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칠레 남쪽 사람들은 친절하고 사랑이 넘칩니다

松竹/김철이 2025. 1. 7. 12:10

칠레 남쪽 사람들은 친절하고 사랑이 넘칩니다

 

 

20년 전 칠레에 도착한 후 5개월의 스페인어 공부를 마치고 콘셉시온 공동체로 파견을 받았습니다. 콘셉시온 은 산티아고에서 500킬로미터 떨어진 남쪽의 도시입니 다. 시원한 맑은 공기에 잘 정돈된 도시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두 명의 칠레 수녀님, 한 명의 이탈리아 수녀님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대학이 여럿 모여있는 콘셉시온은 청년 사목과 함께 성소 사목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었고, 다른 지역에 비해 사제와 수도자 성소도 많은 지역입니다. 휴가철, 칠레 교 회 젊은이들은 한 지역을 찾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신앙 체험을 나누는데, 이를 미션이라 합니다. 우리 수도회도 성소 사목의 일환으로 산티아고의 젊은이들과 함께 콘셉 시온 가까이 ‘왈키’라는 지역으로 미션을 갔습니다. 젊은 이들의 도움으로, 걱정과는 달리, 소통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고 서민들의 삶을 가까이서 보고 알 수 있게 되었습 니다. 매우 친절한 이 사람들은 언어와 더불어 관습, 역 사, 유머를 통해 칠레를 소개해 주었고, 특히 가정 방문은 사람들의 삶을 더 깊이 아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 가운 데, 소외된 지역일수록 가톨릭 신자의 비율이 낮다는 점 과 가난한 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 웠습니다. 비록 짧은 한 철이었지만 지속적으로 3년 동안 미션을 하면서 왈키는 저에게 특별한 곳이 되었습니다.

 

본당 신부님의 요청으로 셋째 주 토요일 지속적으로 본당의 병자와 노인들을 방문하여 봉성체를 해 주고 함께 기도하였습니다. 작은 이 나눔들이 저에게 얼마나 큰 힘 이 되었는지, 주일 미사와 공소 미사까지 신부님을 동반 한 후 공동체로 돌아오는 길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감사와 기쁨으로 충만했습니다. 하느님께서 가장 가난한 이들, 병든 이들 편에 서신 이유가, 다만 그들이 고통 당하고 있 고, 사랑이 필요하기 때문임을 뼛속 깊이 체험한 귀한 시 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방문과 영성체로 행복해하 시던 그분들은, 막 선교사의 삶을 시작하던 제가 이 나라 와 사람들을 사랑하도록 마음을 열어 주었습니다.

 

칠레의 남쪽 사람들은 친절하고 사랑이 넘칩니다. 사람 에 대한 관심도 많고, 남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는 일에 관대합니다. 처음 보는 이방인 수녀에게 보인 그들 의 환대는 제가 가던 길을 멈추고 그들과 함께 수다를 떨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해 주었습니다. 가끔은 자동차를 세 운 후, 어디서 왔느냐, 여기 온 지는 얼마나 되었느냐 묻 는 바람에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생각해 보면 주저 없이 다가와 주었던 이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이곳에서의 적응 도 가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이 짧 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친절한 사람들과 하느님 사랑 을 나누기 위해서는 아직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 습니다. 주님께서 허락하시는 만큼 저도 제 시간과 가진 것, 그리고 생명까지 내놓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