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로 이어지는 사랑
제가 하느님을 알고 지금껏 그분 곁에 머물러 있는 것은 사실 따지고 보면 다 저희 외할머니 덕분입니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헤아려보면, 방 한쪽에서 열심히 기도드리시 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친척들이 저희 집에 한 꺼번에 올 일이 있어도, 항상 할머니는 저녁에 함께 기도 하자며 가족들을 모으셨었습니다. 두런두런 둘러앉아 할 머니와 함께 묵주기도를 드리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또, 그렇게 묵주기도가 끝나고 나면 다시금 방에 홀로 들어가 서 기도를 이어가시던 모습까지도요.
할머니는 항상 기도하며 사신다는 것이 삶에서 느껴지 는 분이기도 하셨습니다. 너무나 인자하신 분이셨고, 저 는 끝내 할머니가 화를 내시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 습니다. 그 어떤 실수를 하고 주저앉아 있더라도 매번 웃 으면서 받아주셨죠. 이제는 돌아가신 지 정말 오래됐지 만, 여전히 할머니의 기도하던 모습과 인자한 표정이 잊 히지 않습니다.
할머니 품에 안겨 어리광만 부리는 어린 손녀로 평생 살 것만 같았는데, 한 살 두 살 먹은 끝에 이제 저도 훌 쩍 어른이 되었습니다. 나이 들어가며 점점 더 인격적으 로 성숙한 결실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일 까요, 요즘은 제가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할머니처럼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곤 합니다.
신앙생활을 나름 꾸려간다고는 하지만, 살다 보면 이 핑계 저 핑계로 소홀해질 때가 많기 때문이죠. 일이 안 풀 릴 때면 신앙인다운 대처라는 것은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초보 신앙인에게 세상은 때로 험난하게 느껴집니다. 착하게만 살고 싶지만 모진 사람이 될 수밖 에 없는 일을 겪게 될 때도 있고, 선의를 악용당하며 호구 취급 받을 때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오른뺨을 때리려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이 세상 속에서 왼뺨마저 들이미는 삶 이 과연 가능할까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 할머니처럼 살고 싶습니다. 계산하지 않고 손해 볼 줄 알며,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더 많이 지나 저도 할머니 나이가 되었을 때, 뒤돌아보면 제 모습이 할머니와 조금 은 닮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할머니처럼 기도하는 사람으로 살자는 지 향을 품고자 합니다. 여전히 감정이 널뛸 때는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 것인가 헷갈릴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오 히려 기도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더 깊게 하게 됩니 다. 돌이켜보면, 여기까지 오면서 지금보다 훨씬 모질었 던 성격도 기도 덕분에 그나마 둥글둥글해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어릴 때 할머니와 함께 신앙생활 을 하면서, 기도 안에서 저 자신을 다스려가는 과정이 시 작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기도 안에서 살 수 있도 록 좋은 영향을 주신 할머니께 감사드리고, 하느님께 감 사드립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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