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누룩 | 우리와 같으신 그분

松竹/김철이 2025. 1. 11. 12:42

우리와 같으신 그분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새삼 신기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세계 3대 종교 중 하나라는 그리스도교. 이천 년 넘도록 이어진 신앙의 전통. 그 오랜 세월 동안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라온 이들 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토록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이 들이 자신들이 한 번도 직접 만나본 적이 없는 그리스 도라 불리는 이분을 하느님의 아들로 신앙하며, 이분 으로 인하여 절망의 어둠에서 일어나 희망의 빛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들의 삶의 방향을 바꾸 어 세상의 계산기와는 맞지 않는 온전히 새로운 형태 의 삶에 투신하기도 하며, 그렇게 이 신앙의 전통을 키 워 왔다. 그분의 무엇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이토 록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주님 세례 축일을 맞으며, 그분의 세례 장면을 떠올 려 본다. 어느 날 요르단 강으로 나와 군중들 속에서 그들과 함께 세례를 받았을 청년 예수. 나자렛이라는 작은 시골 동네에서 자라온 그의 모습을 어릴 적부터 보아온 동네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당시 이 서른 즈음 의 청년의 존재를 누가 알고나 있었겠는가. 게다가 그 고향사람들은 그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고 여겼기에 딱히 특별할 것 없어야 하는 ‘옆집 아들’의 비범함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 비범함의 진수는 바로 ‘우리와 같으심’이었기에.

 

여느 인간들처럼 세상에 태어나, 동족 유다인들과 마찬가지로 할례를 받으신 그분은 목수였던 아버지 요셉을 도와 목재를 나르고 다듬느라 나무가시에 찔 린 상처와 굳은살 투성이 손을 가진 생활인이었을 것 이다. 저녁이 되면 여느 유다인 가정에서처럼, 부모와 함께 앉아 율법과 시편을 암송하였을 것이다.

 

세례와 함께 하느님 백성들 앞으로 나오신 그분은 이스라엘의 임금, 메시아를 고대하던 그 세상에서, 황 궁의 옥좌가 아니라 범인들 속 낮은 곳에 자리하셨다. 우리와 같이 하셨던 분이셨기에 그분의 가르침과 행 적은 우리에게 와닿았고, 우리의 삶을 어루만졌다. 잔 칫집에서는 함께 먹고 마시고, 인간의 고통 앞에서는 함께 우셨던 분. 불의에는 분노하여 권력, 재력의 갑 옷 하나 없이 맨몸 맨손으로 아버지 하느님의 백성들 을 감싸셨던 분. 진실됨과 선함의 지혜로 세상 힘의 어 리석음을 부끄럽게 하셨던 분. 인간이라면 응당 그러 해야 하나, 그렇게 살지 않는 인간들 앞에서 가장 참된 인간의 거룩함을 몸소 보여주신 분. 그렇게 그분은 우 리에게 하느님을 보여주셨고, 그분의 세례는 또한 우 리의 시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