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성당을 찾는 이유
저는 자존심이 너무 강해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익숙지 않습니다. 힘들어도 괜 찮은 척하고, 슬퍼도 행복한 척하며 아픔을 어떻게든 숨 기려고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것인데, 왜 그렇게 싫을까요. 아마 저에게는 두려움이 있 는 것 같습니다. 부족한 점을 솔직하게 드러내 보였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약점 잡히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혹 시 무시라도 당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그런 수많은 두려움이 제 안에 웅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그런 두려움 속에서 온전히 빠져나왔다고 자신 하기는 어렵지만, 요즘은 그런 견고한 제 안의 장벽이 조 금씩 허물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성당에 다시 나오기 시작 하면서부터 시작된 일입니다. 성당에만 오면 저 자신을 보 여주지 않으려고 꽁꽁 싸맸던 자존심의 장막이 풀어집니 다. 무릎을 꿇고 기도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 게 되고, 더욱 간절히 기도하게 되거든요. 미사를 드릴 때 는 아예 세상에서 가장 작고 나약한 어린이가 됩니다. 그 야말로 주님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는 어린이 같은 마음으 로 매달리며, 울거나 절박해지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성당에서는 그런 모습이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 다. 감추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않습니다. 주님 앞에서는 누구든 다 마찬가지라는 위안이 오히려 차오릅니다. 함께 성당에 다니는 언니도 눈물이 참 많은데요, 미사드릴 땐 언니가 우는 모습을 참 많이 봤습니다. 그럴 땐 저도 더 열 심히 기도드리게 됩니다. “주님! 제가 더 열심히 기도하고 주님께 매달리고 싶어요! 저를 잊지 마세요!”라고 말이죠. 약한 모습을 서로 보이지만, 오히려 서로 더 힘을 얻는 셈 입니다. 그렇게 함께 미사를 드리고 나오면 마음이 얼마나 편안하고 고요해지는지 모릅니다. 미사 후에 같이 언니와 밥을 먹으면서 고민을 털어놓다 보면, 정말 큰 힘이 되고, 이제는 우리가 일로 만난 사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 도로 끈끈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언니같 이 믿음 깊은 사람이라면, 남들에게 하지 않는 이야기나 내 고민을 털어놓아도 지켜줄 것 같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얼마 전에는 내친김에 신부님과 함께 공적으로 ‘가톨릭 배우 모임’(가칭)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회원들이 없어져서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모임이라고 들었는데, ‘미사 메이 트’ 언니와 함께 의기투합했습니다. 작은 모임이었지만, 점점 사람들이 모여 북적북적해지고 있습니다. 제 공로 를 챙길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모임 때마다 모여 드는 사람들을 보면 뿌듯합니다. 이래서 선교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랫동안 냉담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서 다시 신앙을 고백하는 순간에 함께 있다는 것 자 체가 너무 행복합니다. ‘미사 메이트’ 언니와 신앙 안에서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새 회원들과도 꼭 그런 관계가 되고 싶습니다. 언젠가 그분들 앞에서도 제 약점 을 보이는 것이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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