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이유 있는 시련, 늦은 감사

松竹/김철이 2024. 12. 31. 12:34

이유 있는 시련, 늦은 감사

 

 

저의 시작은 화려했습니다. 딱히 무명 시절이라고 할 것도 없이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모델로서도, 배우로서도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작은 역할이 라도 얻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간절함이 무엇인지 알지 못 한 채, 꽤 오랫동안 연예계 활동을 했습니다. 그때는 그것 이 당연하다고까지 여기며 ‘이 역할은 분량이 너무 적다, 이 역할은 내가 돋보이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들어오는 작품을 거절하는 일도 잦았습니다. 그런 저의 오만함이 흔 들리기 시작한 것은 데뷔한 지 십여 년 정도 흘렀을 때였 습니다. 저에게 들어오는 작품 수가 현저히 줄고 있었습니 다. 작품이 준다는 건, 더 이상 배우로서 매력이 없다는 뜻 과 같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토록 높았던 자 존감이 바닥으로 내려앉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나를 찾 던 이들이 이제는 나를 등지고 멀어져 버렸다는 서운함까 지 더해져 우울함마저 느꼈습니다. 자괴감과 우울함은 두 려움을 동반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를 꿈꾸며 달려 왔고 지금까지도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는데, 이 일을 못 하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뭘 먹고 살아 야 하나?’ 갑자기 광야에 내몰린 기분이었습니다.

 

역설적으로 그때 ‘감사’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끝자 락에 몰렸을 때 붙잡을 존재가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처음으로 깨닫게 된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말하 면, 나를 걱정하며 나보다 더 우울해하거나, 잘난 척하더 니 쌤통이라고 비웃을까 봐 털어놓지 못한 넋두리를 주님 께는 마음 놓고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묵 묵히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주님께 감사하자, 줄줄이 감 사할 거리가 생각났습니다. 그동안 큰 어려움 없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 주신 것 또한, 주님의 선물이었단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모 르고 내가 누리는 것은 나의 노력과 나의 능력으로 이루 어낸 것이라 착각하며 주님께 감사할 줄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것입니다.

 

감사함을 알게 되자, 제가 겪는 어려움도 결국에는 주님 계획 안에서 감사함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려 움 중에 겪는 저의 수많은 감정이 저의 배우 인생에 큰 자 양분이 되었으니까요. 그전에는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나는 감정이 무엇인지, 아무에게나 매달리는 간절함이 무 엇인지, 자존심 상하고 비참한 감정이 무엇인지 도저히 알 지 못했습니다. 겪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연기를 해야 할 때마다 어려움을 느끼곤 했습니다. 짐작하 고 추측하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하지 만 이제는 그 감정을 이해하고 연기로 승화시킬 수 있게 되 었습니다. 그러니 모든 것이 감사할 일투성이인 것이죠.

 

감사합니다, 주님! 즐거울 때는 주님의 은총임을 알기에 감사하고, 어려울 때는 그 순간에도 저와 함께하심을 알기 에, 이마저도 주님께서 쓰실 것을 알기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늘 감사하며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