입하게 되었다. 청년회 사람들은 서울에 서 온 나를 신기해하며 반갑게 맞아주었고, 이렇게 부 산에서의 신앙생활이 시작되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대의 막바..

세대간 소통 2024.12.14

누룩 | “그 누구도 죽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 누구도 죽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메시지를 받습니다만, 언제나 제 심장을 순간적으로 멈추게 하는 문자가 있습니다. “○○○사업장에서 ○○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시에 사망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노동사목에 몸담고 있지만, 이 들의 죽음은 아직도 그리고 언제나 저에게는 익숙함 이 아니라 무거움과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수많은 노 동자가 죽어가고 있지만, 그리고 대형 참사로 이들의 죽음이 어느 정도 알려지긴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 사회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한 인간의 생명’을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죽을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그대로 둔 사이, 또 다른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립니 다. 무관심 속에서 ‘인간’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저 또 한 이 무관심의 일원이기에 아프..

세대간 소통 2024.12.07

누룩 | ‘내던져진 존재’들에게 부치는 가을 편지

‘내던져진 존재’들에게 부치는 가을 편지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 간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 관하게 지금의 내가 처한 시대와 환경과 상황 속으로 ‘내던져짐을 당한 존재’, 그것이 인간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날 때부터 훌륭한 인격의 부모에게 서 금수저로 태어나고, 또 누군가는 부모에게조차 버 림받은 채 하루 끼니를 걱정하며 살아야 하는 운명으 로 태어나는가 봅니다. 하늘에서 내던진 씨앗이 싹을 틔우기에 딱 알맞은 옥토에 떨어지기도 하고, 가시를 피우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사막 한가운데 떨어 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자갈밭의 결핍과 갈증 속에서 온통 가시로 뒤덮인 꽃을 피운 엉겅퀴를 누가 탓할 수 있겠습니까.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면..

세대간 소통 2024.11.23

누룩 | 찰리 채플린 명언 4가지에 숨겨져 있는 진실!

찰리 채플린 명언 4가지에 숨겨져 있는 진실!  영국의 배우이며, 코미디언, 영화감독, 음악가인 찰 리 채플린은 88세에 세상을 떠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고 합니다. 첫째,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들의 문제조차 도. 둘째, 난 빗속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도 내 눈 물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우리 삶에서 가장 의 미 없는 날들은 웃지 않는 날이다. 넷째, 세상에서 가 장 좋은 의사 6명은 * The sun (태양) * Rest (휴식) *Exercise (운동) *Diet (다이어트) *Self-Respect (자존감) *Friends (친구) 라고. 삶은 여행일 뿐입니다. 웃음은 몸 안의 조깅입니다. 이 아름다운 명제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참사랑 의 이야기입니다. 주님 말고는 세상..

세대간 소통 2024.11.16

누룩 | 평신도 아카데미에 대하여...

평신도 아카데미에 대하여...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시노드 역사상 처음으로 주교님들만이 아닌 우리 평신도들도 참여하여 성직자, 수도자와 더불어 하느님 백성 모두가 친교와 사명과 참여에 대해 논의하여 교회가 새롭게 되는 기회를 모 색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여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시노달리타스는 투표하는 민주주의가 아니기에 시노드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 다.”라고 하시며, “시노달리타스 정신 안에서 하느님 백성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함께 일하며 미래의 계 획을 세우는데 있다.”라고 말씀하였습니다. 특별히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5월 9일에 2025년 희년을 공식 선포하시면서 칙서 『희망은 우리 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를 발표하셨습니다. 희망 은, 이 향주삼덕이 ..

세대간 소통 2024.11.09

누룩 |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모두들 따뜻하게 꽁꽁 싸매고 다니길 바라는 요즘 입니다. 온몸을 내리쬐던 여름 기운은 꿈이었던 것처 럼 사라지고 쌀쌀한 바람만이 남은 걸 보니 딱 감기 걸 리기 좋을 것 같거든요. 2024라는 숫자가 어색했는지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는지 유독 올해는 날짜를 표기할 때 정말 실수를 많이 했는 데, 벌써 2025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습 니다. 몇 년 전과는 다르게 온몸으로 시간이 빠르게 지 나가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을 생각하다 보면 머리에 제대 로 박힌 것처럼 떠오르는 기억이 한 해에 하나쯤은 있 기 마련입니다. 작년을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에 올라 온 후 처음 받은 성적표가 가장 충격적인 기억인 것 같 ..

세대간 소통 2024.11.02

누룩 | 확증편향

확증편향  덴마크 영화 ‘더 헌트’(The Hunt·2013)는 확증편향 (確證偏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 루카 스는 언제나 아이들 눈높이에서 최선을 다하는 유치 원 교사입니다. 루카스 친구의 딸이자 원생 중 하나인 클라라는 다정한 루카스를 좋아하지만, 루카스는 클 라라의 표현을 외면합니다. 속상했던 클라라가 엄마 에게 그만 지어낸 이야기를 말하고, 이로 인해 루카스 는 파멸의 길을 걷게 됩니다. 아이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맹신 속에 아무도 루카스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 다. 이후 클라라가 엄마에게 그런 일이 없었다고 고백 했지만,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어른들의 마음 속에는 이미 확증편향이 깊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루카스는 평생을 마을 사람들의 불신과 혐오..

세대간 소통 2024.10.26

누룩 | 爲羊獻身 司祭本分(위양헌신 사제본분)

爲羊獻身 司祭本分(위양헌신 사제본분)  신부님 수단의 겉모습만 보고 옷의 의미는 모른 채 동경했던 한 아이는, 욕심이 많았던지 군복과 사제복 을 동시에 입고 그 옷들의 의미와 무게를 삶으로 살아 내는 군종 사제가 되었습니다. 앞선 일화처럼 삶 속에 서 제복이 우리에게 주는 느낌은 다양하며, 제복 입은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그 옷이 주는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군인, 경찰, 소방관과 같이 생명과 재산 을 지키는 분은 물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까 지, 이렇듯 많은 분야에서 제복을 입는 까닭은 제복이 주는 힘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복은 입은 사람의 마음가짐을 다지게도 하지만, 그 옷을 입은 사람을 대 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사람을 신뢰하게 하는 힘도 갖 게 하기 때문입니다. 국군은 도마 안중..

복음 그림책 2024.10.12

누룩 | 하느님을 선택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

하느님을 선택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사춘기에 나는 주 일학교가 지루하고 귀찮았고 성당에 나오는 것보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재밌었다. 레지오도 그만두고 복사는 의무감이 되어 갈 때쯤 코로나가 터지며 자연 스럽게 냉담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중학교를 보내고 고등학교 진학할 무렵, 2월 한 달 동안 같이 성당에 가지 않겠냐는 성당 친구의 제 안에 나는 같이 가겠다고 답했었다. 친구가 늦어 혼자 먼저 성당에 가 기다리던 중 성전에서 눈치가 보여 밖 에 나와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주일학교 선 생님께서 다가와서 나에게 말을 걸어주셨고, 그 이후 로 모든 게 바뀌었다. 어렴풋이 옛날 생각도 나고, 조금의 씁쓸함을 포함한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느껴져 성전 한 구석에만 있더..

세대간 소통 2024.10.05

누룩 | 더욱더 넓은 ‘우리’를 향하여

더욱더 넓은 ‘우리’를 향하여  부산교구 노동사목 산하 베트남신앙공동체는 세곳 입니다. 사상성당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하는 부산베트 남공동체, 웅상성당에서 토요일마다 미사를 봉헌하는 양산베트남공동체, 무거성당에서 매월 첫 주에 미사 를 봉헌하는 울산베트남공동체입니다. 저는 작년 11월 웅상성당에서 일어난 아름다운 일 을 기억합니다. 이날 주보성인 축일을 맞아 미사와 행 사를 진행했는데, 다른 베트남공동체 친구들은 물론 웅상성당 주임 신부님과 본당 수녀님들, 그리고 많은 신자들이 찾아와 함께 축하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 는 지난 6월 무거성당의 아름다운 일도 기억합니다. 울산공동체 설립 1주년을 맞아 미사와 함께 주보성인 축일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날도 다른 베트남공동체 친구들과 특히 울산 필리핀공동체의 친..

세대간 소통 2024.09.28

누룩 | 우리는 바오밥나무처럼 강하다

우리는 바오밥나무처럼 강하다  지난 8월에 아프리카 말라위에 구호 활동을 다녀왔 다. 그 지역은 말라리아 상존 지역인데다 급성 감염병 인 ‘원숭이두창’이 만연하여 WHO에서 공중보건 비상 사태까지 선포되어 지금은 아프리카에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들 만류하였다. 하지만 수혜자들이 기다릴 것을 생각하니 나는 일정을 미룰 수 없었다. 부담을 안고 출발했지만 막상 여러 난관을 겪게 되 었다. 특히 이동 과정에서 그러했다. 최종 목적지에 도 착하기까지 30시간, 현지에서 돌아오는 데 무려 48시 간이 걸렸다. 항공사 측에서 몇 시간씩 돌아서 가는 일 정으로 변경하는가 하면, 귀국길에는 아디스아바바 공항의 트랜짓 과정에서 여행객을 오버 부킹으로 받 아 결국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하루를 붙잡혀 있어야 했다. 아디스아..

세대간 소통 2024.09.21

누룩 | 어떤 기적

어떤 기적  금빛 억새로 유명한 간월재 아래 산죽 숲속의 죽림 굴(대재공소)은 경신박해(1860년) 때 최양업 신부가 4개월여 은신했던 곳이며, 당시 24세에 불과한 동정 녀 김 아가다가 선종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가기 위 해서는 배내골 주차장에서 3.2km의 산길을 올라야 한다. 처음에는 수월하게 시작되는 임도가 나중에는 숨을 턱턱 막히게 할 정도로 가팔라진다. 지난 6월 말, 30여 년 전 죽림굴의 소중함을 세상에 드러낸 김영곤 신부님이 집전하시는 미사(*하반기 9월 ~11월 매주 금요일 11:00)를 봉헌할 기회를 가졌다. 동행 한 세 분이 육십 대 후반에 이르는 자매님들이라 체력 의 한계에도 강행한 길이었다. 순례길은 박해의 고통을 느끼게 하려는 듯 어려움이 따랐다. 자매님 한 분의 걸음이 점..

세대간 소통 2024.09.14

누룩 | 믿음의 상태

믿음의 상태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합니다. 이 계절 의 바람은 인생의 가을쯤을 지나는 중년 남자를 감상 에 젖게도 만듭니다. “바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바람 같은 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까?” 바람의 시원(始原), 내 생명의 근원을 찾아가다 보면 하느님 나라에 닿을 것도 같습니다. 조용필이 부른 ‘바 람의 노래’에는 “바람의 노래를, 꽃의 지는 이유를 나 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라는 구절이 있습니 다. 나이 들면서 인간의 지혜와 감각으로는 알 수 없지 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무엇이 있다는 걸 자주 깨닫게 됩니다. 이 깨달음이 믿음의 시작 아닐까요? 히브리서 에도 “믿음은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이라고 했 습니다. 이런저런 생각 중에 미사 강론 때 들은 ‘믿음..

세대간 소통 2024.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