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부산교구 513

누룩 | 뿌리 찾기와 순교자

뿌리 찾기와 순교자 족보는 시조부터 편찬 당대까지의 계보를 기록한 가 계기록(家系記錄)을 통칭한다. 특히 조선시대 족보는 양반 계급의 우월한 사회적 지위를 잘 드러내고 공고 하게 만드는 문화적 상징물이다. 당대 양반들이 족보 출간에 소비한 종이는 인구 1인당 세계 최고인데, 바 로 족보가 갖는 이러한 함의(含意) 때문이다. 이처럼 양반들이 족보를 편찬 간행하는 일은 자신들의 정체 성을 확립해 나가는 주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였다. 성씨와 계보에 대한 지식은 보학(譜學)이라 불렸다. 이는 당대 양반이 그들의 지위에 걸맞게 처신하기 위 해서는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상식이었다. 오늘날 성 씨와 본관에 관한 지식이 전통문화의 중요한 일부로 인식되는 것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므로 현재 일반인들에게도 자신들..

세대간 소통 2024.03.16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길 | 김명선 사도요한 신부님(중앙성당 주임)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길 김명선 사도요한 신부님(중앙성당 주임)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만나면 고뇌와 절 망에 쌓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심지어 세상까지 외 면하려 합니다. 나약한 자신의 모습 안에서 자괴감에 쌓여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곤란을 겪기도 합니 다. 예수님께서도 이러한 극도의 상황에 처하자 인간 적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이를 통하여 우리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려주십니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하여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께 서는 아버지께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어 겪으시는 고 통을 이렇게 보여주십니다. “이제 제 마음이 산란합 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합니까? ‘아버지, 이때를 벗 어나게 해 주십시오.’하고 말할까요? 그러나 저는 바 로 이때를 위하여 온 것입니다.”(요한 12,2..

사제의 공간 2024.03.14

누룩 | 참 삶의 길

참 삶의 길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지혜를 가르쳐 주지만, 힘겹지만 진정한 체험을 지속하다보면 영적인 성장이 일어나서 어떠한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꿋꿋이 나아갈 수 있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한 사람의 스토리가 있다. 그는 조직 폭력배와 마약쟁이라는 어둠의 삶을 박차고 일어 나 진정한 빛을 발견했다. 풀 한 포기 없는 척박한 땅이 었지만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난 후 생명의 꽃이 피어 나는 느낌을 그에게서 받는다. 하요한과의 인연은 20년 전 그의 아들의 정신과 진 료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잘 몰랐으나 시간 이 지나면서 파란만장한 그의 삶을 알게 되었다. 그는 13살 때 가출하여 소매치기로 소년원을 전전했고, 성 인이 되자 시외버스터미널을 관리하는 깡패조직에 들 어가 각목과 쇠 파이프를 휘두..

세대간 소통 2024.03.09

구원은 하느님의 선물 | 심원택 토마스 신부님(사무처장)

구원은 하느님의 선물 심원택 토마스 신부님(사무처장) “어미 새와 아기 새가 있었습니다. 어미 새는 아기 새 가 귀여워 열심히 먹이를 물어다 주었습니다. 아기 새 가 자라서 어른이 되어도 어미 새는 계속 먹이를 물어 다 주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미 새는 늙었습니다. 늙 은 어미 새는 이제 더 이상 아기 새에게 먹이를 물어다 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미 새가 먹이를 물어다 주지 않자 어른이 된 아기 새는 어미 새의 머리를 콕콕 쪼았 습니다. 배고프다고 화를 내면서 콕콕 머리를 쪼았습 니다.” 큰 사랑을 받았으면 베풀 줄 알아야 하는데, 어른이 된 아기 새는 받는 데만 익숙해졌지 사랑을 베풀 줄 몰 랐습니다. 깨닫지 못하고 누리려고만 했습니다. 물고 기를 잡을 방법은 생각지 않고, 주어진 물고기만 붙잡 ..

사제의 공간 2024.03.08

누룩 | 나에게 새로운 삶을 주신 분

나에게 새로운 삶을 주신 분 고등학교 3학년 때 주님의 부르심으로 성당에 오게 된 저는 매주 꿀 같은 주말 아침잠을 주님께 봉헌하여 기쁘디기쁜 부활절 밤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수험생활 중 매주 성당에 나갈 수는 없었지만, 틈틈이 아침·저녁 기도와 묵주기도를 바치며 주님과 대화하고 그분 안에 서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끝없는 터널 같았던 수험생활을 마치며 신앙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던 저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품고 청년회에 들어갔습니다. 또래의 청년들과 서로의 신앙 을 나누고 다양한 행사를 통해 예수님을 알아가는 삶 은 말라붙었던 제 마음을 다시 따스하게 적셔주었습니 다. 하지만 스무 살이 된 청년에게 속세의 유혹은 성당 의 즐거움보다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게다가 힘든 일 들도..

세대간 소통 2024.03.02

“성전을 허물어라.” | 김경욱 사도요한 신부님(정하상바오로영성관장)

“성전을 허물어라.” 김경욱 사도요한 신부님(정하상바오로영성관장) 우리는 재의 수요일,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머리에 재 를 얹고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라는 메시지를 듣고 회개의 삶을 살고자 했습니다. 벌써 3주일째입니다. 그동안 ‘인생은 흙으로 돌아갈 존재’임을 되새기며 하느님의 뜻대로 살았습니까? 복음 말씀을 구체적인 삶으로 실천하며 지냈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환전 상의 돈을 쏟아 버리시고 탁자를 엎어 버리십니다. 뿐 만 아니라 비둘기 장사까지 쫓아내시며 성전을 장사 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고 엄하게 꾸중하셨습니다. 이어서 성전을 허물라고까지 명령하십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성전은 하느님을 예배하고 만나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성전은 거룩한 곳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성..

사제의 공간 2024.02.29

누룩 | 일상 속 작은 실천

일상 속 작은 실천 올해 일곱 살이 된 제 아이가 아주 어릴 적, 모기에 물려 심하게 붓거나 피부 트러블로 힘들어할 때 도움 이 되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천연화장품과 비누 만들 기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며 계속하고 있는 ‘천연화장품과 비누 만들기’ 는 자기개발은 물론 마음의 힐링까지 책임지고 있습 니다. 처음에는 만들어 쓰는 것이 재미있고 피부에 좀 더 좋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더워지는 날씨, 이상기온과 홍수와 태풍 등 지구는 지 속적으로 힘듦을 표현했고 기후 위기에 대한 고민이 더해졌습니다. 내 아이는 물론 우리가 함께 살아 나갈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공부하는 시간이 이어지던 중, 제로웨이스트를 통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

세대간 소통 2024.02.24

세례받은 자, 본래의 모습으로 | 이성주 프란치스코 신부님(범일성당 주임)

세례받은 자, 본래의 모습으로 이성주 프란치스코 신부님(범일성당 주임) 오늘 복음의 내용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입니 다. 사순 시기는 지난 주일 예수님과 함께 광야에서 출 발하여 타볼산으로, 그리고 해골산의 여정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유혹과 수난을 통해서, 하 느님의 아들로 봉헌되고, 단련됩니다. 그리하여 당신 이 누구이신지를 우리가 기억하도록 해주십니다. 특 히 수난과 죽음의 현장은 하느님께 버림받은 것이 아 니라, 자발적인 봉헌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유 혹에 쓰러지지 않도록 합니다. 이렇게 용기를 잃지 않 도록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길을 격려해 주시는 것이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입니다. 변모되어 새하얗게 빛난 모습에서 선한 마음이 드러 납니다. 주님의 변모는 자연스러움입니다. ..

사제의 공간 2024.02.22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24년 사순 시기 담화 (요약)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24년 사순 시기 담화 (요약) 하느님께서는 광야를 통해 우리를 자유로 이끄십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계시하실 때 언제나 다음과 같 은 자유의 메시지를 주십니다. “나는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낸 주 너의 하느님이다.”(탈 출 20,2) 자유로의 부르심은 힘든 요구입니다. 이스라 엘이 광야에서 이집트에 매여 있던 것처럼, 희망이 없 다고 느끼는 순간들에 우리는 참으로 그러한 속박에 매여 있음을 깨닫습니다. 사순 시기는 은총의 때입니 다. 이 은총의 시기에, 광야는 다시 한번 우리 첫사랑 의 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호세 2,16-17 참조) 하느님께 서는 당신 백성을 형성하시어 우리를 종살이에서 벗 어나게 하십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

사제의 공간 2024.02.17

광야와 인생 | 김무웅 이냐시오 신부님(다대성당 주임)

광야와 인생 김무웅 이냐시오 신부님(다대성당 주임) 오늘 복음(마르 1,12-13)을 보면 ‘성령’께서 ‘예수님’을 ‘광야’로 보내셨고 ‘사십일’ 동안 그곳에서 ‘사탄’에게 서 ‘유혹’을 받으셨다고 짧게 알려줍니다. 마태오 복음 (4,1-11)과 루카(4,1-13) 복음은 이 주제에 관해 대조적으 로 길게 표현하면서 마르코 복음서에는 없는 그 ‘유혹’ 의 내용을 3가지로 요약해 주고 있습니다. 반면에 요한 복음은 이 장면에 대한 언급은 없고 광야의 선지자인 세례자 요한에 대한 언급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거부하면서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파하 며 힘들어하면서도 조금씩 받아들이며 순명하려고 합 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일수록 더 자주 광야(사막)로, 필요하다면 더 혹독한 광야 ..

사제의 공간 2024.02.16

누룩 | 신비롭게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몸처럼

신비롭게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몸처럼 어린 시절 오빠를 따라 공놀이, 달리기 등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했던 저는 발목을 자주 접질렸습니다. 어 머니께서는 다친 저를 한의원에 데리고 가 침을 맞게 하셨습니다. 어린 저는 발목이 아픈데 팔과 머리에 침 을 놓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사람의 몸은 다 연결되 어 있다는 한의사의 말도 신기한 동화처럼 들렸습니다. 이후 성인이 되어 부산선택주말 봉사자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또래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웃고 우는 청년들을 바라보며 이 또한 대단하다는 느 낌이 들었습니다. 생면부지인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그 이야기에 진심으 로 공감하고 경청하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마치 하 느님께서 사람의 몸을 신비롭게 연결해 놓은 것처럼 당신 ..

세대간 소통 2024.02.10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 박명제 베네딕토 신부님(부산가톨릭평화방송 사장)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박명제 베네딕토 신부님(부산가톨릭평화방송 사장)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을 맞아 오늘 을 세계 병자의 날로 지내는 교회는 특별히 여러 가지 이유로 상처받고 고통받는 병자들의 빠른 쾌유를 위 하여 기도합니다. 가족과 이웃의 병자와 환자들을 찾 아뵙고 기도하며 위로의 말씀도 나누었으면 합니다. 신학교 1학년 때 봉사활동을 위해 소록도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올랐던 여정에서 나병 환자를 처음 대면했던 순간은 두려움 그 자체였 습니다. 뒷걸음질 치며 주저하던 저희를 보시고 인솔 신부님께서는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병균을 옮기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지만, 쉽게 이해되거나 받아들이기 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 후 신 학교 3, 4학년 방..

사제의 공간 2024.02.08

사실 나는 복음을 선포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 이장환 마르티노 신부님(화명성당 주임)

사실 나는 복음을 선포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이장환 마르티노 신부님(화명성당 주임) 예수님께서 평소 일상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하 셨죠?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일과를 보여줍니다. 회당 에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갖가지 질병을 고쳐주시고 많은 마귀도 쫓아내십니다. 저녁이 되고 해가 져도 온 고을 사람들을 맞이하시며 예수님의 일을 하십니다. 그리고 캄캄한 새벽, 외딴곳으로 가시어 기도하심을 잊지 않으십니다. 아버지와 단둘이 보내시면서 에너 지를 충전하는 시간입니다. 기도를 마치신 예수님께서는 잠도 못 주무시고 복음 선포를 위하여 다른 고을을 찾아 떠나십니다. 예수님 과 함께 있길 원하는 사람들의 바람을 물리치시고, 자 신을 알아주는 사람들 속에 안주하고 싶은 유혹을 이 겨내고 새로운 고을을 찾아 떠나시며 이것..

사제의 공간 2024.02.04

열두광주리 | 신학원을 소문냅니다

신학원을 소문냅니다 지난 사은회에서 “예수님 사랑을 배웠습니다. 감사합 니다.”라는 현수막을 보면서 뭉클했습니다. 신학원의 모든 과정이 주님을 배우고 느끼도록 돕는 곳임을 다 시, 새길 수 있었습니다. 교황님은 “모든 이야기의 첫째 는 성경이며 그 중심에 예수님이 계시기에, 사람들은 성경의 의미를 전달하고 말하고 기억하도록 부름 받은 존재”라고 하셨습니다. 때문에 각자가 주님과 놀라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모든 이에게 드러내 줄 것을 청하셨습니다. 불현듯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할 일은 그리스도인답 게 살아주는 것”이라는 카뮈의 글이 생각납니다. 어둠 에 갇힌 이들에게 빛의 길을 찾게 해달라는, 참 진리를 그리스도인의 삶을 통해서 확인하고 싶다는 무신론자 의 간청이 깊고 짙어, 영혼을 앓았던 기억이..

세대간 소통 2024.02.03

누룩 | “없는 이에게 베푸는 일을 미루지 마라.”(집회 4,3)

“없는 이에게 베푸는 일을 미루지 마라.”(집회 4,3) 그날은 참 추웠다. 안전 안내 문자는 한파 주의보 예 보로 강추위가 예상되니 외출을 자제하라고 하였다. 특별히 노약자들께서 꼭 외출을 해야 할 때는 모자, 장 갑, 목도리 등 방한용품을 착용하라고 하였다. 난 추위에 약해서 사계절 중 겨울나기가 제일 힘들다. 언제인가 몹시 추운 날 새벽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 고 나왔다가 미사 참례 중에 쓰러진 일도 있어 그 이후 로 매서운 추위가 몰려오는 날에는 완전 무장을 한다. 모자는 물론이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겹겹이 싸매고 집 밖을 나선다. 얼마 전 그날 예보대로 북극 한파 주의보가 내렸다. 나는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볼일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나가야만 했다.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섰다. 녹색등을..

세대간 소통 2024.01.27