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앙 일지
2015년 3월. 갓 20살이 된 나는 부산에 내려오게 되었다. 19년간 서울에서만 살아왔던 나에게 부산 사 투리와 거친듯하지만 누구보다 따듯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의 모습은 정겹게 느껴졌다. 부산에 내려와 가 장 먼저 찾아본 곳은 성당이었다. 주일 저녁,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집에서 제일 가까운 남산성당으로 발 걸음이 향했고, 때마침 청년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다. 미사가 끝난 후 수녀님 한 분이 나에게 다가와 청년회 에 가입을 권유하셨는데, 첫날 바로 가입하는 것이 부 담스럽기도 했지만 기쁘게 수녀님의 제안을 받아들여 청년회에 가입하게 되었다. 청년회 사람들은 서울에 서 온 나를 신기해하며 반갑게 맞아주었고, 이렇게 부 산에서의 신앙생활이 시작되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대의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신앙 공동체 안에서 청춘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느 꼈던 순간들을 떠올려봤다.
[희] 청년회에서 활동하며 가장 기뻤던 순간은 주일학 교 여름신앙캠프에 지원 갔던 때다. 아이들이 주님의 사 랑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열과 성을 다하였다.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아이들의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웃음 을 보며 나 또한 덩달아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로] 단체 활동을 하다 보면 언제나 기쁘고 즐거울 수 만은 없지 않은가? 본당 청년회 총무와 부회장, 금정지 구 청년회 부지구장과 지구장, 그리고 부산교구 청년연 합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 면서 의견 차이로 인하여 목소리가 커지기도 하고 마음 이 상해 싸우기도 하였다. 당시에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 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늘 공허함과 미안함이 앞서는 것 같았다.
[애] 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두 회원을 하느님 곁으로 떠나보냈다. 가까이서 함께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 은 너무도 큰 슬픔이었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 던 것이 아쉽고 후회되기도 했다. 그러나 주님께서 보살 펴 주신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도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락] 작년 여름 포르투갈에서 열렸던 세계청년대회 (WYD)에 참가하여 교황님도 뵙고 전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었다. 피부색도 언어 도 다른 우리지만 주님을 향해 하나된 마음을 느낄 수 있 었고, 그들과 함께 주님을 찬양하던 순간을 떠올리면 지 금도 그때의 즐거웠던 감정이 솟아오른다.
이렇게 나는 20대의 [희] [로] [애] [락]의 순간을 교 회 안에서 보냈다. 이런 시간을 통해 나의 신앙이 더 깊어지고 성장할 수 있었기에 축복받은 20대를 보냈 다고 생각한다. 비록 부산을 떠나 다시 서울에서 생활 하고 있지만, 현재 삶의 자리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 며 나의 제2의 고향인 부산과 근 10년간 날 따듯하게 품어준 부산교구와 금정지구 그리고 남산성당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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